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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 기원은 북옥저로 봐야”

송기호 교수 ‘한국고대의 온돌’ 서 고구려 기원說 반박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쪽(부분)구들의 최초 발명지는 고구려가 아니라 두만강을 중심으로 중국 만주 동부와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서 ‘단결(團結)-크로노프카 문화’를 영위한 북옥저인이었다. 그리고 이보다 약간 늦은 시기에 북흉노 지역(바이칼호 동쪽인 자바이칼)에서도 쪽구들이 독자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김치와 함께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온돌(구들)은 과연 어디서 유래했으며 언제·어떻게 전국에 확산됐을까. 발해사 연구자인 서울대 국사학과 송기호(50) 교수는 최근 펴낸 한반도 북부와 연해주, 만주 동부지역 일대에서 확인된 고대 주거지 온돌자료를 집대성한 ‘한국 고대의 온돌-북옥저, 고구려, 발해’(서울대출판부)에서 “온돌의 발원지는 북옥저이며 고구려의 온돌은 자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유입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온돌의 기원과 관련, 그동안 고구려 기원설을 주창해온 대다수 한국학자들의 견해 대신, 북옥저(크로노프카 문화) 기원설을 주장해온 러시아 학자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표창을 받기 위해 방한한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지부 고고민족학연구소 신석기분과장인 비탈리 예고로비치 메드베데프 박사도 연해주 남쪽 불로치카 유적을 예로 들며 크로노프카 문화에서 온돌이 비롯됐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문화일보 2005년 12월13일자 25면 참조).

‘쪽구들’이란 지금처럼 건물의 실내전체를 난방하는 전면온돌이 아니라 ‘일(一)’자나 ‘ㄱ’자, ‘ㄷ’자형 같이 바닥의 일부에만 따뜻한 연기가 통과하는 고래와 고래둑을 만든 고대의 부분온돌을 말한다. 송 교수는 땔감 부담이 없었던 고려시대 사찰에서 전면온돌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뒤 17세기 쪽구들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서울 지배층을 중심으로 전면온돌이 보급됐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한반도 북부와 연해주, 만주 동부 지역에서 확인된 쪽구들 관련 고대 주거지는 총 92개 유적에 527개. 이를 크게 초기철기시대와 고구려, 발해의 3개 시기로 구분한 뒤 자료를 유형별로 분석한 송 교수는 쪽구들이 초기철기시대의 경우, 크로노프카 문화권인 만주 동부와 연해주를 중심으로 한반도 북부에서 일부 나타나고 있음을 강조한다.

반면, 초기 고구려 중심지인 환런(桓仁)과 지안(集安)에서는 쪽구들이 보이지 않고 외곽지대에서만 발견되고 있는데, 이는 쪽구들이 외부로부터 고구려 외곽에 들어오고, 다시 고구려 중심부로 유입됐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고구려와 달리, 발해는 상경성(上京城)이 있던 닝안(寧安)을 중심으로 중경(中京)·동경(東京) 등 발해 중심지인 만주 동부일대에 쪽구들이 몰려있다.

송 교수는 “발해는 각 도읍지의 왕궁까지 쪽구들을 설치할 정도로 지배층에서 온돌을 애용한 반면, 고구려·고려에선 하층민들이 쪽구들을 애용하고 지배층은 침상과 낮은 평상 등 다른 난방방식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발해 왕실 등 지배층에서 쪽구들을 애용한 것은 고구려계 인물들이 고구려로부터 쪽구들 문화를 도입해 보급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