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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악귀 쫓는 민속신앙 재연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악귀를 쫓기 위해 원추형 돌탑에 모여 정성을 빌던 정월대보름 민속신앙이 해마다 충북 옥천의 한 산골 마을서 재연되고 있다.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마티마을 주민들은 정월대보름인 12일 마을 어귀에 자리잡은 원추형 돌탑(높이 5ｍ, 지름 7ｍ)에 모여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비는 탑신제(塔神祭)를 올릴 계획이다.

마한시대부터 전해온 고대신앙으로 알려진 이 풍습은 1996년 충북도 민속자료 1호로 지정됐다.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돌탑 앞에 둘러선 주민들은 제주(祭主)의 초헌(初獻)에 맞춰 각자의 소원을 빌며 큰 절을 올린다.

길운 든 사람 가운데 선발되는 제주는 한달 가까이 몸가짐을 청결히 하고 바깥출입을 금하며 부부간 동침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탑제를 마친 주민들은 마을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 기러기 모양의 솟대(높이 5ｍ)와 장승에 술잔을 올리는 솟대제와 장승제로 풍년과 건강을 기원한다.

올해처럼 윤달이 들면 솟대와 장승을 교체하는 데 주민들은 원목으로 쓰일 '신목(神木)' 앞에 떡시루를 놓고 정성을 빈 뒤 나무를 베는 절차를 밟는다.

올해 제주로 뽑힌 김동훈(58)씨는 "그동안 정성껏 제를 올린 덕에 마을에 궂은 일이 생기지 않고 외지로 나간 후손들도 잘 산다"며 "다만 젊은이들이 도회지로 떠난 마을에 노인만 남아 탑신제 명맥이 언제까지 유지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