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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용인에 있는 초등학교 학부모님 회의에서 초청 강사로 초빙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를 초청 강사로 추천한 학부모를 만났다.

학부모회의에서 요구하는 강의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학부모님은 그간 나의 생활을 지켜보다가 우리의 전통 차에 관한 책을 집필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것을 보고 차(茶)에 관해 강의를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때 나는 한국의 차에 대해 심취하여 있었고 전라도 지리산 산기슭에 야생차 밭을 일구어 10여년을 차와 함께 생활 하면서 우리의 차 예를 강의를 하고 있던 때였기에 흔쾌히 결정 할 수 있었다.

강의 요청을 받고 어떻게 하면 커피에 물든 사람들에게 우리의 차 맛을 느끼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평소에 아끼던 우전차를 가지고 가서 학부모들에게 시음을 할 수 있도록 해주자고 결정 하였다.

강의 날짜가 되어 차도구와 차를 준비하여 전화 오기만 기다려도 전화가 오질 않았다.
시간이 흘러 저녁때가 다되어서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찾아뵙고 말씀 드릴께요. 지금 어디에 계세요.”
“네 전 집에 있습니다.” “그럼 지금 찾아뵙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뒤 몇 분이 안 되어 그 학부모가 찾아 왔다.

내용인 즉 학부모회의에서 우리 의 차와 차 예를 강의를 듣자고 결정하고 강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강사가 박사 학위가 있느냐? 없느냐? 문제에 논의가 되었다는 것이다.
학부모회의 주관 하는 선생님이 그 강사선생이 박사 학위가 있느냐?
물어 그분은 박사학위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하자 그럼 강사로써 안 된다고 하더란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너무나 선생님께 죄송해서 연락조차 못 드렸다면서 계속 죄송하다고만 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는 태연히 괜찮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지 못한 제가 잘못이지요. 학부모님께서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하며 학부모를 위로했다.

그럼 오늘 누구의 강의를 들었습니까? 묻자 수원의 예지원에서 추천한 강사가 와서 강의를 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자존심도 상하고 10여 년 동안 차 예를 배운다고 쫓아다니면서 차 예를 배우고 차구(茶具)를 연구 한다며 이리 저리 스승을 찾아다니면서 우리 차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 왔는데 박사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강사조차 할 수 없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차 예를 하는데 박사학위가 왜 필요한가?
또, 차 예를 하는 사람에게 박사 학위를 주는 교육기관이 있는가?
아무튼 한심하기 짝이 없었던 지난날의 회상 이었다.

나는 우연한 가운데 한글학자 한갑수 선생의 일화를 접했다.
한글학자 한갑수 선생 또한 박사 학위가 없다는 것이다.

그 누가 한갑수 선생에게 한글에 대한 박사 학위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겠느냐며 한갑수 선생은 스스로를 자평한다고 하였다.
박사 학위가 없어도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 꼭 박사 학위를 받아야 행세를 하는 세상인가? 나는 스스로를 위로 했다.

7월 29일자 신문에 “가짜 외국박사 뿌리 뽑는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접하였다.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신고 된 박사학위 2개 이상 복수학위소지자 58명에 대한 표본조사의 결과 ‘정상적’ 유학과정을 거치지 않고 학위 취득한 이가 20명이나 됐다.

특히 현직 교수, 세무사, 중소기업 대표 등 사회지도층 인사가 대다수이다. 지방 사립 모 대학 ㅈ교수(30)는 2000년 미국 ㅍ 신학대에서 신학, 1년 뒤 미국의 ㄹ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각각 받아 2002년 교수로 임용 되었으나, 미국에는 1999년 관광목적으로 7일간 방문한 것이 전부였다.

또 지방세무사 ㅈ씨는 81년 필리핀 ㅇ대학, 83년 미국의 다른 대학 ㅇ대학에서 각각 경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돼있으나, 학위 취득 전에 두 나라를 방문한 적도 없었다.

지방 국립대 교수 5명 등 5개 대학 현직교수 11명은 석사학위만 있는 상태에서 학위 전문과정을 통해 러시아 ㅎ대학 박사 학위를 얻어 호봉 책정 및 재임용 과정에서 우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러시아 ㅎ대학 명예교수인 국내 ㄱ대 총장 주선으로, 이들은 러시아에 체류하지 않고 우리말로 논문을 작성, 서류심사 만으로 학위를 얻었다. 2001년 학술진흥재단에 신고 된 외국 박사학위 논문 1,818편 중 한글 논문이 135편에 달았다.

가짜 박사가 등장 하게 만든 것은 ‘박사의 정치사’이다. 이승만, 김규식, 장덕수, 조병옥, 장면 등 해방 이후 1960대 초까지 한국정치를 지배했던 인물들 모두 박사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정계의 보스여서가 아니라 그 당시엔 꿈도 못 꿀 ‘외국박사’를 했다는 특별한 신분으로 비추어 졌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이박사’로 부르는 것은 박사=대통령과 같은 등식이 성립되고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었던 사회였다.
우리사회가 60년대 사회만큼은 못하지만 ‘박사’들은 여전히 존경과 경외는 여전 하다.

박사는 존경 뿐 아니라 돈까지 가져다준다.
개업한 의사가 박사학위증을 액자에 넣어 환자들이 잘 보이는데 걸어두면 환자들은 박사학위 하나만 믿고 그 의사를 신뢰하여 영업의 성장을 가져다주고, 세무사들은 또한 영업이 잘되기 때문이다.

바로 박사학위는 우리사회에서 통념적으로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부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