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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울 선생이 좀 막말하는 것은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의 주장에 동감이 가는 바가 많다. 특히 역사를 단직선으로 바로보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든다. 역사가 진보한다고 할때, 과연 진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과학문명이 발전하는 것을 진보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의식이 상승하는 것을 진보라고 할 것인가? 만약에 사람의 도덕적인 성취라고 한다면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막스가 역사발전을 5단계로 보았을 때, 이때 이 사람의 역사발전 개념은 가깝게는 헤겔, 근본적으로 기독교의 역사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종교는 마약이라고 주장했다지만, 그는 본질적으로 서구 기독교 사회에 태어난 사람이었고, 그 사회의 사관이 그대로 스며들었던 것이다. 당시 동양 사회에 무지했던 막스의 입장에선 어찌 보면 서양의 역사전개를 나름대로 본 것은 정리한 것 만으로도 엄청난 학문적 성취를 이룩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막스가 보지 못했던 것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 여기서 우린 막스가 역사를 바라보려고 했던 투철한 학문적 출실함을 본 받으면 되지, 교조적 입장에서 막스의 역사관을 따를 필요는 없다. 세상에 교조주의만큼 나쁜 것은 없다.

필자는 도시를 공부하고 있다. 전세계 도시학개론 책에 의하면, 현 도시계획의 뿌리는 영국인 하워드의 전원도시라고 쓰여져 있다. 그리고 그가 계획한 레치워츠가 근대 최초의 자족적 신도시라고 배우고 있다. 필자는 이 전원도시도 방문한 적이 있고, 관계자와도 여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하워드가 레치워츠를 계획한 이유는 현지에서 받아온 자료집에도 나와있지만, 산업화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대도시 공장에서 소외받고, 버림받은 노동자, 취약한 주거환경... (몇 년전 엥겔스가 집필한 주택연구와 같은 맥락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워드는 노력했던 것이다. 우린 여기서도 하워드의 진지함을 배우면 된다. 그의 전원도시가 어떠한데... 대도시에서 얼마 떨어졌는데.... 하는 식의 교조주의를 배울 필요는 없다.

그런데, 사실 근대 최초의 자족적 신도시는 우리나라의 화성이었다. 그런데, 우리도 이에 대해 잘 모르고있다. 만약에 다시 레츠워츠시를 방문하게 되면 이에 대해 꼭 이야기하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우리 역사에 있어 자신감이 없다. 오늘 도울 선생도 이야기했다시피, 일제가 심어 놓은 패배주의, 사대주의가 오늘도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된다. "미군이 나가면 그들 스스로 알아서 나가는 것인데, 무슨 미군이 나가면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호들갑이냐?"

나중에 우리나라 도시의 연원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의 도시사가 왜곡된 데에도 일본이 심어놓은 패배주의, 사대주의가 많이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