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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삽니다. 절대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지요. 결혼한 부부도 아이를 가진 부모도 결국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지, 남편이나 부인, 또는 아이나 부모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은 이와 같은 생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과 사회, 인간을 깊이 성찰해 보면,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도 결국은 아이의 불행이 다른 무엇보다도 더 큰 자신의 불행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희생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남편의 불행이 아내의 불행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다르게는 사회가 혼탁하고 각박해지면 자신도 그 영향에서 절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그런 이유로 사회와 나라에 봉사할 이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례들 중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막히는 길에서 갓길로 새치기하는 차량들을 많이 볼 수 있고, 곤란을 당하는 사람을 보고도 돕는 사람은 드뭅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을 외면하면 결국 나의 불행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새치기한 차량은 결국 나의 앞에서 끼어들어 나에게 불편을 줍니다. 결국 심성이 착해 약삭빠른 행동을 못한 이들은 계속 손해를 보고, 이쯤이야 하고 남을 무시할 줄 아는 사람은 계속 이익을 봅니다.

어쩌다가 평소 잘 지키던 사람이 급한일로 새치기를 하다, 딱지를 떼이게 되면 재수 없다고 치부해 버립니다. 내가 그러지 않았을 때도 남들은 계속 그래왔는데, 내가 그러자마자 걸렸다는 인식이지요. 법을 어겨 벌을 받게되면 재수가 없는 것이라는 인식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 깊게 뿌리박혀 있습니다.

길을 가다 얻어맞는 사람을 보고 신고조차 하지 않는다면 나는 밤길을 걷는 것도 불안해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불안한 거리는 나의 행복을 빼앗게 되지요. 또 언젠가는 그 얻어맞는 사람의 자리에 내가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결국 큰소리치고, 막말을 해대는 몰지각한 사람이 이익을 보고, 선량한 시민을 피해를 보는 것이지요. 선량한 여러분이 계속 침묵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고, 우리의 아이들도 운전하면서 약삭빠른 행동을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를 낼 것이며, 밤의 한적한 멋을 느껴보지 못한 채 나이를 먹어가게 될 것입니다.

혼자만 살수 없다는 것은 나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나라가 어떻게 되든 별 상관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거 ‘성수대교 붕괴’ 사건 때의 예를 들면, 당시 내부 문제라 할 수 있는 이 사건 때문에 외국의 바이어들과 상담하는 많은 영업 사원들이 곤란을 겪었던 사례가 있습니다. 건설관련 업종에서 거의 계약이 파기되거나 새로운 계약 성사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전혀 관련 없는 업종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있었다고 합니다. 또 거래와 직접 관련은 없더라도 외국인들이 그 사건에 대해 하도 많이 물어봐서 만나기가 겁난다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이 곧 국제 사회의 경쟁 관계인 것입니다. 따라서 나라와 민족의 위상은 크게 보지 않더라도 바로 내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절대 누구도 혼자서만 살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는 남도 잘먹고 잘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또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정의가 바로서고, 기업이 투명하고, 정치가 깨끗하고, 나라가 부강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용기를 모두가 가져야 합니다.

이런 생각의 끝에는 자존심, 자신감, 가치관 같은 것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우리는 역사를 포함해 가치관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하며 생활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서부터 식사를 하는 것, 화장실에 가는 것, 일을 하는 것, 차를 타는 것, 술을 마시는 것, 잠을 자는 것 등 모든 행동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 선택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라온 환경, 배운 지식 등에 의해 형성된 가치관이 작용합니다. 점심을 나중에 먹을지 지금 먹을지를 선택하는 사고의 흐름이 곧 가치관인 것입니다.

가치관을 형성하는데는 부모, 주변의 사람들, 학교와 친구들, 지식 등 모든 것이 영향을 미칩니다. 이 중 역사에 대한 인식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학교를 통해 이루어지는 역사 교육에서 꼭 갖추어야 할 자존심과 자긍심을 배우지 못하고 오히려 패배의식만을 배워 왔습니다.

교과서에 씌여진 말로는 삼천리금수강산이라 하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나라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삼천리는 결코 큰 땅이 아닙니다. 금수강산이라 하지만 맛은 달라도 아름다운 자연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수백 번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남의 나라를 한번도 침략하지 않은 착한 민족이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역사를 통해 자신의 방어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든, 침략을 통한 정복의 의미이든 우리는 그런 행동을 한 국가와 사람을 존경하도록 배워왔습니다. 나폴레옹이나 징기스칸을 침략자라고 부릅니까? 현재에도 많은 식민지를 가진 영국을 우리는 야만인의 나라로 가르칩니까?

호주나 캐나다 같은 큰 나라들도 영국령으로 영국 여왕의 지배(현재는 상징적인 면이 강하지만)를 받는다는 사실이나, 미국이 그 커다란 영토 외에 태평양 한 가운데에도 자신들의 영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부럽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그런 인물이 없는 것으로 배운 사람들은 당연히 위축된 우리 모습을 볼 뿐, 우리가 더 착한 민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배운 우리 영토에 대해 크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도 자긍심을 갖게 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역사 교육을 통해 패배의식을 배웠고 이로 인해 국가간의 관계 등과 같은 큰 문제가 아니더라도 생활속에서 이 패배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패배의식이 잘못된 일에 대해 대항하고 바로 잡으려는 용기를 잃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 우리는 역사 교육을 통해 자존심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도덕불감증이 팽배해지고, 이기주의적이 되고, 서양의 문물에 맹목적이 되는 신사대주의(新事大主義)에 빠져 있습니다.

역사를 기억하고 살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통해 형성된 무의식의 가치관은 개인의 평생에 걸쳐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에도 삼천리금수강산, 백의민족, 한반도, 곰의 자손, 유교, 당쟁, 침략하지 않는 착한 민족 따위의 바보 같은 교육을 계속할 것입니까?

아니면 9천여년전 파미르 고원에서 일어난 천손족의 나라로, 세계 4대 문명이라 일컫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황하 문명을 일으킨 민족, 또 다른 선대 문명인 홍산 문명을 일으킨 민족, 쥬신(고조선)/요/주/금/청 등의 대제국을 포함하여 또 다른 거대 제국 가우리(고구려), 발해, 일본과 산동/요동에 걸친 해양 제국 밝지(백제) 등을 세운 나라,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하고 심오한 역사와 철학, 문화를 가진 나라, 한자와 한글을 만든 나라 - 한국으로 가르칠 것입니까?

이런 현상은 역사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적 문화를 어색해 하고, 외국의 문화를 더 친숙하게 느낍니다. 우리가 아무리 서양의 문화를 잘 받아들여 완벽하게 재현해 내더라도, 그들의 눈에는 그저 자신들의 것을 흉내내는 동양인에 불과할 뿐입니다. 설날 특집으로 TV에서 보여주는 재한 외국인들의 한국 노래자랑을 보며 우리가 박장대소를 하듯이 말이지요. 더 큰 문제는 우리는 상시로 그들에게 박장대소할 즐거움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잊어서는 안됩니다. 중국이 저들의 역사로 가르치는 대개의 역사는 바로 우리 선조들이 세운 나라의 역사라는 것을...
영화 ‘마지막 황제’에 나오는 어린 황제 ‘푸이’는 중국의 황제가 아니라 우리 선조의 나라 청의 황제 ‘푸이’입니다. 황비홍을 주제로 하는 중국의 영화들은 청에 반대하고 명나라로 돌아가자는 ‘반청복명’이 주제입니다. 그들은 청이 무너지고 공산정권이 섰을 때 ‘독립’이 되었다고 좋아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청의 역사뿐만 아니라 금, 은, 주, 발해, 조선의 역사까지도 자신들의 역사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의 선조들이 세운 나라이고 우리의 선조들이 이주해 간 나라입니다. 비록 오랜 경쟁 관계와 다툼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와 같은 선조를 가진 동족의 국가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역사를 왜곡해서라도 자신들이 우리의 위에 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그대로 둘 것입니까? 언제까지 그대로 두고 우리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은 땅바닥에 쳐박아 둔채 그들의 콧대만 높일 것입니까?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욕하기 전에 우리 먼저 제대로 된 역사와 우리 문화, 예술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치고, 수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냉정하고 평등한 역사관과 역사 인식을 가지고 동등한 입장에서 마주 앉아야만 평화도 있고, 선의의 경쟁도 있는 것이며, 우리의 권리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대로 배운 역사를 통해 보다 밝고, 자신감에 차고, 민족적 자긍심과 개인의 자존심에 충만한 사람, 그래서 그 자존심으로 인해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릴 수 없게 되는 가치관을 가진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자존심이 있는자는 정의를 저버리지 않고 마음을 넓게 가져 무엇이든 포용하며,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2002년 초 다물넷을 준비하며... 김 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