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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고대 횡혈墓 公州서 대거 발굴…백제-日 교류규명 열쇠

[동아일보] 2004-04-24


고대 백제와 일본의 교류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무덤 군(群)이 대거 발굴됐다.
충청문화재연구원(원장 박순발)은
23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단지리 국도 32호선 도로 확장 포장공사 구간의
성재산 경사면에서 횡혈묘 15기가 한꺼번에 발굴됐다고 발표했다.

횡혈묘는란
풍화된 화강암반층을 밑으로 뚫고 내려간 뒤
다시 옆으로 2m가량 뚫어 현실(玄室·무덤방)을 만들고 입구를 판석(板石)으로 막는
무덤 형태다.는 5세기 말 일본 규슈(九州)지방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8세기까지 유행한 무덤양식이다.

일본 전역에서 수만 기가 발굴됐지만 국내에선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에 발굴된 횡혈묘의 대부분은
그 현실에서 5세기 말∼6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토기 등이 함께 발견돼
그 조성 시기가 백제 동성왕∼무령왕 무렵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본열도에 횡혈묘가 등장한 때와 비슷하거나 앞선 시기여서
일본 횡혈묘의 기원이 백제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번 발굴이 한일 고대사의 비밀을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주=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만물상];무령왕과 횡혈묘

[조선일보] 2004-04-26

소설가 최인호는 1986년 초판이 발행된 자신의 베스트셀러 ‘잃어버린 왕국’에서
한국 고대사를 종래의 ‘3국시대’가 아니라 ‘4국시대’라고 부르자는 대담한 제안을 한다.

7세기 후반까지 한국의 고대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 외에 ‘제4의 제국’이 있었는데,
같은 시기 일본 열도에서 펼쳐진 백제인들의 나라가 바로 그것이란 주장이다.

이 소설은 서기 660년 백제가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하자
일본의 제명(齊明)여제와 그의 아들이 백제를 구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는 장면을 감동 깊게 그린다.

이때 그들이 외친 말이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백제의 이름이 오늘에 끊겼으니 선조들의 묘소를 어찌 찾아갈 수 있을까”였다.


▶ 최인호의 주장은 뜻밖에 현 일왕(日王)의 뒷받침을 받았다.

아키히토 일왕이 월드컵을 앞둔 2001년 12월 한국과 일본 사이엔
예부터 긴밀한 교류가 있었다고 말하다가,
“나 자신 간무(桓武·781~806년 재위)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기 때문에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고 말한 것이다.

만세일계의 일왕 가계(家系)에서, 일왕이 직접 자신의 조상은 한국계라고 시인한 것은
초유의 일이어서 그의 발언은 한·일 간에 놀라움을 안겼다.


▶ 고대 백제 왕실과 일본 왕실의 긴밀한 교류를 얘기할 때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백제 무령왕(501~523년 재위)이다.

그는 일본에 갔다가 돌아와
백제의 24대 동성왕이 된 곤지왕자의 둘째 아들이었다.
곤지의 셋째 아들은 일본의 계체(繼體) 왕이 됐으니,
무령왕과 계체는 친형제인 셈이다.

현재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는 청동거울은
바로 무령왕이 동생 계체의 장수를 빌며 내린 일종의 신임장 같은 것이었다.

무령왕은 또 재임 중 두 차례 일본에 오경박사를 보내 선진 문물을 전해주기도 했다.


▶ 엊그제 충남 공주시에서 일본 것과 거의 비슷한 양식의
횡혈묘(橫穴墓·언덕에 구멍을 뚫고 묘실을 만든 무덤)들이 국내 최초로 무더기 발굴됐다.

조성시기가 무령왕이 살았던 5세기 말~6세기 초이고
발굴된 장소도 무령왕릉이 있는 송산리에서 자동차로 불과 10분 거리라고 하니
뭔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 고대 한·일 관계사가여전히 수수께끼투성이인 것은
‘일본서기’ 등 관련 문헌기록의 신빙성에 대해 학자들 간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 탓도 크다.

그러나 땅속의 유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이번에 횡혈묘에서 발견된 무령왕 시대 접시 파편 하나가
고대사의 진실을 캐는 열쇠가 될지 모를 일이다.


김태익 논설위원 ti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