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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에 독자방 관리지인 산맥처럼 님이 중국방문때 만난 조선족처녀와의 대화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한민족이라는 생각이 무색하내요

제가 다녀온 곳은 중국 산동성에 위치한 청도(靑道)입니다. 중국은 모두 32개의 성이 있는데, 그 중 산동성은 인구가 약 8,600만명 정도로 남과 북의 인구를 합친 것보다 더 많고, 면적은 한반도 전체 면적보다 약간 더 큽니다. 그 안에 있는 청도시는 역사 및 문화도시이나 최근에는 무역 및 관광 도시로 발전하고 있으며 약 690만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고, 그 안에 7개의 구와 5개의 현급 도시가 있으며 약 5만명 정도의 한국 교포가 살고 있으니 한국인들의 영향력이 나름대로 꽤 큰 도시입니다. 심지어 청도시 당국에서는 "우리 청도시에 한국인들이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니 한국 교포 및 관광객들에 대해 많은 배려를 해줘라"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이러한 청도시를 방문한 이유는 "한중민간문화교류사업" 차원에서입니다. 제가 다니는 절의 주지스님은 예전부터 해외포교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청도에서 자리를 잡은 교민 중 장안사 신도분의 요청에 따라 수차례 방문하여 청도에 불교문화를 전파하고 포교사업을 해나가고자 하는 것이 이번 방문의 목적입니다.

이번에 함께 출국한 분 중에는 사업가 4명, 스님 2명, 저 이렇게 7명이 나갔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나름대로 쟁쟁한 분들이지만 그 분들에 대한 소개는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않겠습니다. 노무현 찍은 사람 4명, 이회창 찍은 사람 2명, 무투표 1명이고 연령은 제가 최연소자로 38세이고, 사업가인 78세의 어르신까지 동행했다는 정도만 말씀드리죠. ^^;

서울과 1시간 정도 시간차가 나는 청도시에 도착해서 바닷가를 끼고 있는 고과원(우리나라로 말하면 자치구 정도 되는 곳임)이라는 곳의 Golden Beach Hotel(海岸大酒店)이라는 곳에 숙박을 했습니다. 하하.. 한자로 표기하니까 무슨 주막집 같지 않습니까? 아마 제 생각에는 취권 같은 예전 중국 영화들 보면 1층에는 술이나 음식을 파는 주점이 있고, 2층은 숙소가 있는 중국의 주막을 본따 호텔을 대주점(혹은 대반점)이라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청도 교민들과의 만남을 갖고 교민들 주최의 만찬에 참석을 한 후(싱싱한 전복 원없이 먹었습니다.) 교민들과 교류가 빈번한 조선족이 운영하는 약탕 및 안마장(이상한 상상 하지 마시길.. -_-;)에 갔습니다. 나무 목욕통 비슷한 곳에 개인용 욕조가 있고 그 곳에 한 20분 정도 몸을 푹 담근 후 약증기찜으로 10분 정도 하고 나오니 찌뿌둥한 몸이 쫘악 풀리더군요. 그리고 난 후 같이 가신 분들과 함께 발맛사지(발안마)를 1시간 정도 받고 난 후 같은 건물 내에 있는 카페(중국어로 가비=커피)에 가서 맥주(중국어로 비주)를 한 잔 했습니다.

조선족이 운영하는 곳이다보니 총 35명의 종업원 중 조선족이 15명이나 되더군요.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마침 데스크에 앉아 있는 예쁘장한 처녀 또한 조선족인데 말씨가 경상도 말씨 비슷한 것으로보아 유민 1세대인 할아버지의 고향이 경상도 어디쯤인 것 같습니다. 상냥하고 친절한 그 조선족 처녀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동행한 어른들도 있고 해서 개인적인 대화는 나누지 못한 채 맥주만 몇 잔 더하고 숙소에 왔습니다.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그냥 자기가 너무 섭섭해서 동행하신 분 중 젊은 축에 속하는 세 명(38살, 41살, 52살)이 따로 나와 중국 시내를 택시 한 바퀴 타고 쭉 돌아본 후 다시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마셨습니다. 하루 2교대로 12시간씩 근무한다는 그 조선족 처녀는 아침 8시까지 근무라고 하더군요. 마침 손님은 우리밖에 없고 해서 잠시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대화 내용 중 우리 서프랑원들도 흥미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아 정리해봅니다. (앞은 산맥처럼, 뒤는 조선족 처녀, 최대한 예의를 갖춰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나이는요?"
"최선화입니다. 23살이구요"

"아, 그래요? 어디 최씨인가요?"
"아버지가 그러는 데 원주 최씨라고 하던데요.(내가 원주에 대해 잠깐 지도를 그려가며 설명)"

"그렇군요. 고향이 이 곳 청도인가요?"
"아닙니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입니다. 작년에 두날(이틀)을 내내 기차를 타고 이 곳 청도에 취직을 하러 왔습니다. "

"혹시 학교는 어디까지 다녔나요?"
"고등학교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연변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청도가 좋다고 해서 이 곳에 온겁니다."

"조선족의 학교 편제(초-중-고-대)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소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입니다.

"아, 한국이랑 똑같군요. 혹시 한국사(조선력사)를 학교에서 배우나요?"
"아닙니다. 안배웁니다. 그냥 우리 중국력사를 배우다가 잠깐씩 나오는 정도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러면 혹시 6.25 전쟁을 아시나요? 혹은 한국전쟁, 조선전쟁"
"아.. 항미원조전쟁이요. 예. 압니다. 력사시간에 배웠습니다. "

"항미원조전쟁이요?(철저히 중국의 관점에서 한국전쟁을 해석한 의미입니다.)
"우리 중국 인민 지원군들이 미국이 조선반도를 집어삼키려고 하자 북조선을 지원해서 패퇴시킨 전쟁입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혹시 한국에서 작년에 대통령 선거 한 것 아나요? 대통령으로 노무현씨가 당선된 것은요?"
"여기는 한국방송이 나옵니다.(KBS1이 케이블티비로 나옴) 그래서 알고 있습니다.

"노무현이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생각 안해봤습니다. 이름만 압니다."

"혹시 김대중 대통령은 알아요?"
"예. 압니다. 노벨평화상 받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변에서 학교 다닐 때 특별히 조선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나요?"
"아니오, 없습니다. 저희는 중국에 대해서만 공부합니다. 단지 연변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 조선인이니까 조선말을 쓰고 할아버지, 아버지들에게 얘기를 듣는 정도입니다."

"조선족들은 중국말을 잘하나요?"
"예. 대부분 잘합니다. 소학교 들어가면서부터 배우기 시작하는 데, 아무래도 조선말보다 편하지는 않지만 왠만큼 잘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한국사람하고 이야기하는 게 한족들과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대화도 잘통합니다."

"작년 월드컵에서 중국은 16강에서 떨어졌고, 한국은 4강에 올라간 사실을 아나요?"
"예. 압니다. 우리 중국 사람들 축구 무척 좋아합니다. 그 때 분했습니다."

"아, 그래요? 한국이 4강에 올라갔는데 기쁘지 않았나요?"
"우리 중국이 16강에서 떨어졌으니 아무래도 덜했습니다."

"선화씨, 만약에 한국이랑 중국이랑 축구 시합하면 어딜 응원할껀가요?"
"(잠깐 머뭇거리다가..) 아무래도 중국을 응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조선말을 써도 중국사람이니까요."

잠시 충격을 받은 나.. 우리가 생각한 같은 얼굴, 같은 말을 쓰는 중국의 조선족은 본인들 의 모국인 한국(조선)보다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이 훨씬 더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60년대말부터 시행된 문화대혁명의 과정에서 전체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한족 중심 중국의 소수민족 흡수 정책의 일환이 그들의 생활의 곳곳에 투영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주제를 바꾸어..

"컴퓨터 할 줄 아세요?"
"예. 압니다.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인터넷도 할 줄 아나요?"
"상왕(上왕-한자사전에 없음)이요. 잘모릅니다. 할 줄 아는 친구들 많이 있습니다. 저도 앞으로 인터넷 할 것입니다."

"그렇군요. 이 곳에 한글자판도 있나요?"
"있습니다. 북조선 자판보다 한국 자판(한글 이벌식자판)이 훨씬 많습니다.

"그렇군요. 한글타자도 잘치나요?"
"잘칩니다. 중국어도 잘칩니다. (이어 중국어의 복잡한 표기 방법에 대해 설명-생략)

"혹시 직장일 끝나고 나면 뭐하나요?"
"친구들과 어울려 놉니다. 청도 시내에 있는 나이트클럽도 자주 갑니다."

"아, 그래요? 거기는 입장료 내고 가나요?'
"예. 두 종류가 있는데 남자들만 입장료 받는(5元-한국돈 900원) 곳도 있고, 남자 여자 다 받는 곳도 있습니다. 남자 여자 다 받는 곳이 시설이 훨씬 좋습니다."

"실례지만 혹시 월급이 얼마나 되나요?"
"1,000元입니다. 제가 이 곳에서는 조금 많이 받는 편입니다. 아까 약탕에 있을 때 도와준 조선족 청년들은 월급이 700元입니다.(약탕 찜질 및 안마를 받을 때 순박한 조선족 청년들이 옆에서 계속 도와주었었다.)

"그렇군요. 이 곳에 오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요?"
"라이시(청도부근)에서 섬유공장에서 일했습니다. 그 때는 월급이 800元이었습니다.

"그렇군요. 선화씨, 혹시 한국사람들에 대한 느낌이나 인상이 어떤가요?"
"저는 좋게 생각합니다. 전에 라이시 공장에 다닐 때 사장님이 한국 사람이었는데 제가 많이 아파서 앓았을 때 병원비로 2,000元을 주었습니다. 지금도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 교포들 중에 조선족을 깔보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던데 혹시 본 적 있나요?"
"예, 그런 사람도 본적은 있지만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좋습니다. 조선족을 깔보는 그런 사람들은 아마 한국에서도 별볼일 없는 사람일 겁니다."

"혹시 아가씨라고 하면 기분 나빠한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옛날에는 아가씨라고 하면 좀 낮춰보는 것 같았는데 요즘은 아닙니다. 젊은 여자들을 처녀라고 부르나 아가씨라고 부르나 마찬가지로 봅니다."

"그래요.. 선화씨 오늘 대화 즐거웠습니다. 선화씨는 다른 중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한국과 교류가 많은 중국에서 한국말도 할 줄 알고 중국말도 할 줄 안다는 것은 앞으로 동북아 삼국(한국(통일한국), 중국, 일본)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선다고 봤을 때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제 친구들,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한국에 간 사람들 많이 있습니다. 저도 한국에 꼭 한 번 가고 싶습니다. 그 때 장안사에 놀러가겠습니다."

"아참, 다음에 인터넷 하게 되면 서프라이즈(내 명함을 주며 서프라이즈 얘기를 잠깐 했었다.)에 와서 꼭 인사말 쓰세요.
"예. 그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선족 처녀와 세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지만 그 것에 대해 여기서 따로는 쓰지 않겠습니다. 위의 대화 내용을 보며 우리 서프랑원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조선족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만 일제침략기에 북방으로 이주했던 조선족들의 대부분은 항일 독립군의 자손들이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꼭 알고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