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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70년대 이후 우리사회의 주류는 빨리빨리 였다.
그때는 내실이어 어찌되었든 공기를 단축해야 표창도 받고 훈장도 받을 수 있었다.
군에 갔다 온 사람들은 우리 군 행정이 얼마나 엉터리 인지 다 알고 있다.

70년대 말 전방에서 군무할 때 이야기다.
부대에 국방부 장관이 방문한다는 전갈을 받고 전부대원들은 근무자만 빼놓고 부대주변의 청소를 하고 조경을 했다. 그런데 3일만에 부대 주변의 조경이 다 끝났다.
주변에 없던 소나무가 부대 주변에 빽빽이 들어서고, 부대 주변엔 예쁜 꽃들이 활짝 피고 말끔히 달라진 부대환경에 우리들 부대원조차 놀랄 정도였다.

그런데 다음날 국방부 장관이 다년간 뒤, 며칠 되지 않아 부대주변의 환경이 다르게 변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소나무는 뿌리 채 옮긴 것이 아니라 산에서 푸른 소나무를 베어다가 주변에 꽂아 놓은 것에 불과 했고, 예쁜 꽃들조차 뿌리가 없는 꽃을 땅에 꽂아 놓은 것이기에 말라 죽는 것이다.

그때만 넘기고 보자는 생각!
그 순간만 피하고 보자는 발상에서 이루어지는 공공연한 행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군 문화가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고 내실보다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행정들은 우리사회를 눈부신 발전 속도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와우아파트,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에서 보듯이 단기간에 무언가 보여주기 위한 공기를 단축하고 비용을 줄이는 부실공사는 문제점으로 우리에게 늦게나마 교훈을 주고 있다. 왠지 서울에 가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누구에게 쫓기는 기분이 된다.
무엇이든지 빨리 빨리 이루려는 7-80년대의 사고가 지금도 존속되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가들은 템포가 너무 빨라 가사 조차 듣지 못한다.
숨이 차서 따라 부를 수 도 없다.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허겁지겁하다 보면 정말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무작정 빠른 템포! 그리고 광란의 몸부림을 해야 이 시대를 이해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까지 피하게 된다.

사람의 심장의 맥동은 우주의 흐름과 같을 때 건강하다고 한다.
사람의 건강은 몸의 기능 중 어느 한곳이 무너지면서 건강을 잃어가는 것이다.
너무 빨리 가시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며 한번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통계적으로 장수를 하는 사람은 호흡을 천천히 깊이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빨리 뛰거나 과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은 몸의 건강은 좋을지는 몰라도 장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우리가 호흡을 할 때 우리 몸에서 산소를 필요로 하고 그 산소들을 우리 몸 이곳저곳에 운반하기 위해 활성산소가 형성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활성산소가 많이 형성이 되면 우리 몸에 악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 활성산소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호흡을 너무 빠르게 함으로써 많이 형성된다는 의학계의 보고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옛 선인들은 호흡법을 만들어 후대에 전하고 있다.
선도에서 활인법이나 도인법, 불교에서의 단전 주선법, 요가의 5단 호흡, 복식호흡 등은 평상시 호흡보다 느리지만 몸속 깊숙이, 천천히 하는 것이 특징이다.

빠른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초가 없이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힘이 필요한 때다.
과거의 우리 선조들은 한생을 살아갈 때 결코 서둘지 않았다.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을 가려고하면 짚신 몇 켤레 삼아 개나리 봇짐을 둘러 메고, 산수갑산을 구경삼아 걸어서 한양에 당도하고 과거를 치루고 돌아간다.

그러나 일일 생활권으로 바뀌고 또, 통신수단들이 발달한 사회에서 우리들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 든다. 한생 살아가는데 과거의 우리 선조들의 삶이나 내 자신 한번 돌아볼 수 없이 앞만 보며 뛰어온 우리들의 삶이나 한 생은 똑 같은 것이다.

휘모리의 빠른 장단보는 진양조의 느린 장단에 익숙했고 굿거리나 중모리 장단에 길들여진 우리이기에 빠름보다는 느림의 철학도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뛰어가 목표에 다다르기 전 멈추어 한숨 잠을 자는 행동 보다는 비록 느린 걸음일지라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요구 하는지 모른다.

참여정부가 출발하여 100여일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게 달려 왔다.
북핵문제, 외교와 노사문제 등에 매달려 뛰다보니 오히려 첫 출발 하기전의 구상한 정책과 달리 국정을 이끌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노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그동안 뛰면서 생각하느라 헷갈리기도 했다. 이제 걸으면서 생각 하겠다” 는 말로, 성급하게 성과를 보여주려다가 일을 그르치거나 헷갈린 적이 있었으나 이젠 심사숙고하며 국정을 이끌겠다는 다짐의 소리로 받아들여진다.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을 대변 하는 소리이다.
무작정 빠르게 서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하나하나를 점검하고 그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것을 추진 해나가는 행동이 요구 되는 것이다.

사회 전반에 모든 문제를 이제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자!
내 자신의 문제! 내 직장의 문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말이다.
문제를 풀려고 노력한다면 못 풀 문제는 하나도 없다.
가식적 눈앞에 보이는 자그마한 이익보다는 민족의 앞날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내실을 다져가는 삶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쉬지 많고 노력하는 자세!
정신적 여유로움 속에서 새로운 비전과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