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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김지하(金芝河) 시인 “중국의 패권주의적 문화확장은 잘못”
황하 서북부 사막화현상과 황사 등..파룬궁은 유불선(儒佛仙) 이전의 태고고법(太古高法)


이승진 기자 leesj9@epochtimes.co.kr


최근 중국은 고구려 역사를 비롯하여 고조선, 부여, 발해 등 고대 한국사를 중국의 변방역사로 편입하려는,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줄임말로, 동북 변강(국경지역)의 역사와 그에 따른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프로젝트) 이는 중국이 '통일적 다민족국가'의 원리를 내세워, 현재의 중국 국경선 안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내포한 것이다.

정부와 한국 학계는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는데, 정부의 대응전략은, 교육부의 학술진흥으로 학계가 연구성과를 쌓으면 외교부가 이를 바탕으로 대응하되 정당과 시민단체가 감시·후원과 국제연대를 추진한다는 방안이다. 최근 중국의 이러한 탁풍(濁風) 앞에 정좌한 한국 지성의 한 자리에는, 한민족 전통의 영성과 지성, 그리고 감성을 회복함으로써, 동방 상생(東方相生)의 저편을 엿보고자 하는 김지하(金芝河) 시인이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과 벌일 '역사전쟁'을 예측하고, 더불어 이에 대한 본원적인 대응으로서, 중국과 한민족이 다른 소수민족들과 함께 공동으로 건설했던 3∼4천년 전 주나라 성립 이전 시기 동아시아 모태문화를 연대 탐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동방 르네상스"를 제창해 온 김지하 시인을 대기원시보가 탐방 취재하였다.

인터뷰 내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동서와 고금을 넘나들며 날카롭게 꿰뚫은 이론을 씨줄과 날줄 삼아, 유려한 사유(思惟)로 한 폭 직물을 짜듯 한국 지성의 풍모를 보여주신 사상가이자 시인이신 김지하 선생께 지면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대담/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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ː공동 창조한 고대문화에 대한 탐색

-(기자)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만나뵈어서 반갑습니다.
현재 동북공정 문제는 중국 내부의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혼란으로 야기한 긴장국면을 여기로 돌려버리려는 파시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과거 문화대국으로서 중국이 동아시아 국제 관계 속에서 소탐대실하고 있다는 생각인데요.

▶(김지하 선생)
초등학교 때, 아주 가까웠던 친구가, '고용기'라고, 중국인이었어요. 그 친구 덕에 난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참 좋아요. 기억에, 아버지가 중국이고 모친이 한국이었는데 아주 친했지요. 대학 졸업하고 문단에 나온 뒤로 한번 만났어요. 지금은 브라질에 있지만. 조그마할 때 내가 얻어터지면……, 내가 잘 얻어맞았어요. 공부는 잘하는 대신 몸이 약하고 고집이 세니까, 큰놈들한테 자주 터졌지요. 그럼 꼭 그 고용기가, 짝꿍이었거든요, 딱 가로막고 나서가지고 날 보호해 주고 그랬어요. 어릴 적 그 한 친구 때문에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죠.

내가 문단 데뷔하고 감옥에도 갔다 오고, 한참 후에 유신 직전엔가 한번 만났거든요. 중앙청 옆에서 음식점 하면서 자기가 주방장도 했는데, 우연히 만났어요. 그 친구는 내가 감옥에도 가고, 비판적인 글을 쓴 것을 다 알고 있었어요. 수십 년만의 재회였는데, 내 글들을 다 구해서 읽고, 뉴스도 듣고 그랬나 봐요. 그 친구 하는 말이, 인간의 기본이 결국 仁과 義가 아니냐. 사랑과 정의가 아니냐……. 내가 부끄러운 거야. 나는 그 친구에 대해서 몰랐거든. 난 그런 게 중국의 오랜 문화의 힘이라고 봐요.

그 친구가, 아주 수없는 세월이 지나간 뒤에, 내가 감옥에도 세 번 네 번씩 드나든 이후였고, 유신 직전, 또 감옥에 가야 될 그 때에 만나서 밤새 고량주를 마시면서 한 얘기가, 내가 걸어온 길을 다 아는 거라. 나는 그를 모르는데. 그러면서 인과 의, 사랑과 정의 이것은 인간의 근본이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했을 때 내가 가졌던 중국인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높은 존경심, 그게 문화의 힘인 것 같아요. 지금 왜 그걸 잃어버리느냐 이거예요. 그것도 스스로. 그건 딱한 일이기도 하고. 난 한국이 편협한 쇼비니즘이나 민족제일주의로 등장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보편성을 가진 동아시아적인 민족주의, 민족문화는 반드시 나타나야 된다고 봅니다.

그것은 중국까지 포함한 공동의 동아시아 문화, 예를 들면 주나라 이전까지는 대원국(大苑國) 문명이 있어요. 또, 용산(龍山), 홍산(紅山) 문화(신석기후기 문화) 등의 고대 문화들이 있는데 주나라 이전, 그때는 우리 쪽을 동이족(東夷族)이라고 그랬죠. 바로 중국 화하족(華夏族, 고대漢족)하고, 우리 동이족이 공동 창조자입니다.

중국 갑골학의 둥쭤빈 선생(董作賓 , 1895∼1963)이나 철학자 라오간(勞幹), 그런 분들은 오히려 중국 화하족이 선진 동이족에게서 선진적인 문화를 받아들였다고 인정해요. 그것이 뭐냐 하면 사람 '人' 사상, 갑골에는 동이족을 인방(人方)이라고 그랬거든요. 사람 '人'에서 어질 '仁'이 나왔다고 그러죠. 문화를 받아 접수해서 오히려 중국이 커졌다, 문명을 이뤘다 이렇게 인정하는데, 중국이 그런 식으로 딱 인정하면서 나온다고 그러면, 우리도 또, 동이족의 그 이(夷)자를 보면 이렇게 모시는 자세 아녜요. 그런 자세로 돌아가서 중국은 중국대로 큰 자부심을 가지고 문화의 나라로 돌아가면 얼마나 좋겠어요. 내가 꼭 언제 한 번 기회가 나면 얘기하고 싶었던 거예요.

(편집자 주 : 양식 있는 중국학자들 대부분은 산둥(山東)이 고대 동이족(東夷族)의 발원지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합니다. 산둥의 문화, 즉 춘추전국 시대의 제로(齊魯)문화는 기원전 2400∼1900년께 지금의 산둥성 지역에서 발달한 용산(龍山)문화를 그 근간으로 합니다. 동북공정이 있기 전에 이미 산둥대학 양두안즈(楊端志) 교수의 경우도 "용산문화는 서북에서 발전한 화하(華夏)계통의 한족(漢族)문화와는 다른 성질의 것"이라며 "현재 많은 고고학적 발굴 결과를 종합하면 산둥성의 용산문화는 동이의 계통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지금 중국은 50여 소수민족 반란에 대한 걱정, 그리고 노선에서 자기와 자본주의 양쪽의 파편적인 것을 다 포괄하려는, '애국주의'로 나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애국주의, 이 '중화민족주의', 문화적 대국이라는 자부심, 그런데 그것이 일단은 자기들에게 이익이 될지는 모르지요. 그러나 그것이 결국은 등소평 때의 베트남에 대한 침공-실패 사례처럼, 도리어 주변국들에 좋지 않은 느낌을 주는 거에요. 몽골이나 우리나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에도. 이 점에서 중국 자신은 팽창주의, 패권주의적 방향으로 문화 확장이 아니라, 도리어 '내용'으로…… 공맹이나 노장학이나, 그 수없이 많은 소위 대승과 참선의 불교 큰 덩어리들이 있는데, 주자도 그렇고 왕양명도 그렇고, 그 큰 사상들을 현대적으로 바꾸면서 대안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그것이 중국다운 것이 아닐지요. 옛날, 몇 만 명씩 동원하여 영토 싸움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습니까. 조금 잘못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모두들 중국을 배우려고 난리들인데, 중국이 그렇게 나온다면 시시한 나라다, 그렇게 되는 거죠. 나는 중국 친구를 생각하면서 중국에 그렇게 충고하고 싶어요.

ː중국의 초조감

-(기자)
최근 미 국무부 세계인권보고서에 의하면, 북한 인권상황은 '최악', 그리고 중국은 '퇴조'라고 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금년 중국의 전인민 대회에서 중국 역사상 최초로 개헌을 해서, 사유재산제 인정조항과 또 인권보호조항을 추가했습니다만, 현재 실재적으로 인권회복의 구체적인 실천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여전히 중국의 대실(大失)을 보는 듯합니다. 특히 중국 내 파룬궁 탄압 같은 경우 현재 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인데, 극심한 탄압 때문에 오히려 파룬궁 수련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런 면에서 바로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중국 지도부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지하 선생)
천안문 때도 그랬잖아요. 오히려 그렇게 안 해도 되는데, 광폭하게 나가니 중국의 그늘이 드러나는 거죠. 내 가까운 벗 중에 권위 있는 문학가가 있는데, 한 7, 8년 전 북경대에 가서 연설을 하다가 강연 중에 "모택동 사상은 다 맞고 다 틀리다……" 논쟁을 불러일으켰지요. 그런 문제들은 철학적으로 해결하고 나와야죠.

조선족 문제 관리하는 것도 그렇고……. 漢人들이 중국의 모든 省의 요직은 다 차지하고 朝鮮族을 밀어낸다든가, 그런 것이 모택동 시절이나 지금부터 몇십 년 전만 해도 오히려 중국인은 아이를 하나만 가지게 하고 오히려 소수민족은 둘 씩 가지게 하는 그런, 옆에서 보기에도 참 그 대인답다 그런 게 있었거든요. 그것 다 들어 내버리고 아주 옹졸하고, 소인배 같이 군단 말이에요.

지금 중국은 박정희 시대 냄새가 난다고요. 한꺼번에 그 고층빌딩 마구 짓고, 난 중국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큰 자부심을 갖고 천천히 나가야지. 일년에 수천만씩 민공조(民工潮, 이농농민)의 물결이, 그 날품팔이 일꾼이 동쪽 해안 도시로 밀려 나가고. 그러면 농업은 파탄이 오는데, 이것은 중국 내부적 규모의 식량 문제만이 아니고, 농업 절대생산력 하강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전체적인 식량문제가 와요. 농업 문제. 그리고 황하 전체, 사막화 현상으로 황사가 일본, 태평양 서부까지 날아가는데, 생태계 환경문제도 방치돼 있고.

자기들의 사상에는 원래 노장학, 주역 전부 다 생태학적인 원리가, 바로 '생명사상'이 밑에 깔려 있는데 그건 싹 집어치우고. 나는 이해가 안 갑니다. 중국이 위대한 나라임은 틀림없지만, 그러나 두 가지, 농업생산력 떨어지는 거, 황하 서북부 사막화와 황사. 이 두 가지는 국제적 의무랄까, 인류적 의무를 안 하는 거 아닌가, 이건 내 생각입니다.

중국의 지식인이든, 당 간부이든지 조금, 자기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하잘 것 없는, 조선 반도의 남쪽에서 어떤 놈이 뭐라고 떠든 게 그까짓 게 무슨 소용 있는가 이렇게 하지 말고, 조그만 동네 조그만 사람이 큰 동네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할 때, 이놈한테도 한 말 들을 게 있지 않느냐 이렇게 좀 생각해야, 그래야 대국이다 그거지요.

-(기자)
唯心이다 싶으면 모조리 미신으로 치부해 버리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연상하신 것도 현재 중국이 맹목적인 경제성장, 급속한 발전논리에 매달리고 있는 형국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김지하 선생)
무너지는 게 많죠. 인간적 따뜻함이라든가. 내가 보기에 태평천국 이후에 나온 사상 중에, 양계초(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나 담사동 (탄쓰퉁,譚嗣同 1865~1898) 사상은 우주적 仁, 우주적 에너르기로 봐요. 사랑을. 그리고 같은 것은 아닙니다마는, 모택동 이전에 이대교(리다자오,李大釗 1889~1927) 그의 우주론이 있거든요. 폭류(暴流)라고 해서, 폭류로서 우주 에네르기론이 있는데, 복잡한 이론은 아닙니다만, 그런 것에 오히려 눈을 돌린다든가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뭐냐 하면 '생명 에너지'거든요. 황하 중부, 서북부 저쪽에 사막이 수없이 생겨나는데, 그거 어떻게 할 겁니까.

그런데도 환경문제를 고려하는 것 없이 자기부상열차다, 고층빌딩이다…… 그거 우린 경험했거든요, 박정희 시절에. 문제가 많거든요. 삶의 내용이, 질이 어떠냐 이거지요. 그런데다가 실업자라든가 노숙자, 비정규노동, 비조직 노동 문제가 엄청나게 커진다고. 노조는 오히려 괜찮아요. 그것도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이 제조업 부문에서 쇠퇴가 오는데, 노임은 자꾸 뜨고, 중국은 노임이 싸니까 지금 막 올라가는 건데, 저 민공조가 계속해서 밀고 나오면 앞으로 크게 낙관할 수도 없지요.

파룬궁(法輪功)도 그래요, 파룬궁이 뭡니까. 유불선이 아니라, 그 태고 고법(太古高法) 아녜요. 그러니까 유불선이 나오기 이전에 한국 동이족의 고대 선도풍류(仙道風流), 선도(仙道)라고 해서, 이것과 비슷한 건데, 중국 쪽이나 한민족이나 몽고족이나 묘족이나, 거란, 돌궐, 흉노 등에서 다 하나의 문명 창조적이었던 모태문화(母胎文化), 이것과 관련된 거니까 그걸 탁 치켜세우면서, 파룬궁은 오히려 하나의 수양(修養)기능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건데. 그리고 천안문 쪽에 대해서 탄압하는 거, 특히 티벳도 참 문제고…….

중국에도 큰 정치가 있습니다. 지금이 그 큰 정치를 할 때인데, 저만큼 급속도로 성장을 하고 8, 9포인트 정도 매년 성장을 하는데, 그 경제력을 배경으로 이제 베이징 올림픽(2008년) 때, 문화적인 대 애국주의 열풍이 있을 것 같고. 문화의 새로운 클로즈업이겠죠, 지금 중고생에게도 사서삼경 암송시킨다는데. 알 수 있어요, 그 다음에는 상하이 엑스포죠(2010년). 그때는 우주선 쏘는 정도의 과학기술이 제기되겠죠. 다 좋아요. 그러나 그것이, 이웃민족 소수 민족들에게도 다같이 주어지는 문화, 도와주는 문화가 될 것이냐, 그야말로 문화는, 그런 거 아니겠어요. 이렇게 되면 오죽 좋겠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문제가 많죠. 당의 부패라든가…… 또 환경 문제, 사막화 현상 왜 방치합니까. 거기에 대응을 해야죠. 우리나라나 소련이나 헝가리 같은 데처럼 석탄 중심으로 해 가지고, 아랄해도 전부 소금 아니에요, 완전히 썩어버렸잖아요. 그걸 왜 되풀이하냐 이거에요. 정말 역사의식이란 건 되풀이 안 하는 거 아니에요?

(편집자 주 : 아랄해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걸쳐 있는 내륙 바다.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내륙해였다. 그러나 구 소련 시절, 중앙아시아에서 대규모 면화 재배를 위해 수원인 시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의 물을 끌어들여 무분별한 관개사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수량이 지난 40년 동안에 1000km³에서 110km³로 줄어들었다. 원래 수량의 90%가량이 사라진 것이다. 수위도 53m에서 28m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아랄해의 사막화를 지구에서 인간 때문에 발생한 최악의 생태계 재앙으로 지목하고 있다)

중국이, 내가 보기에는 초조감 같아요. 안 그럴 거 같은데. 바둑을 둬도 큰 바둑, 집을 지어도 큰 집을 짓는 거, 탕탕 때려가면서 두는 거, 이러면 누구나 다 중국답다 그럴 텐데요.

[인터뷰-2]김지하(金芝河) 시인 “지금은 인류 문명사 전체의 전환기”
중국, 주변국과 손잡고 ‘아시아 르네상스’ 이룰 때


이승진 기자 leesj9@epochtimes.co.kr




▲ 서양옥 기자(photocorea@epochtimes.co.kr)



ː중국의 내부 문제와 동아시아 르네상스

-(기자)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이 부분, 중국이 지닌 '초조감' 측면에 대한 김 선생님의 지적은 일반적인 지식으로서 학술이나 문예 분야 수준을 초월한, 그 이상의 신화적(神話的) 차원에서 흐름을 바라보는 선지성(先知性)을 띤 것이란 느낌입니다. 김 선생님의 '중국의 초조함'이라는 포착도, 중국 자신이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또한 우주 에네르기와 유심 등 동양의 고층문화에서 그 어느 국가, 민족의 존재들보다 충만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인 중국 자신은 그 수준과는 영 걸맞지않게 잘못 행동하고 있고, 그것에 대하여 중국이란 존재의 또 다른, 명백한 일면은 분명 초조감을 느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이 큰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스스로 찾아내지 못하고, 게다가 오히려 스스로가 깨뜨려가는 그 상황, 내면에서는 확실하게 진상을 알고 있는 그 자신의 명백한 일면이 초조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김지하 선생) 결국 그것은 뭘까요? 결국 토인비로 돌아가는데, 그 사람이 꼭 주장하는 것이 한 문명의 몰락이나 한 영웅의 몰락, 역사적 주인공의 몰락은 가장 중요한 것은 오만, 초조감, 미메시스(Mimesis)죠, 희랍어로 모방, 되풀이라는 뜻도 있어요. 과거를 되풀이한다고. 그리고 창조로 못 나가고, 그러면 죽는다는 것이지요, 로마가 망할 때도 그랬고…….
지금이 어느 때입니까. 한 문명의 전환기가 아니라, 인류 문명사 전체의 전환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미 제우스의 로고스주의에 의해 살해당했던 희랍의 신들, 상징이죠. 문화의 상징인데, 카오스, 에로스, 가이아, 가이아는 여성성인데, 촉각, 환경, 여성학이죠. 다 죽었던 게 다시 과학의 이름으로 막 살아나잖아요. 이것이 벌써 몇 천년의 소위 성인들, 로고스, 소위 입법, 수학, 이성 이런 것들이 지배하던 문명 시대가 바뀌고 있는 것인데, 오히려 감성, 이성에, 영성이라는 세 가지 차원이 -우리 식으로 얘기한다면 천지인(天地人)이죠- 다시 결합하는 시기가 필요한 거죠.

안 그러면 지금 환경문제, 생태오염, 기상이변에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과학이 지금 안 나와요. 지금 보세요. 개나리, 진달래, 벚꽃, 산수유…… 보름씩 차이를 두고 피는 것인데 한꺼번에 피잖아요. 여름이에요, 그러다가 갑자기 춥고. 이변이죠. 춘분, 추분날씨를 유지했던 뉴저지는 혹한이 영하 40도에, 폭설이었고. 이게 기상이변인데, 여기에 대한 처방이 나오려면, 이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전지구적인 담론이 나와야 되거든요.
인문학.
그래서 아까 담사동이나 이대교를 왜 주의해서 보지 않느냐 하는 얘기가 그건데……. 모택동에는 우주론이 없어요. 기(氣)를 좀 다루었으니까. 기 철학. 그것이 우주론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대교는 소위 기의 전 우주적인 흐름에 대해 조금은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그렇게 봐야 황하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응각도가 생길 텐데요.

또 파룬궁이라면, 파룬궁을 놓고 유불선 이전의 고대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소수민족들도 다 참가했거나 관련을 가졌던 고대문화에 대해서 서로가 평등한 입장에 설 수 있고, 공동창조자로서 이야기하게 된다면, 아 그거 얼마나 좋습니까? 그것이 진짜 민주적이고 大중국다운 태도지요.

그런데, 고구려사, 발해사도 자기 것이라 그러지, 그러면 결국은 어디로 가느냐 하면 부여사도, 또 고조선사도 다 저희 거라 그래야 돼요. 그러면 백제는, 망하긴 했지만 백제의 그 예술적 뿌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