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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비봉리 각종 유물 봇물::)
국립김해박물관(관장 김정완)이 지난해 11월30일부터 발굴중인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 신석기시대 저습지 및 패총(貝塚·조개더미) 유적이 국내 신석기시대 역사를 다시 쓸 자료의 보고로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이곳의 신석기시대 중기의 대규모 도토리 저장 구덩이(16기)에서 발견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망태기와 제분된 도토리 탄화물 등은 시작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신석기시대 조기와전기 부석층에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그림이 선각(線刻)된토기와 검형목기(劍形木器), 신석기시대 최초의 분석(糞石·사람이나 동물의 배설물이 굳어 화석처럼 된 것) 등이 출토되면서 창녕 비봉리 유적은 국내 신석기 고고학의 각종 기록들을 잇달아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그동안의 조사에서 채집(도토리와 가래,솔방울, 조개껍데기)과 어로(바다생물·잉어뼈), 사냥(사슴·멧돼지뼈), 가축(개뼈), 농경 내지 경작(탄화조) 등 신석기시대 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는 구체적인 먹을거리 자료들이 확보돼 지금까지 토기와 석기 중심이었던 우리나라 신석기문화 연구를 한차원 높일 수 있게 됐다. 이곳에서 나온 각종 유기물의 분석을 통해 당시 생업이나 고환경, 생태계의 연구와 복원이 가능하다.


경남 밀양시 청도면에서 발원해 낙동강과 합류하는 청도천 하류서쪽에 위치한 창녕 비봉리 유적은 국내에서 처음 발굴되는 신석기시대 저습지 유적이다. 낙동강과의 거리가 불과 4㎞ 밖에 안되며 부곡온천과도 가까운 이곳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주변농경지 일대가 침수돼 배수장을 신축하면서 유적의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출토된 유물 대부분이 우리나라 최고나 최초로 평가되는 것은 저습지 유적이라 각종 유기물이 썩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해안 신석기문화권과 맥락을 같이 하는 창녕 비봉리 유적에서신석기시대 전기간에 걸친 양호하고 분명한 토기편년자료를 확보한 것도 이번 조사의 두드러진 성과다. 그동안 남해안 바닷가에서 조사된 패총의 경우, 파도와 태풍으로 인해 유적의 층위는 물론 유물이 섞이면서 학자들에 따라 이견이 분분했었다. 그러나이번에 조용한 내만에 위치한 창녕 비봉리 유적의 조사를 통해 융기문(신석기시대 조기)→압인문(전기)→태선(굵은)침선문(중기)→이중구연토기(만기)로 이어지는 신석기시대 토기편년이 분명해졌다. 남해안 신석기문화는 조기(기원전 5000년 이전)와 전기(기원전 5000~4000년), 중기(기원전 4000~3000년), 후기(기원전 3000~2000년), 만기(기원전 2000~1000년)의 5기로 나누고 있는데,이번 창녕 비봉리 유적에서 확보된 토기를 통한 상대연대뿐만 아니라 방사성탄소(꺪C) 연대측정을 통해 절대연대를 알 수 있는다량의 유기물을 확보한 것도 큰 소득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신석기시대 초기에 낙동강 중류 혹은 그 지류(현재의 창녕, 밀양 지역)까지 바닷물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발굴조사단은 보고 있다. 큰 물(바다)에서 사용되는 결합식 낚싯바늘과 대형 석제 어망추 등 바다용어로도구와 재첩 및 굴, 꼬막껍데기, 상어 척추뼈와 가오리 꼬리뼈 등이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도토리의 떫은 맛을 내는 탄닌을 제거하고 분말까지낸 것이나 이곳에서 출토된 석기가 남해안 것과 유사한 점을 통해 볼 때 두 지역 간의 교역 가능성도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영창기자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