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개소문이 가우리의 신크말치[太大莫離支]로 있던 당시의
주변국인
남부여, 실라, 왜의 상황이 다뤄져있는 대쥬신제국사 제3권의 내용입니다.
오래전에 저술하신 내용이어서 차후 밝혀진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또한 출판된 도서를 촬영한 이미지를 사용하여 미흡한 점이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대야성의 비극은 소랑과 김품석 그리고 사지(舍知), 죽죽(竹竹), 용석(龍石) 등 실라 맹장들의 전사(戰死) 소식과 함께 신속하게 김춘추에게 전달되었다. 그 때, 김춘추는 너무 놀라서 기둥에 의지하여 선 채 사람들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고, 온종일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고 삼국사기는 전하고 있다.
실라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었다. 이제 실라 자체의 힘만으로 남부여의 거대한 압력을 막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김춘추는 뒷일을 김유신에게 맡기고, 자신은 가우리의 신크말치[太大莫離支]인 연개소문을 찾아 나섰다.
이 곳은 북방의 패자(覇者) 가우리[高句麗]의 서울인 펴라[平壤]성.
숨가쁘게 돌아가는 남부의 정세는 가우리의 이해도 함께 얽혀 있으므로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삼국의 균형을
깨뜨리고 군사활동으로 실라의 심장부를 강타한 남부여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자국의 입장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이번 작전의 총
책임자였던 성충을 직접 펴라에 보내 신크말치[太大莫離支] 연개소문을 만나게 하고 있었다.
“성충 대감, 이번의 대야성 작전은 좀 심하지 않았소이까? 결국 실라의 심장부가지 파고 들었으니, 다음의 공격 목표는 금성이 아니겠소. 이는 결국 실라를 혼자서 잡수시겠다는 뜻인데, 그것은 우리 삼국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이니 나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오?”
“신크말치님의 뜻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소이다. 그래서 이 성충이 직접 펴라까지 찾아온 것이 아니오이까?
만약 신크말치께서 우리의 대야성 접수를 승인해 주신다면, 다음 실라의 왕도를 공격하는 문제는 남부여와
가우리의 사전 승인이나 연합작전에 의해서만 행하기로 서로 합의할 수도 있지 않겠소?”
“상좌평(上佐平)께선 어찌 그리도 안목이 좁으시오? 그까짓 소국(小國) 실라 따위를 정복한들 무엇이 그리 대단하오? 동족끼리의 전쟁은 이 정도에서 중지하고 차라리 우리 가우리와 남부여, 실라 그리고 왜국에 나가있는 나라백제[奈良百濟]까지 모두 힘을 합하여 중원(中原)을 공격, 화족(華族)들을 발 밑에 엎드리게 하고, 그 넓은 중원 땅을 우리 동족 4국이 분할 통치하면 얼마나 통쾌하겠소?
”“그럴듯한 말씀이오, 그러나 실라가, 실라가….”
“아뢰오.
지금 마침 실라로부터 이찬 김춘추 공이 신크말치 합하를 뵈러 도착하였나이다.”
“김춘추 공이? 이것 정말 잘 되었군.
어서 안으로 모시어라. 으핫하하!”
“어서 오시오, 김춘추 공. 마침 이 곳에 남부여의 성충 대장도 와 계시니 어디 한자리에 앉아서 3국회담을 열어보십시다.”
“신크말치 합하! 여기 와 있는 이 성충 상좌평이 감히 우리 실라의 대야성(大耶城)을 탈취하고, 내 사랑하는 딸과 사위를 모두 죽였소이다. 더 이상 백제의 잔존 세력 집단인 남부여와는 아무 협상도 할 수 없소이다. 우선, 대야성과 저들이 탈취한 40개의 성들을 실라에 되돌려 준 후에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겠소이다.”
“허허, 춘추 공! 이것 참 적반하장이로소이다. 대야성이 언제부터 실라 땅이오? 그 곳은 본래부터 백제의
속국이었던 가야 연맹의 땅이었는데, 우리가 중국으로 출병하고 있는 사이에 실라가 가야를 멸망시키고 탈취한
것이 아니오?
우리 남부여가 그 정도에서 공격을 멈춘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이오.”
“자, 자! 두 분 귀인께서는 모두 들으시오. 지금 우리는 하늘아래의 주인 자리를 놓고 대동이족(大東夷族)이 모두 단결하여 중화족(中華族)을 철저히 쳐부숴야 합니다. 천지는 넓고 넓은데, 비옥하고 광활한 중원 땅을 놓아두고, 그까짓 산골짜기의 협소한 대야성 따위로 서로 싸우다니, 어린아이들의 장난도 아니고, 창피하지도 않으시오?
지금은 중화족과 천하를 놓고 한판 승부를 할 때이지, 서로 땅 따먹기나 하며 민족의 힘을 분산시킬 때가 아니오. 만약 김춘추 공이 꼭 대야성을 되돌려 달라면 우리 가우리의 영지였던 욱리하(郁里河) 땅은 언제 돌려 주려오?”
“만약 두 분 모두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 두 분 모두 옥에 가두고 돌아가지 못하게 할 것이오. 이번이 중원의 옛 동이 땅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이니, 잘 생각하여 대답들 하시오.”
“신크말치 합하의 뜻은 잘 알겠소이다. 저는 단지 일개 재상일 뿐이고, 제 위에 나랏님이 계신즉, 욱리하(郁里河)의 반환 문제나 대동이 연합군의 중원 출병 문제들은 조정의 의논을 거친 후 결정하여, 가능한 한 신크말치 공의 웅대한 꿈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연개소문 신크말치는 김춘추가 거짓말하고 돌아가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민족을
생각하는 위대한 꿈은 대야성의 복수 일념으로만 끓고 있던 김춘추나 실라 파멸에 모든 희망을 거는 의자왕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던 성충으로선 다만 듣기 좋은 희망일 뿐이었다.
이것으로 위대한 배달 민족의 결정적인 천하 통일의 기회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