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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9일 그간 계획해 온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형님내외와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하기위해 노고단으로 출발했다.

20년 만에 다시 찾은 지리산이다.
산을 좋아 했던 나였지만 그동안 삶에 쫓기어 가족과 함께 산에 간다는 것은 마치 사치처럼 느껴 왔다.

그러나 지난 7월 아내는 큰 수술을 해야 했고,
평소에 감기한번 걸리지 않던 아내의 수술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이 세상 무엇보다도 건강만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수술 후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60평생 한번도 지리산 종주를 하지 못했다는 형님내외와 함께 꼭 지리산 종주를 하겠다는 약속은 아내의 건강 지킴의 자극제가 되어 드디어 지리산 종주를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성삼재로 올라가 노고단 산장에서 1박을 하고, 드디어 10일 반야봉을 거쳐 벽소령까지의 행군을 시작 했다.

‘과연, 이 도전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속에, 내 걱정과는 달리 침착하게 한발 한발 걷는 아내의 모습에 대견함마저 들었다. 벽소령에서 하루를 정리하고 다음날 장터목산장까지의 일정에 도전을 하고 다음날 새벽 4시30분에 장터목산장을 출발하여 천왕봉에서 일출까지 보고나서, 백무동으로 하산한 일과였다.

그러나 난 너무나 달라진 지리산을 보았다.
20년 전의 지리산과 너무 달라진 편의시설!
그리고 인공으로 세워진 통나무 계단!
자연 그대로가 아닌 인공으로 바꾸어진 지리산의 변화된 모습에서 한편의 실망감을 맛보았다.
국립공원의 관리상 편의시설이 필요하고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편의시설이라 하지만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간직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놓아진 통나무계단은 오히려 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을 괴롭게 한 시설물에 불과 했기 때문이다.

산을 찾는다는 것은 그 산의 정기와 그 산의 자연에 심취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그 산을 오르내릴 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자연을 인공으로 만들기 보다는 자연그대로 보존하고, 사람들은 보존된 자연을 찾아 자연 속에 동화 될 때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번 산행에서 아내의 건강을 찾은 계기를 보았지만 너무나 달라진 지리산의 모습에서 진정 백두대간의 자연환경을 인공적인 시설로 파괴해야 옳은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편리함보다는 자연그대로, 그리고 자연에 도전하는 땀을 흘리는 사람들!
이러한 삶이 자연과 함께 살아온 우리들의 정서일 것이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우리 인간들은 너무나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편리함은 인간들에게 더 큰 시련과 재앙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편리함과 함께 더불어 과학문명을 선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속담에 ‘너무 과함은 모자람 보다 못하다’했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인공으로 만들어진 편의시설보다는 자연그대로의 모습과 산을 오르기 위해 땀을 흘리기 위해 산을 찾고 있다. 그러기에 편리함보다는 그대로의 보존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