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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재 선생의 생가를 다녀와서 >>>
우리나라의 상고사를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알아야 할
조선의 자존심을 꼿꼿이 지켰던 선비요 역사가인
단재 신채호 선생.
단기 4338년 양력 3월 25일
야트막한 산들에 둘러싸인 조용한 산마을
(현 대전광역시 중구 어남동)
올해는 유난히 3월의 꽃샘추위 바람이 몹시 불고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내방객은 아무도 없었다.
텅 빈 선생의 고택을 바라보며
지난날 선생이 망국의 민족을 향해 절규하던
그 한 맺힌 소리가 가슴 속까지 메아리치는듯 했다.
선생의 저서 '독사신론'에
<<< 역사를 집필하는 자는
반드시 그 나라의 주인공 되는 한 민족을 선명히 내놓고
그를 주체로 삼아야 한다.
그리하여 그의 정치가 어떻게 긴장되고 해이 되었으며
그 실업은 어떻게 발전하고 정체되었으며,
그 무력이 어떻게 성쇠 하였으며, 그 습속이 어떻게 변하였으며
기타 다른 나라들과 어떻게 외교하고 무역하였는가를
서술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야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그것은 무정신(無精神)의 역사이다.

무정신의 역사는 무정신의 민족을 낳으며
무정신의 국가를 만들어 낼 것이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지금 이 나라는 무정신의 역사를 가르쳐 온지
벌써 수 백년의 시간이 흘렀고
일제의 악독한 한민족의 역사와 정신 말살정책의 폐해는
지금도 우리의 역사책에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더우기 중국은 우리의 역사인 발해 이전의 역사를 모두
중국역사에 편입 시키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동원해 조작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 의해 말살당하고 왜곡돼 근본을 잃고 헤메는
우리민족는 장차 어디로 갈 것인가?
민족의 미래를 짊어질 우리 청소년들은
이 민족의 혼이 담긴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데
무엇으로 이 민족의 정신을 바로 잡는단 말인가!
어리석은 종교인들은
제 조상과 민족역사를 부정하는 패악을 저지르면서도
오히려 부끄러워하지 않는 오늘의 우리 슬픈 현실과
주체적이고 혼이 담긴 역사를 쓰고 가르치지 못하는 학자들과
정신 없는 정치가들의 모습이 머리 속에 떠오르며
소리 없는 울분과 피가 거꾸로 솟았다.
고려때의 행촌 이암선생의 [단군세기 서]에
국유형(國猶形) 사유혼(史猶魂)이라는 말이 있다.
국가라는 것은 우리의 몸뚱아리와 같고,
역사는 우리 몸속에 있는 혼과 같다는 말이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이나 국가는 혼 빠지고 얼 빠진 인간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과 다름없다.
그것은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아무런 가치관도 정신도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타민족의 정신적 노예가 될 것이고
나라를 빼앗겨도 되찾을 명분도 없어지는 것이다.
진정한 세계인이 되기 위해는 나의 혼,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는 역사의 혼이 없는 민족이다.
민족의 주체성을 부르짖는 것은 결코 배타적인 국수주의가 아니다.
우리 역사 깊이 내재해 있는 재세이화, 광명이세, 홍익인간 정신은
진정한 평화세계를 이루고자 하는 우리민족의 광명정신인 것이다.
나는 선생의 동상 앞에 머리 숙이고 잠시 고축했다.
이 민족의 역사 정신을 계몽하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당신의 재능을 빌려 달라고......
발길을 돌리는 내 몸을
역사와 혼을 잃은 한민족의 고뇌보다 더 날카롭게
꽃샘바람이 휘감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