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입니다

home > 문화


중앙亞 ‘벽화의 비밀’ 풀렸다

‘오타니 서역벽화’ 韓·日 공동 보고서 출간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이 소장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벽화의 구조와 구성물질, 제작기법, 안료성분, 조성연대 등의 비밀이 밝혀졌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실장 강형태)이 오는 10월28일 개관하는 서울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아시아실에 전시할 서역벽화의 보존처리를 실시하면서 지난 2002~2004년 일본 도쿄(東京)문화재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결과가 최근 일본 주오코론비주쓰슛판(中央公論美術出版)사에서 보고서로 출간됐다.

‘오타니 탐험대가 가져온 서역벽화 보존수복에 관한 종합연구(大谷探檢隊將來西域壁畵の保存修復に關する總合硏究)’란 제목으로 나온 보고서가 바로 그것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서역벽화에 대한 총론과에는 한·일 보존과학자와 미술사연구자의 논문 5편, 도판 등이 실려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서역벽화 60여점은 일본 교토(京都) 니시혼간지(西本願寺)의 제22대 문주(門主)였던 오타니 고즈이(大谷光瑞·1876~1948)가 이끈 탐험대가 13년간(1902~1914년) 3차례에 걸쳐 타림분지 일대의 고대 오아시스 도시들을 돌며 수집한 것이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속하는 투루판(吐魯蕃)의 베제클릭·야르호 석굴과 쿠차(庫車)의 키질 석굴 등에서 주로 절취된 이들 벽화는 대부분 미공개 유물로 오타니의 별장이었던 일본 고베(神戶) 니락소(二樂莊)에서 보존처리한 뒤 보관해오다가 1916년 옛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기증됐다.

이후 90년 가까이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오면서 채색안료가 떨어져나가거나 변색되는 등 전시하기에 문제가 적지 않아 크기가 비교적 작은 소품(小品) 6점이 보존처리를 거쳐 지난 2003년 12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서역미술’에서 공개됐다. 이번 보고서는 당시 보존처리 과정에서 밝혀진 연구결과 등을 담고 있다.

◈벽화의 구조와 구성물질, 제작기법〓천불도(千佛圖) 4점과 석굴 내부의 천장과 벽면 사이를 장식하는 띠문양(벽화화식장막·壁畵花飾帳幕) 2점 등 총 6점의 재질을 조사하고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서역벽화는 벽화 본체의 두께가 7~14㎜ 정도이며 흙에 지푸라기를 혼합해 벽체를 조성하고 벽화면에 석고를 얇게 바른 뒤 그 위에 각각의 색상을 채색해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토벽 벽화와 유사한 기법으로 석회를 주재료로 하는 회벽 벽화에 비해 구조적으로 취약한 편이며, 벽화를 절취한 뒤 운반과 보관을 위해 벽체를 얇게 깎아내 벽화편은 더욱 약한 상태란 게 이들 벽화의 보존처리를 담당한 이용희·조연태(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씨의 견해다. 벽체 조성시 흙벽이 갈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흙에 섞어 넣은 지푸라기는 광학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밀이나 귀리, 호밀 등 곡물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벽화는 일본 고베 니락소에서 나무상자 안에 고정된 뒤 흙과 지푸라기, 기와편 등으로 빈 공간을 채우는 방식으로 보존처리됐다. 이번 조사에선 니락소에서 보존처리할 당시 벽화의 충전물(흙, 지푸라기 등)을 나무 보호틀에 견고하게 고정시키기 위해 사용된 아마로 만든 끈과 벽화의 원 벽체와 충전물을 구분하기 위해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조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종이를 벽화 뒷면에 붙인 사실 등도 확인됐다.

◈벽화의 안료분석〓독일에서 개발된 비파괴 분석기인 이동형 엑스선형광분석기(XRF)와 엑스선회절분석기(XRD)를 사용해 천불도와 벽화화식장막, 승상(僧像), 본생도(本生圖) 등 8건 14점의 벽화에 대한 안료분석 결과 철(Fe)이 다량 함유된 점토층 벽체에 발색을 좋게 하기 위해 석고 등의 흰색 안료를 바른 뒤 광물질 안료로 각종 색상을 채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 유혜선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청색안료는 청금석(靑金石), 녹색은 구리(Cu)가 주성분인 공작석(孔雀石), 주홍색·적색·자주색은 연단(鉛丹)·산화철(酸化鐵), 흑색은 탄소(炭素), 황색은 비소(As)가 주성분인 석황(石黃), 갈색은 납(Pb) 계통의 화합물이 각각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부처님이나 승려상 눈의 흰자위는 석고 대신 연백(鉛白)이 사용됐다.

◈벽화의 조성연대와 출처 확인〓승려들로 구성된 오타니 탐험대는 불교문화에 대한 높은 식견으로 서구열강의 탐험대에 비해 비교적 수준높은 유물을 수집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고미술사학적인 소양의 부족으로 벽화에 대한 기록을 거의 남겨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확한 출처를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보고서에서 벽화의 절대연대 측정과 함께 전문연구자의 현지답사를 토대로 일부 벽화의 출처가 확인돼 관심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이 위구르 시대 베제클릭 석굴 벽화인 천불도(유물번호 본 4096)의 벽체에서 채취한 지푸라기를 서울대에 보내 가속기질량분석기(AMS)로 방사성탄소(꺪C)연대를 측정한 결과 990~1210년(중심연대 110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위구르 시대 벽화제작 연대를 10~12세기로 추정해왔던 국립전주박물관 민병훈 학예실장은 “위구르 시대의 벽화는 도상의 특징에서 중국 당풍(唐風)의 영향이 농후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제작시기를 9~10세기로 소급해 추정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번 연대측정에서 나의 주장과 합치되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지난 1993년부터 매년 실크로드를 답사해온 민 실장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의 현지조사와 기존 연구성과로 석굴의 출처가 밝혀진 7~12세기 본생도(키질 석굴 제206굴)와 승상(〃 제219굴), 벽화화식장막(베제클릭 석굴 제15굴), 천불도(야르호 석굴 제4굴) 등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서역벽화 4건 9점의 출처확인 과정과 도상특징도 소개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