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253
일본은 독일과 어디가 다른가
독일에는 이미 여러 곳에 유대인 관련 기념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는 수도 베를린의, 서울로 말하면 세종로쯤 되는 요지에 유대인 추모공원을 새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독일은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할아버지들이 자행한 유대인 박해의 진상을 알리는 역사공부를 지속적으로 시킨다.
1970년 12월의 강추위 속에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옛 유대인 집단거주지(게토)에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나치 독일의 만행을 사죄했다. 그런데도 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최근 부켄발트 유대인수용소 해방 60주년을 맞아 다시 유대인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사죄했다.
독일인들의 과거반성은 끝이 없다. 일상생활의 일부 같다. 일본인들이 한국을 향해 총리가 바뀔 때마다 한국에 사과만 하라는 것이냐고 큰소리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쿄의 긴자나 신주쿠에 징용으로 끌려간 조선인 근로자들과 위안부들과 중국의 난징(南京) 대학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비라도 하나 세워지기를 바라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아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무솔리니의 이탈리아와 함께 독.일.이 파시스트 추축의 악의 파트너였던 독일과 일본은 어디가 달라서 그런가. 네덜란드 언론인 이안 부루마는 히틀러의 독일과 쇼와(昭和)천황의 일본이 1930년대와 40년대에 저지른 만행을 두 나라 국민이 어떻게 기억하고 반성하고 극복하고 있는지를 비교 연구한 결과를 '죗값(Wages of Guilt)'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했다.
부루마는 말한다. "19세기 말부터 일본은 독일을 모델로 삼았다. 기이하게도 전전(戰前)에 일본을 매혹시킨 것들-프러시아적 권위주의, 낭만적 민족주의, 유사(類似) 과학적 인종주의-이 독일에서는 빛을 잃었는데 일본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다." 부루마는 전후의 독일은 군인정신, 인종적 순결성, 국가를 위한 희생 따위의 나치 독일의 잔재를 청산하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독일과의 동맹에 향수를 갖는데 독일은 낭패감을 느낀다고 한다.
독일과 일본의 차이는 문화적인 것인가, 정치적인 것인가. 부루마는 정치적인 것이라고 본다. "태생적으로 위험한 국민은 없다. 위험한 사태가 있을 뿐이다. 위험한 사태는 자연의 법칙이나 역사나 국민성의 결과가 아니라 정치형태의 결과다."
일본의 대신(장관)들은 정치인이다. 거듭된 망언으로 한국과 중국인들의 옛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문부상과 외상도 정치인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해 한국과 중국을 계속 자극하는 데서 사디즘적 쾌감을 느끼는 고이즈미 총리는 그들의 우두머리다. 과거에 대한 일본의 도덕적 불감증이 정치적인 문제라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1급 전범 출신으로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 아베 신조가 지금 자민당 간사장 대리로 우익 정치세력을 이끌고 있는 사정을 봐도 그렇다.
그러나 정치를 좌우하는 것은 정치문화요, 정치문화의 토대는 그 나라의 문화 수준, 의식 수준, 지적(知的) 수준이다. 통틀어 문화적 상식(Cultural literacy)이다. 맥아더 장군은 1945년의 일본을 정신연령 12세 정도 되는 아이에 비유했다. 일본에는 유럽문명의 계몽주의적.휴머니즘적 전통을 잇는 괴테 같은 인물도, 나치 폭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토마스 만 같은 작가도 없다. 경제대국의 지적 후진성이 문제다.
일본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면 일본은 정신적.문화적.지적 발달장애에 걸린 것 같다. 일본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을 스스로 박탈하고 있다. 그런 일본을 상대로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독도는 실효적 지배를 계속하면 된다. 역사교과서는 두 나라 시민사회, 특히 젊은 네티즌들의 교류와 대화를 넓혀 가면 일본 우익의 편협하고 전시대적인 역사기술은 설 땅을 잃을 것이다. 일본 우익이 한류에 열광하는 일본 여성들과 젊은이들을 보고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을 보면 역사적 진실은 분명히 우리 편이다.
Page : 59 / 183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
---|---|---|---|---|
2254 |
中 日대립 격화 긴장도조
[0]
![]() |
국민일보 (펌 | 2005-04-15 | 2343 |
☞ |
독일과 일본은 어디가 다른가?
[0]
![]() |
김영희 | 2005-04-15 | 2311 |
2252 |
김운회의 '대쥬신을 찾아서' <3>
[0]
![]() |
다물 | 2005-04-14 | 2545 |
2251 |
일본 태자비 정신질환
[0]
![]() |
최병국 | 2005-04-14 | 2784 |
2250 |
중국과 일본의 충돌 주시한다.
[0]
![]() |
관리자 | 2005-04-14 | 2382 |
2249 |
중국역사교과서 왜곡 2
[0]
![]() |
지호일 | 2005-04-13 | 2430 |
2248 |
중국역사교과서 왜곡"발해 당의 지방정부로...
[0]
![]() |
강주화 | 2005-04-13 | 2399 |
2247 |
일본 극우단체 후원회 307명 명단공개
[0]
![]() |
관리자 | 2005-04-12 | 3470 |
2246 |
고구려 동천왕때 벽비 공개
[0]
![]() |
남경욱 | 2005-04-12 | 2402 |
2245 |
일본이 제국주의 모순에 빠지는 이유
[0]
![]() |
줄리향 | 2005-04-12 | 2230 |
2244 |
을사조약 무효선언 무서공개
[0]
![]() |
조운찬 | 2005-04-12 | 2295 |
2243 |
일교과서중 일본판이 객관적
[0]
![]() |
관리자 | 2005-04-12 | 2387 |
2242 |
겁먹은 일 우익 역으로 활용하는 지헤
[0]
![]() |
신상윤 | 2005-04-11 | 2205 |
2241 |
한국샌프란시스코조약때 대마도영유권요구
[0]
![]() |
관중 | 2005-04-11 | 2238 |
2240 |
단군조선의 영토와 수도 강연회
[0]
![]() |
daangoon | 2005-04-11 | 2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