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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송현동 가야왕릉 추정 6·7호분


△ 송현동 7호분 석실 안 모습이다. 내부 흙층을 덜어내기 전에 찍은 것으로 서쪽돌벽에 도굴구멍이 뚫리면서 비스듬히 쏟아진 흙들이 보인다. 이 뒤섞인 흙층 속에서 콜라 페트병이 발견돼 도굴논란을 낳고 있다.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제공


1500여 년전 비사벌 가야국의 역사적 실체가 드러날 것인가. 옛 가야시대의 무덤떼인 경남 창녕읍 송현동 고분군(사적 81호)의 6·7호분 발굴작업이 고고학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발굴은 2000년대 들어 첫 왕릉급 발굴인데다, 석실 보존상태가 비교적 좋아 다량의 고급유물 출토가 기대된다. 그러나 유적에서는 애초 발굴을 시작한 뒤 한동안 방치되는 사이 도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도 드러나 국가 사적 관리의 허점 또한 드러냈다

초대형 ‘왕과 비’ 쌍분
신라양식 많이 따른 듯


“설레는 발굴입니다.”“빨리 석실바닥을 발굴해야할 텐데…”

29일 낮 발굴자문위원회가 열린 창녕 송현동 고분군 6·7호분 현장에서는 탄성이 이어졌다. 목마산 자락 능선에 걸친 표주박형 쌍분을 살펴본 조유전, 정징원, 최종규씨 등 중견 고고학자들은 거대한 봉토와 석실내부 규모에 놀라워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6·7호분이 창녕을 대표하는 가야고분이라며 석실내부 유물을 빨리 수습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현동 6·7호분은 창녕에 자리잡은 5세기말~6세기초 비사벌 가야의 최고 지배자와 배우자 무덤으로 추정된다. 6호분의 옆 귀퉁이를 깎아 7호분을 만든 표주박 모양의 쌍분 형식은 창녕지역에서는 전례가 없는 신라풍의 독특한 모양새다. 내부묘제는 석실 앞쪽에 문을 트고 주검을 밀어넣는 앞트기식 덧널무덤(횡구식석실분)으로 석실길이만 6호분이 12.5m, 7호분이 8.5m(높이 2.2m)나 되는 초대형으로 확인됐다.


고분안에 콜라 페트병‥도굴 가능성




발굴된 7호분 석실은 대형 석실구조물 양 옆으로는 보강석을, 또 석실의 뚜껑돌 위로는 신라의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처럼 수백여개의 큰 돌들을 쌓았으며 돌층의 무게로 덮개돌 일부가 함몰된 상태다. 표주박형의 외양과 어울린 이런 무덤양식은 신라지역에선 흔하나 가야고분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돌방 주변으로 두툼하게 돌들을 둘러쌓아 보호한 얼개인데, 나무곽 주위를 육중한 돌로 둘러싼 신라 특유의 묘제인 돌무지덧널무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 5세기말 신라화하는 과정의 과도기양식으로 추정된다. 신라풍과 창녕식 문양이 어울린 굽다리 접시와 긴목항아리, 허리띠 조각 등이 나온 것도 신라적 연관성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7호분 석실 바닥 부근의 단단한 침전토층에서 40~50cm크기의 대형 목관조각(관재)들이 나온 점을 주목한다. 썩기 쉬운 관재가 가야고분에서 온전하게 나온 것은 처음있는 사례다. 최병현 숭실대 교수는 “석실바닥에 뻘층처럼 침전토가 생성되어 유물을 덮은 것은 처음 본다”며 “도굴흔적은 있으나 범위가 크지않고, 보존환경이 좋아 유기물, 마구, 장신구 같은 중요 유물들이 다량 출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창녕/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