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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숭실대 강원택 교수의 '대한민국 민족주의'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조사의 요지는 '한민족으로서의 민족적 의식'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이는 한국의 성장과 이로 인한 국가적 자긍심이 커진 결과이다라는 것이다.(아래에 기사를 인용했다.)

이 결과를 보면서, 필자는 조금은 당혹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러, 재중 등의 재외 교포에 대한 국가의 정책이 '민족주의'적이기 보다는 정치적, 외교적인 판단에 더욱 치중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또 이중국적의 문제나 해외 입양아 문제 등에서 바라보는 '한민족'에 대한 정의의 혼란을 보면서 '이래서는 안된다'라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기는 했지만, 이런 문제들 중 어느하나도 양면성을 갖지 않은 것이 없었기에 정부의 정책적 판단을 마냥 비판만 할 수도 그 반대로 지지만 할 수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재외교포에 관한 정책에서 우리는 선진국의 재외교포와 중후진국의 재외교포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실 향후를 바라본다면 중후진국의 재외교포에게 더욱 더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궁극적으로는 한민족 전체의 화합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그들을 푸대접하는 정책을 고수한다면 결국 그들을 대한민국의 적으로 만들 뿐 국가와 민족의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현지를 잘알고 있는 재외교포와의 협력은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무한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지의 언어와 풍습, 관행에 대한 이해가 그 가치의 핵심이며, 여기에 모국에 대한 또는 민족에 대한 인식이 더하여 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는 해외입양이나 이중국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무분별한 재외교포의 입국에 따른 불법체류 및 불법취업 등의 문제, 병역 이행의 문제 등 민감한 문제들이 있어 그리 간단하게 해결할 수는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조사의 결과에서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이와같은 정책의 고민과는 달리 국민의 의식에서조차 재중,재러,재미,재일 등은 물론 북한 등 우리 민족의 일원이 살고 있는 다양한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인식이 배타적이라는 것은 심히 우려할 만한 상황인 것이다.

이에 대한 결론을 지금 내고 비판하는 것은 그리 효용이 있는 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비판을 한들 국민의 의식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국민의 이러한 의식속에는 강원택 교수가 지적했듯이 대한민국에 대한 국가적 자긍심도 한 몫을 했을 것이고, 재외교포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부정적 시각도 한 몫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물넷이 추구하고 있는 한민족에 대한 정의와 이를 위한 정책적 제안을 밝히는 것으로 대안제시를 하고자 한다.

한민족의 정의 : 역사와 혈통, 문화의 일치성을 가진 모든 사람으로서 국적에 관계하지 않는다. 1차적으로는 근현대 이민자를 포함한 재외교포와 북한을 한민족의 범주에 둔다.
또한 2차적인 정의로 미래를 위한 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야 할 집단으로서의 광의의 한민족을 또한 제안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우리 한민족의 일원이었으나 오랜 세월에 걸쳐 서로 다른 국가와 자연환경에서 살아온 혈통적 한민족이다. 앞서의 1차적 한민족이 근현대 이후의 소속국가의 분리와 역사와 혈통, 문화의 공유를 축으로 한다면 2차의 혈통적 한민족은 혈통에 근간을 두고 문화와 역사성의 일부 합일점을 찾을 수 있는 광의의 한민족이다.

광의의 한민족은 결국 우리가 다양한 형태로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나가야 할 집단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 범주에는 대표적인 한민족 이주국가인 일본을 비롯해, 중국의 묘족, 러시아의 브리야트인, 몽골인, 터키(스스로를 고구려의 후예라고 하기도 한다. 이들은 고구려와 발해의 일원인 말갈족의 일원이다.이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별도로 기회가 있으면 하도록 하고...)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명백한 고대 한민족의 일원들이 될 것이다.

이들 한민족에 대한 대한민국의 정책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이 제안은 재외 한민족의 소속국가와의 다양한 정치외교적 마찰등을 감안하여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 생각되는 내용이며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자 한다.

1. 대한민국의 입국비자와 취업비자의 발급 조건에 한국어 능력 시험을 포함하고, 이의 성적에 따라 국적을 불문하고 동일한 잣대로 비자를 발급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 한국어를 배운 한민족이 아닌 외국인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건을 적용함으로써 해당국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재외 한민족에게 보다 유리할 것임은 자명하며, 더구나 그들로 하여금 모국을 잊지 않게하고 한민족으로서의 일체감을 형성시키는데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대한민국정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외에서의 한국어 교육에 투자를 하여야 하며, 이 과정에서 서로의 문화 차이에 대한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 한국에서 생활하며 취업을 가능케 한다면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체류, 불법취업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호적인 재외교포이든 우호적인 외국인이든 이들은 대한민국에 있어 매우 큰 자산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2. 이중국적은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 허용하는 방안으로 가야한다. 일정한 조건이란, 외국에서 태어나 자란 경우 한국국적을 취득하고자 할 때 원래의 국적을 그대로 두고 한국국적 취득을 허락함에 있어 앞서의 한국어 능력시험을 포함한 일정의 자격수준을 평가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회봉사나 군입대 등을 포함할 수 있겠다.

또한 이미 병역을 마치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 한국국적자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하는 경우에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중국적은 병역 기피의 수단인 경우로 사용된 경우와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로 인해 생긴 부정적 이미지로 반발을 사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허용할 수 있게 된다면, 대한민국의 경쟁력에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광의의 한민족 국가나 집단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지속적이고 신뢰감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보다 쉽게 대한민국에 우호적인 집단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로서도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역시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병행해야 할 것이다. 교육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 경쟁력의 한 자원으로서도 의미가 반감될 뿐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의 교육이란 서로를 이해하고, 보다 원활한 교류를 위한 언어, 문화 등에 대한 교육이지 사상교육이 아님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우호세력의 존재는 영원히 경쟁국이 될 수 밖에 없는 한족의 나라 중국에 대한 훌륭한 견제 수단이 될 것이다.

이런 정책에 근래 강력한 태풍이 되어 불고 있는 한류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우호적인 정책에 우선하여 대한민국 국민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과 사기, 폭력 등의 해외 범죄자들에 대한 처단이 보다 강력하고 정의롭게 실행되어야 한다.

100명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단 한명의 사기범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수도없이 볼 수 있는데,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해외 파렴치범이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키는 행위 등을 한 자에 대해 여권발급과 출국에 불이익을 주는 일에서부터, 재외 범죄에 대해 매우 냉정하고 철저한 조치가 있어야만 재외교포 및 외국인들에게 믿을 수 있는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 입국 비자 발급에 대한 온갖 비리에 대한 철저한 응징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한국 비자 발급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비리에 대해서는 우리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권만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도로 현지인들의 의식은 완전히 정반대임을 중시 여겨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 2005-10-13 05:18:18]

[한국인 그들은 누구인가] '대한민국 민족주의' 뜬다

[중앙일보 신창운] '대한민국 민족주의'의 정체가 드러났다. 혈연 민족주의가 아니라 국적 민족주의다. '한민족 되기'보다 '대한민국 국민되기'를 중요시하는 경향이다. 한국인은 자신을 한민족(64%)보다 한국 국민(77%)에 더 가까운 것으로 느끼고 있다.

한민족이나 한반도 같은 혈연.지연적 특성보다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의 소속감이 한국인의 정체성 (正體性) 을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됐다. 남한만의 민족국가적 정체성이 형성된 것이다. 60년 전 해방공간에선 '한민족 민족주의'가 잉태기였던 대한민국 민족주의를 압도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김병국)과 중앙일보는 광복 60년, 중앙일보 창간 40주년을 맞아 '2005년 한국인의 정체성'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의식을 재구성했다.



한국인은 진정한 한국인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대한민국에서 출생'(82%)하거나 '한국인의 혈통'(81%)을 가져야 한다거나 '평생 대한민국에서 거주'(65%)하는 것보다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88%)하는 것을 중시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인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을 한민족으로 봐줘야 한다(28%)는 관대한 의식을 일부 갖고 있는 반면, 국적을 포기한 한국인을 한민족으로 봐주는 것엔 매우 인색하다(9%).

대한민국 민족주의, 혹은 남한만의 민족주의가 등장하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도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이전의 한국인은 북한 땅을 회복해야 하는 '미수복 영토'로 간주하거나 혹은 남북통일을 민족 결합을 위한 지상 과제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은 남한과 북한이 현실적으로 별개의 독립적인 국가(78%)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치 공동체의 소속감이 중요하다는 2005년 한국인의 인식은 한국 사회의 성장과 체제에 대한 우월감 등 국가적 자긍심이 커진 결과다.

한국인이 사회 내부적으로 느끼는 정체성도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사회적으로 가깝게 소속감을 느끼는 대상이 과거 시.도와 같은 전통적이고 지역적인 것에서 부자와 빈자, 노동자와 사용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같은 산업사회의 구체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갈등이 과거 지역주의적 균열에 기초해 있었다면 이제는 사회 계층 간 격차와 그로 인한 갈등이 정치적으로 보다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인은 대립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14개 갈등의 축 가운데 빈부 간 거리가 가장 멀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역 간 거리감은 과거의 심각한 증세에선 벗어났다.

설문조사는 한국리서치가 8월 31일부터 9월 16일까지 1038명을 상대로 개별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집 오차는 95%신뢰 수준에서 ±3.0%포인트다.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 신창운 여론조사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