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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못벗는 ‘발굴 설명회’

지난 11일 경남 창녕에서 발굴 현장설명회가 열린 송현동 고분은 고고학계는 물론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1,500여년 전의 대형 고분이 공식 발굴된 것은 1971년 무령왕릉, 73년 천마총·황남대총 발굴 이후 30여년 만의 일. 더구나 보름전, 이 고분에서 고대 일본식 구유형 목관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찍부터 학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설명회에서도 칠기용기, 제사용 토기, 금제 귀고리, 동탁 등 귀중한 유물과 유구가 잇따라 공개됐다.


문화재청에서도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대거 참가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발굴 현장 설명회는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으로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수십년 만에 열린 고분 발굴 설명회였지만 정작 고분 전문가는 한 명도 초빙되지 않았다. 무덤 내부 공개 때에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아찔한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했다.


문제는 유홍준 청장의 행보였다. 유청장은 맨 먼저 무덤 안으로 들어가면서 카메라 기자를 동행하게 했다. 이로 인해 마감 시간에 쫓긴 기자들 사이에는 먼저 무덤 안을 취재하려고 경쟁을 하기도 했다. 이어 일반인들도 2~3명씩 한꺼번에 들어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무덤 바닥에는 목관, 인골, 토기 등이 수습되지 않은 채 놓여 있어 자칫하면 유물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다.


이뿐 아니었다. 무덤 공개에 앞서 열린 설명회 때에도 유청장은 고고학 전문가가 아닌, 친구인 교수들을 참가자들에게 인사시키며 자신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한 사람은 “유청장이 현장 설명회를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가”하고 걱정어린 표정을 지었다. 한 고고학 관계자는 “(하룻밤 사이에 발굴을 끝낸) 무령왕릉의 졸속 발굴이 생각날 정도였다”며 “이제부터라도 철저히 준비해서 공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운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