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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가 망하고 거란이 활동하던 만줄 고토에 고려 평주사람 금준이 백두산 아래마을로 들어갔다. 금준은 걸승으로 평주사람이다. 김치양이 천추태후와 놀아나던 시절에 동주 성숙사에는 수백 수천의 승려들이 들끓었다. 금준은 전국의 사찰을 떠돌아 다니며 걸승으로 지내다가 성숙사까지 왔다.

그러나 금준이 간 성숙사에는 옛날의 호화로움은 간데 없고 쓸쓸하기만 했다. 금준은 늙은 주지승에게 자기를 묶게 해주면 성숙사를 다시 시주하는 사람들이 들끓게 해주겠다고 했다. 금준은 불법(佛法)은 몰라도 떠돌아다니다, 어깨너머로 들은 사람 병고치는 재주는 조금 있었다. 그래서 아랫 마을 아낙네들의 배앓이나 가슴 답답한 것들을 고쳐주니 소문이 과장되게 퍼져 사람들이 성숙사로 구름같이 몰려 들었다.

늙은 주지승은 '늬가 부처님이다' 하고 좋아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젊은 아낙이나 처녀의 몸을 더듬다 결국 금준은 성숙사에서 쫓겨난다. 다시 정처없이 북쪽으로 동쪽으로 다니다가 백두산 아랫마을까지 기어 들었다. 아지고촌이었다. 그 때는 국경개념도 없어 사람이 많이 살면 많이 사는 사람의 땅이다. 밤이 늦어 촌장집을 찾아가 사정을 하고 밥을 얻어먹게 되었다.

이튼날 보니 촌장댁에는 예쁜 세 딸이 있고 아들 다섯은 싸움터에서 다 죽고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금준은 집뒤의 기슭진 밭에 나가 열심히 일했다. 일손이 없었던 늙은 촌장은 기뻐했다. 어느날 마을 뒤 개울에 나가보니 세 딸이 목욕하고 있었다. 금준이 가까이 가도 발가벗은 세 딸들은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사정을 물어보니 세 딸의 약혼자는 거란과의 싸움에서 죽고 말았으며 여진족의 풍습은 약혼자가 죽으면 다른 남자에게 시집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금준은 세 딸의 옷을 모두 가지고 앞 산 위의 큰 바위가 있는 곳으로 갔다. 잠시 후 세 딸들이 그곳으로 왔다. 금준은 처녀들의 눈을 감게 한 후 큰 나무 위로 올라 갔다. 금준이 목소리를 바꾸어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 온 하나님의 아들이다. 내가 너희들을 구제할 터이니 너희들은 나의 아내가 되겠는가?' 하고 물으니 세 딸들이 '녜, 저희들은 모두 하나님의 아드님을 정성껏 모시겠나이다' 하고 말했다. 금준은 옷을 던져주고 '어두어지면 방에 가서 기다려라. 곧 하나님의 아드님이 찾아갈 것이다' 하였다.

금준은 백두산 아래 촌장집에서 세 아내를 거느리고 살았다. 금준은 많은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 딸로부터 '고을'이라는 아들을 얻고 둘째 딸에게는 '활라'라는 아들을 두었다. 활라는 여진족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지도자급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활라는 다시 '핵리발' 과 '영가' 등 여러 아들을 두었는데, 막내 아들 '영가'가 드디어 완안부를 평정하고 부족의 최고 지도자 태사가 되었다. 핵리발은 '오아속'과 '아골타' 등 여러 아들을 두었다.

금준은 죽을 때 아들 손자들을 불러 모아, '나는 고려인이지만 또한 하나님의 아들이다. 내가 죽으면 너희들은 힘을 합쳐 중원으로 나아가 옛 조상들의 땅을 회복하라'라고 유언을 했다.

한편 영가가 고려의 동북부를 점령하고 할거하자, 고려 문종은 최석 염한 이의 등 세 장수에게 토벌을 명령한다. 그후 여진은 영가가 죽자 부족 원로들은 회의를 열고 '오아속'을 태사로 선출한다. 오아속은 '우리의 조상은 고려와 같은데 왜 우리를 몰아내느냐? 우리는 철따라 고려에 조공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상국으로 섬길테니 우리를 다시 함주지방에서 살게 해주십시오' 하고 간청을 하자 고려는 이를 허락한다.

그러나 여진이 세력을 회복하고 점점 강성해지자 고려 숙종은 장수를 보내 토벌하고 예종도 윤관과 오연총을 보내 여진을 몰아내고 9성을 쌓는다. 그러나 여진이 계속 돌려달라고 간청하자 고려는 또 9성을 돌려주고 만다. 오아속이 죽자 그의 아우 '아골타'가 계승하고 아골타는 남은 부족을 모두 통합하고 드넓은 만줄 땅에 '금'을 세운다. 그리고 거란을 멸하고 송을 멸한다. 송은 남쪽으로 쫓겨가 다시 남송을 세우고 명맥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