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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은 전략거점 강한세력권 입증..공주 수촌리 백제 고분군 발굴 의미]


"웅진은 백제가 도읍을 한성에서 옮겨오기 전에도 매우 중요한 전략적 거점지였다."

금동관모와 금동신발 등 국보급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온 충남 공주시 의당면 수촌리 백제고분이 기록부족으로 공백이 많은 백제사에 새롭게 던져주는 시사점이다.

발굴조사단은 수촌리의 백제시대 분묘 5기는 출토유물로 미뤄 볼때 백제의 웅진 천도 이전에 조성됐다고 추정했다.

백제고분군의 대부분이 서기 475년의 웅진 천도 이전인 4세기 말 내지 5세기 초반까지 조성됐다는 것.따라서 한성에 도읍이 있는 상태에서 웅진에 금동관모와금동신발 환두대도 등을 부장할 만큼 강력한 지방세력이 있었다는 추정이다.

그렇다면 이 고분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중앙(한성)에서 파견된 관리일 수도 있고 웅진일대를 기반으로 한 현지 유력자일 수도 있지만 중앙 관리일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동 부장품과 중국제 흑유도기 등 화려한 유물을 부장할 정도의 세력이라면 죽은 다음 한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객지(웅진)에 무덤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분석 때문이다.

따라서 이 고분군의 주인공은 웅진 일대의 지방세력일 가능성이 높고,한성을버린 백제가 왜 웅진으로 천도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학계에선 문헌기록이 없어 백제의 웅진 천도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못 한 상태다.

고구려 장수왕이 이끄는 3만 대군이 도읍 한성(漢城)을 함락하자 백제는 서둘러 웅진으로 도읍을 옮겼다.

전란의 와중에서 맨 바닥에 도읍을 정하기는 어렵기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기반을 갖춘 세력이 있는 웅진에 도읍을 정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동양대학교 문화재학과 이한상 교수(36)는 "수촌리 고분군은 백제가 웅진시대를 열기 이전에 강력한 지방세력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중앙 정권은 지방의 믿을 만한 세력과 방어에 유리한 지리적 이점을 감안해 웅진으로 천도한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기존의 공주 유적이 대부분 금강 남쪽에 있는데 비해 이번 발굴지역은 금강 북쪽에 있다"면서 "이는 백제 왕실과는 다른 현지 세력의 존재를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강 북쪽에는 방어를 위한 산성만 있다고 여겨왔으나 대규모 유적과 유물,특히 금동 부장품과 환두대도 등은 가장 강력한 지방세력이라야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금동관모와 신발 등은 한성백제의 관료제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교수는 추정했다.

중앙정부에서 고급 장신구를 지방세력에 하사해 영향력을 다지는 한편 지방 세력은 이를 통해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것.중국제 청자 등도 지방세력이직접 중국과 교류했다기보다는 중앙정부가 수입해 나눠준 것으로 이 교수는 분석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03-12-03 1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