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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군, 끓어진 남북 하나로 잇는다 ==


오는 3일 단기 4336년 개천절을 맞이해 평양 단군릉에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개천절민족공동행사’를 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1년만에 방북단 규모가 3배가 늘어 300명이 평양을 찾는다.
방북단은 백두산, 묘향산, 구월산 등 단군유적을 답사하며 남북이 한 겨레임을 확인하게 된다.

양측 학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단군학술대회도 열린다.
북한은 지난해 학술대회때 ‘단군왕검이 역사적 실존인물’임을 선언, 주목을 끌었다.

올해는 어떤 연구결과를 발표할지 관심이 쏠린다.
개천절의 의미와 민족공동행사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개천절 공동행사는 개천절을 우리 민족 전체의 공동 경축일로 하자는 민족진영의 열망에서 비롯됐다.

1995년부터 우리 민족 운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故) 안호상 박사를 중심으로 민족운동단체, 종단, 학회, 시민 사회단체 등이 모여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하지만 냉전이라는 시대상황속에서 보류되다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한달전인 2000년 4월 한민족운동단체연합과 북의 단군민족통일협의회가 중국 북경에서 만나 단군의 홍익인간과 이화세계의 정신을 널리 선양하기 위해 남북이 개천절민족공동행사를 함께 하기로 역사적인 합의를 했다.

이후 45차례 실무협의를 거쳐 민족의 오랜 숙원 사업의 하나였던 개천절 민족공동행사가 지난해 10월1일부터 10월5일까지 평양 단군릉에서 남측 대표단(단장 한양원 준비위원회 위원장) 100명, 천주주교사제단, 해외교포등 2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올해 행사는 지난 7월 준비위원회가 결성되면서 본격 추진됐다.
민족단체, 종단, 시민-사회단체 등 100여개 단체가 모여 개천절공동행사를 금년에도 이어가자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평양, 중국에서 수차례 실무협의를 통해 행사를 9월30일부터 10월4일까지 남-북, 해외 대표단이 참여한 가운데 평양 단군릉에서 진행하기로 북측 주관단체인 단군민족통일협의회(회장 류미영. 북측 천도교중앙지도위원회 위원장)와 합의했다.

대표단의 규모는 300명으로 9월30일 오전 고려 민항편으로 평양 순안 비행장에 도착하면서 공식일정이 시작됐다.

방북단은 도착당일 국빈대우의 환영만찬을 대접받았다.
1일 백두산 장군봉 아래에서 통일을 기원하는 천제(天祭)를 갖고,
이튿날인 2일 인민문화궁전에서 남측 단군학회 교수 20명이 참가하는 단국학술대회를 연다.

북측 역시 내노라하는 사학자들이 대거 참석해 단군을 단일주제로 한 사상 최대규모의 학술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 행사가 열리는 3일 평양 단군릉에서 단군대제가 열린다.

부대행사로 문화예술제가 열리는데 남측은 진도군립예술단과 기천문 예무단이, 북측은 예술단과 태권도단, 취주악단이 공연한다.
4일 구월산 단군유적 답사도 큰 의미를 지닌다.

분단이후 남측 일반인들에게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구월산은 황해남도 은율군과 안악군 경계에 있는 산(높이 954m)으로 ‘단군성지’로 불린다.

본래 이름은 궁홀산(弓忽山).

단군(檀君)이 도읍을 옮긴 후 은퇴한 아사달산(阿斯達山)이 바로 이 곳이라는 설이 있다.
환인(桓因)-환웅(桓雄)-단군을 모시는 삼성사(三聖祠)와 단군대- 어천석(御天石)-사왕봉(思王峰) 등 단군의 신적(神蹟)이 남아 있다.

삼성사는 당초 단군을 모시는 사당만 있었지만, 성종 때 환인·환웅의 신위(神位)를 합사(合祀)하여 삼성사라고 불렀다.
또한 6·25전쟁 때 반공의용군이 이곳을 본거지로 북한 공산군에 대항해 유격전을 벌인 전적지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행사의 의의는 남북간 동질감 회복을 위한 ‘통로’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이 남북간의 대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물꼬를 열었다면, 개천절민족공동행사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실천하는 구체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은 “민족의 원시조이신 단군 성조의 홍익인간과 이화세계의 이념을 높이 받들고 남북간 대화하고 교류 협력하는 모습을 이번 행사를 통하여 구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우전 광복회회장은 “개천절은 반만년 역사위에 우리 겨레가 홍익인간과 이화세계의 숭고한 뜻을 펼치고자 하늘을 열어 이 땅위에 나라를 세웠던 날을 기념하는 우리 민족의 축제일”이라면서 “남북이 단군 할아버지의 평화와 상생의 정신을 이어 받자”고 강조했다.

북측도 이번 행사에 꽤 적극적이다.
단군유적을 전면 공개하는 등 단군왕검을 통해 동질감을 회복하자는 남측의 제안에 화답하고 있다.
북한은 단군왕검을 역사속 인물로 선언하는 등 실체규명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이 1993년 1월 단군묘라고 불리던 평양시 강동군의 한 무덤을 발굴할 것을 지시, 조사결과 단군무덤임을 확인했다며 단군왕검을 신화에서 역사인물로 자리바꿈 했다.

또 고조선 중심지를 요령에서 평양으로 수정하고, 단군릉의 연대가 1993년 기준으로 5011±267년 전인 기원전 3000년 이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발굴한 무덤의 구조가 고구려식인데 대해선 단군의 무덤을 고구려시기에 개축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북한학계가 주장하는 고대사는 남측과 다르다.
북측은 무덤발굴을 시점으로 고조선의 중심지가 요령이라는 주장을 접고, 평양이 고조선의 중심이었다고 수정한다.

이를 통해 평양이 민족의 발상지일 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고대문명 발상지로서 대동강문화가 세계 5대 문명지의 하나라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북한의 이런 ‘단군왕검론’에 대해 남측 학계는 “주체사상”을 더욱 다지기 위한 선전용으로 간주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남측의 재야 사학계 일각에서는 북한의 주장 가운데 단군왕검이 역사적 인물이라는 점은 검증해볼만한 사안이라고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2일 평양에서 열리는 단군학술대회에서 어떤 소식이 전해질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평양 /박영순기자

2003-10-01 The daily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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