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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왜곡의 뿌리는…서울역사박물관 전시회

입력: 2005년 05월 29일 18: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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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일본 문부성은 후소샤판을 비롯한 8종의 역사 교과서에 대해 검인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왜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일본 극우세력들이 교과서 채택이 끝나는 8월말까지 후소샤 교과서의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4년전의 채택률 0.03%를 10%대로 끌어올린다는 게 그들의 목표다. 교과서 왜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후소샤판 교과서 제작은 일본의 우익이 교과서 시장에 본격 뛰어든 첫 사례다. 1982년에는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교과서 왜곡에 간여해 큰 물의를 빚었다. 왜곡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교과서 왜곡의 뿌리는 어디일까.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역사교과서 특별전 ‘2005년 거짓과 왜곡’은 일본 교과서의 역사를 통해 왜곡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전시다. 독립기념관(관장 김삼웅)이 2001년 역사왜곡 파동 당시 일본 고서점가를 돌며 구입한 일본 역사교과서 가운데 100여종을 골라 국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교과서 왜곡의 배경과 식민통치의 실상이 사진 자료와 그림으로 전시돼 있다. 일제의 아시아 침략상을 담은 사진과 전범들의 모습은 교과서 왜곡이 일본 군국주의와 무관치 않음을 말해준다.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하는 교과서는 ‘관판사략’이다. 1872년 문부성이 발간한 일본 최초의 소학교용 역사교과서로 전4권 중 2권이 진열대에 놓여있다. ‘관판사략’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이 때 벌써 우리 역사를 왜곡 서술하고 있다는 점. ‘황국’ 부분에서 “삼한을 벌(伐)하여 종속시켰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임진왜란을 ‘조선정벌’로 표기해 삽화와 함께 실었다. 130여년전 메이지 시기에 이미 군국주의적 요소가 교과서에 반영된 것이다. 근대교육이 도입되고 만든 첫 교과서에서부터 한국사 왜곡이 시작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교과서 왜곡은 이어졌다. “고대 한국은 일본의 속국이었다.” “고대 한반도 문화는 중국 문화일 뿐이다.” “일본은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청일전쟁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신라왕 항복도’나 ‘신공황후 신라정벌도’처럼 임나일본부설을 그린 삽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의 그림들도 등장한다.


러일전쟁을 앞둔 1903년 일본은 소학교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꾼다. 이후 1947년 교과서에 대한 전면 손질이 이뤄지기까지 7차례의 개정이 이뤄지는데, 그 때마다 교과서는 일제 군국주의의 이념을 충실히 대변한다. 이를 테면 1910년 개정판에서는 러일전쟁을 ‘동서고금을 통해 황(黃:동양)이 백(白:서양)을 이긴 최초의 전쟁’이라며 승리를 자축하는가 하면, 1934년 개정판에서는 만주국 수립 이후 황국사관을 고취시키려는 내용을 담기도 한다.


1903년 첫 국정교과서 편찬을 주도한 사람은 기다 사다기치(希田貞吉). 당시 문부성 교과서 편찬관이었던 그는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일본과 조선은 뿌리가 같다)을 주창한 사학자로, 그의 역사인식은 일본 교과서 편찬에 일관되게 계승되었다. 2차대전 종전 후 1947년 일본의 교과서 편찬은 모두 검인정 체제로 바뀌고, 그 체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시는 군국주의 시대의 교과서들과 함께 왜곡 파동을 일으킨 1982년, 2001년도에 간행된 교과서도 함께 보여준다. 지난 4월 검정을 통과해 공식 출판을 기다리고 있는 8종도 표지가 없는 백표지본 형태로 전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방군의 위치, 신라와 당의 관계 등 한국사의 주요 왜곡 사례를 보여줘 역사왜곡의 실상을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독립기념관 박걸순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일본 역사 왜곡의 뿌리가 군국주의이며 왜곡의 역사가 100년 넘게 이어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며 “전시에 맞춰 후소샤판 등 왜곡 교과서 채택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함께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6월19일까지. (02)724－0146


〈조운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