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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자표기 '漢城', 中 속국 자처
정부, 지방단체 비롯한 회사들서 아직도 사용


중국의 고구려사 역사왜곡에 대한 국내외 비난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서울을 한자어로 표기할 때 쓰는 ‘漢城’(한성)이라는 표현에는 중국이 서울을 자국 지방정부로 여기는 시각이 담겨 있어 수도 서울 표기로는 부적절한 것으로 지적됐다.

26일 세계일보 취재팀의 확인 결과,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항공사와 여행사 등 각 회사에서 서울을 한자로 적을 때 대부분 ‘漢城’을 쓰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첫 관문인 인천국제공항 청사에서 서울 방향으로 500m, 1, 1.8, 2.4, 4.3, 7.2 지점에 설치된 6개 교통안내판에는 ‘서울’이라는 한글 표기와 함께 ‘漢城’이라는 한자어가 적혀 있다.

또 공항에서 도착지와 출발지를 나타내는 전광판에서도 서울을 ‘한성’으로 적었고 여행업체들도 인터넷 홈페이지와 각종 안내책자에 ‘한성’으로 표기하고 있다. 일부 여행업체의 서울 관광 안내책자에는 ‘서울남산타워’를 ‘한성탑’이라고 기재하고 있으며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과 학계 인사들도 명함 주소란에 ‘한성’이라고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성’이라는 단어가 조선시대 서울 주변을 ‘한성부’로 일컬으며 지리적 개념인 ‘한양’(漢陽·한강의 북쪽)과 함께 쓰이긴 했으나 청나라가 당시 대한제국을 속국으로 여겨 서울을 자국내 한 지방도시쯤으로 여기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한성’이라는 표현은 주권 국가로서 치욕적이라며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국어교육학회 진태하 회장은 “중국 등 중화권에서는 한성이라는 단어 어감이 옛 속국의 변방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하루속히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발굴·보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을 시도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는 그동안 국사를 각종 시험과목에서 제외하거나 수업시간을 줄이는 등 우리 역사에 무관심했다”면서 “21세기 동북아시대 동서양 항공노선과 물류중심 교류지인 서울을 중경(中京)으로 표기하자”고 제안했다.

초대 주중대사를 지낸 노재원씨도 3년 전 ‘한글과 한자문화’에 실은 기고문에서 “중국에서는 현 수도를 북경(北京)으로, 옛 수도였던 곳도 남경과 개경, 서안, 장안 등으로 부른다”면서 “중국인 언어감각으로 한성은 지방도시이지 한 나라 수도가 아닌데 서울이 중국인에게 중국내 한 지방도시쯤으로 인식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천종기자/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