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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아래 숨겨진 비밀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 이윤수 연구원

“동해물과 백두산이….” 우리 애국가 첫머리에 등장하는 동해의 한복판에서 묵묵히 한반도를 지켜온 독도. 독도는 어떤 섬일까?

독도의 해저 지형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은 1997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해양탐사 결과에서 비롯되었다. 바다 수면 아래에 독도를 떠받치고 있는 직경 약 24㎞인 탁상모양의 거대한 해산(海山, 독도해산)이 발견된 것이다.

독도는 거대한 탁상 위에 솟은 작은 뾰두라지와 같은 형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독도 서쪽에는 이와 같은 해산이 바닷물 밑에 2개(탐해해산과 동해해산) 더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독도해산은 독도의 본체이며 주변의 탐해·동해해산과 함께,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약 2300만년 전 한반도 동남부와 일본열도는 서로 붙어 있었다. 이 당시 동해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약 2300만년 전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가 강렬한 화산활동과 함께 벌어지기 시작하였는데, 바로 동해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후 일본열도는 한반도로부터 점점 멀리 떨어져나가다가, 1500만~1600만년 전 필리핀 해양 지각판과 충돌하면서 오늘날처럼 가운데가 휘어진 형상을 갖게 되었다. 1500만년 전 이래 동해는 오늘날과 유사한 모습으로 되었다.


동해에는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온 몇몇의 대륙조각들이 바닷물 아래 잠겨있다. 그것들을 사이에 두고 동해는 3개의 분지(盆地)로 나뉘는데, 그 중 하나가 독도해산·탐해해산·동해해산과 울릉도가 속한 울릉분지이다.

동해처럼 대륙의 가장자리가 떨어져나가면서 만들어진 해저분지들은 지질학적으로 독특한 해양지각 구조의 형태와 지구물리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울릉분지는 해양지각구조의 하부층이 유난히 두껍고, 해양지각의 특징인 지구물리적 특성이 나타나지 않아 학계의 논란이 되어 왔다. 이 때문에 울릉분지는 대륙지각이 엿가락처럼 늘어져 형성됐다는 설과 해당지역의 지각 바로 아래에 있는 맨틀(mantle) 물질이 올라와 형성됐다는 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독도·탐해·동해해산은 정상의 평평한 부분이 수심 200~300ｍ 정도로 얕다. 3개 해산과 울릉분지가 동해와 동시에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동해가 다 만들어지고 난 뒤 단순히 지구중심의 맨틀로부터 화산이 분출돼 만들어졌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매우 수심이 얕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들 해산에서 어떠한 시추작업도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화산폭발로 독도가 만들어질 때 독도해산에 있는 물질 일부가 끌려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현무암 조각만을 독도 육상에서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이 암석 조각의 암석연대 측정결과, 독도해산이 적어도 460만년 전보다 더 이전에 형성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도해산을 비롯한 이들 해산들의 지질학적 연구는 울릉분지의 특이한 지각구조의 수수께끼를 풀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부터 동해 전체의 형성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려줄지도 모른다. 러시아 과학자들이 울릉분지에서 맨틀 초기 분화물인 피크라이트(현무암의 일종)를 끌어올린 바 있어, 울릉분지의 기저에 해양지각이 존재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독도·탐해·동해해산 3형제는 우리나라 지각 아래 깊숙한 곳, 즉 맨틀이 보내준 귀한 선물이다. 이 3형제 해산이야 말로 우리의 것이기에, 우리가 먼저 연구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제학계에 알려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