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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과 조선족 생각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한동안 중국의 동북공정이 화제가 되고 있을 때 정작 그걸 바라보는 조선족들은 그게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데 뭘 그렇게 새삼스럽게 떠드느냐고 시쿤등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이 고구려사 역사왜곡을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이미 10여년 전부터 중국의 조선족을 상대로 지금의 동북공정 내용과 거의 같은 내용의 역사교육을 이미 실시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의 조선족들은 자기 조국이 중국이라 교육받아 왔고 또 그렇게 여기고 있으며, 고구려사는 중국의 변방역사라고 배워왔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정부가 이미 10여년 전부터 조선족을 상대로 지금의 동북공정과 거의 같은 내용의 역사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는 것을 왜 이제와서 문제 삼는가? 그리고 한국사 역사교재에는 왜 고구려사만 나오고, 고구려를 승계한 발해사, 금사, 청사는 중국사 교재에 나오는가?

필자는 연변에 가는 기회에 중국의 역사교육이 조선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조선족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예상대로 나이 든 분을 제외하고 젊은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조국을 중국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중국보다 한국에 더 친숙감이 느껴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혹시 한국에 친척이 있거나 한국과 인연을 맺을 기회가 있었느냐고 물어보니 그런 것은 아니고 TV에 나오는 한국이 끌린다고 하였다. 호텔로 돌아와서 비로소 그 학생이 한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호텔 1층 로비 등에는 TV가 몇 대 있었는데, TV를 보니 한국 연속극에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있었다. 호텔직원 말로는 연변 아줌마들은 “금쪽같은 내새끼”를, 학생들은 성모 탤런트가 나온 “황태자의 첫사랑”이 매우 인기있다고 하였다. 방에 와서 TV를 켜니 실제로 SBS, NBC, KBS TV가 모두 한국과 동시 방영되고 있었다.

신기하여 호텔직원에게 중국정부에서 TV 시청을 막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중국정부도 모르는 척 묵인하고 있기 때문에 웬만큼 돈이 있는 집은 위성시청 장비를 구입하여 연속극을 본다고 하였다. 그걸 보고 있으니 중국정부의 동북공정도 대외적으로는 몰라도 조선족에게는 별 소득이 없는 것 같았다.

한국 TV의 위력은 대단하여 북한방송은 쳐다보지도 않고 오직 한국방송만 본다고 하였다. 학생들 말로는 자기들은 학교에서 배울 때 남한은 악독한 사람들만 사는 나라이고 북한은 선량한 사람들이 사는 천국과도 같은 나라라고 교육받고 자랐는데, 그러한 생각이 바뀐 것은 80년대에 중국 민항기가 한국에 불시착했을 때라고 한다.

그때 한국 실상이 중국 TV에 방영되고, 또 민항기에 탔던 사람들이 돌아올 때 그 당시 중국 중산층이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칼라 TV등 전자제품을 선물로 받아와서는 중국 공안이 입을 다물라고 교육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끼리 한입 두입 건너 퍼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뒤 88올림픽이 개최되면서 한국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였다. 연변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 사람들 중에 사기꾼이 많다고 욕을 하면서도 한국에 초청받아 가고 싶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화족 남.여는 조선족 남.여와 매우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조선족이 거부하여 조선족끼리 결혼을 한다고 한다. 조선족이 갑자기 인기가 부상한 것은 전에 한국 TV에 이순재씨가 대발이 아버지로 나오는 연속극이 중국 TV에 방영되었는데, 그 연속극에서 중국의 남성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게 이순재씨가 가부장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 중국인에게 그렇게 좋게 보여질 수 없어 조선족 남성의 인기가 폭등하고 또 조선족 여성의 인기도 함게 폭등하였다고 한다. 중국의 남자들은 집안에 들어가면 식사, 빨래 등 온갖 잡일을 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고 중국 여성들에게 슬슬매는데, 한국 TV에 나오는 한국 가정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가지 가슴이 아픈 것은 조선족 여인이 한국에 장기간 일을하러 오면 그 가정은 대부분 깨어져 이혼한다고 한다. 한달에 70-80만원씩 부쳐주는 돈은 조선족에게는 큰 돈이지만 그 돈을 받은 남편은 일하러 가지 않고 놀러다니고, 애들은 공부하지 않아 어떤 학교는 한반에 40%가 이혼한 자녀라고 한다.
그리고 조선족 남자 중에 40이 넘은 노총각이나 홀아비가 많고 그러한 공간을 채워주는 것이 북한에서 탈북한 여자들이라 한다. 탈북한 여성은 밥만 먹여주는 조건으로 그집 일을 돌보며 한집에서 산다고 한다. 탈북한 여자들은 그러한 연고라도 만들어 숨어살지 않으면 중국 공안에 붙들려 간다고 한다. 밥을 못먹어 굶어죽지 않으려고 탈북한 북한 여성이나, 이혼하고 홀애비가 되어 탈북한 북한여성과 사는 조선족 남자들 어느 쪽도 가슴아픈 사연이다.

정부는 여태껏 조선족에 대한 정책에 소흘했지만 다행히 한국 TV가 한국 홍보를 어느 정도 해주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조선족에 대해서 뒷북 정책이라도 제대로 해서 교육.문화방면에 지원과 교류를 늘려주면 좋겠다고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