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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청산 불꽃 타오르게 힘 모으자"
[친일인명사전 모금 그후] 윤경로 편찬위원장 '국민동참' 호소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조호진(mindle21) 기자


▲ 지난 1월 19일 저녁 <친일인명사전> 편찬 성금 5억 달성 기념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독립군가 '압록강행진곡'을 다같이 부르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남소연

"친일인명사전 모금운동을 통해 국민의 성원을 확인했듯이 친일청산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거역할 수는 없다. 조중동 및 수구세력들이 친일청산 등의 역사발전을 가로막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친일규명과 청산의 봄은 화창하게 올 것이다. 국민 모두가 역사에 대한 희망을 갖고 친일청산 불꽃이 타오르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16대 국회의 친일인명사전편찬 관련예산 전액 삭감에 격분해 <오마이뉴스>에 국민모금운동을 제안하면서 '친일청산'의 불꽃을 지핀 김호룡(43·부산동인고 철학교사)씨는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역사가 발전한다는 데 대해 깊은 신뢰감을 표시했다.

그는 "개혁이 지지부진한 것은 정치권뿐 아니라 군, 경찰, 문화, 예술, 교육 등 사회전반에 친일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조중동'이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며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시국을 진단했다.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외부 공세에 무력한 것은 국가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친일청산 모금운동에 국민참여를 이끌어낸 견인차는 우습게도 16대 국회와 행정자치부 관료들이었다. 이들은 친일인명사전편찬 예산전액 삭감과 국민모금운동 중단 공문으로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역사청산의 물꼬를 텄고 결과적으로 역사 반전에 기여했다.

지난 1월 8일 5억원을 목표로 시작된 '친일인명사전 국민모금'은 불과 11일 만에 달성됐고 이후에도 국민참여가 이어지면서 8월 현재 7억4천여만원이 모아졌다. 지난 13일에는 김성근씨 2만원, 김동일씨 5만원을 비롯 김대근, 진효봉, 차수주씨가 각각 1만원, 방만식씨가 1천원을 후원하는 등 크고 작은 정성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친일청산의 수레바퀴를 힘겹게 굴리던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조문기)는 이 사건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2400여명의 신입회원이 가입하는 등 '신독립군' 대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문제연구소(www.banmin.or.kr) '지지서명'에는 13일 현재 2만2345명이 동참했으며 이동엽(초등학생)군은 지난 7일 "이제서야 서명한 것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이혜정(중고생)양은 "역사는 미래의 거울입니다. 역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김종해(교육계)씨는 12일 "'정의는 불의를 기억한다' 정의와 불의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후대에게 교육되어야만 한다. 그것만이 불의의 반복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친일인명사전' 등 친일총서 20권 출간 목표..200명 학자 참여


▲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 출범 당일인 2001년 12월 2일 개최한 공청회.

ⓒ2004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2001년 12월 1850명의 개인과 185개 시민단체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통일시대민족문화재단'을 창립했다. 그리고 재단 산하에 120여명의 학자들이 참여하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리고 올해 편찬위원회 상임위원회를 구성했다. 상임위원은 윤경로(한성대·편찬위원장), 노경채(수원대·부위원장), 임헌영(중앙대·〃), 김승태(기독교역사연구소), 김익한(명지대), 김재용(원광대), 박찬승(충남대), 윤휘탁(동아대), 이준식(연세대), 임기환(경희대), 임대식(역사문제연구소), 정근식(서울대), 정용욱(서울대), 조재곤(서울대), 지수걸(공주대), 허영란(국사편찬위원회), 조세열, 김민철, 박한용, 박수현, 김도훈, 이용창(이상 민족문제연구소)씨.

편찬위원회는 35억원의 예산을 모아 오는 2006년까지 친일인명사전, 친일단체 편람집, 관련용어 해설집 등 20권 분량의 친일총서를 간행할 계획이었으나 16대 국회의 예산전액 삭감에 부딪쳐 난관에 봉착했었다.

편찬위원회는 ▲2001년=1만여명의 친일행적 인물카드 통합 입력 ▲2002년='일제 식민통치기구 및 협력단체 편람(국내용)' 간행/500여 일제 식민통치기구와 협력단체 편람으로 정리/총독부직원, 경찰직원, 면장명부, 매일신보(총독부 기관지) 친일관련 기사 색인 및 입력/동아·조선일보 1937년∼40년분 출력 ▲2003년='일제하 해외 친일단체 편람' 간행/만주, 중국, 연해주, 시베리아지역 친일단체 조사 및 편람으로 정리/ 일제하 주요잡지·기관지 친일관련 기사 색인 및 입력/일제하 지주명부, 금융조합 간부명단 정리 등을 했다.

이와 함께 ▲2004년='일제하 지방 친일단체 편람' 간행/지역별 친일단체·인물조사 및 친일관련 기사 색인/친일관련 인사 회고록 발췌 및 지역친일 인물에 대한 증언 채록/일본지역 친일단체 및 인물정리 ▲2005년=친일파 세부규정 확정 후 사전 수록 인물 선정 및 집필/친일파 규정과 대상자 선정에 기준에 대한 공청회 개최 ▲2006년='친일인명사전' 출간 및 '친일인명사전편찬백서'를 간행할 계획이다.

친일인명사전은 구한말 이래 일제강점기 일제의 한반도 침략을 지지·찬양하고 독립운동을 방해하며 각종 수탈행위와 강제동원에 앞장선 친일 인물들의 반민족 행적과 해방 뒤 주요 행적을 기록하는 인물사전이다.

윤경로 편찬위원장 "정치권은 친일청산 방해하지 말라"


▲ 윤경로 편찬위원장.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윤경로(57·한성대) 편찬위원장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6대 국회의 예산삭감에 분노한 국민들이 민족적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성원을 보내 편찬위원회가 힘을 얻었다"며 "오는 17일 편찬위 상임위 모임에서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물에 대한 대상과 범위를 정하는 등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특히 "친일행적이 분명한 인물을 1차로 작업하고 논란이 예상되는 단체와 인물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다룰 것"이라며 "인명사전을 만들어 역사화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감정적인 대립과 갈등을 방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 '친일인명사전 편찬기금'에 모아진 국민의 성원에 대한 소감은.
"지난 16대 국회의 예산삭감에 분노한 국민들이 민족적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성원을 보내주어서 편찬위원회가 힘을 얻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작업추진의 어려움은.
"연구진 안에서도 친일파 분류 과정에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차 작업에서는 친일이 분명한 인물을 정리하고 미묘한 단체와 인물은 상임위에서 시간을 갖고 토론하기로 했다. 또한 원로들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할 계획이다. 감정적인 대립과 갈등을 방지하고 또한 친일청산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 현재 추진 속도는.
"오는 17일 상임위 모임에서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물에 대한 대상과 범위를 정하는 등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해 안에 친일사전 지방편을 펴내고 해외편을 보완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2년 동안 구체적인 작업을 통해 2006년 말까지 친일인명사전을 펴낼 계획이다. 20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하는 만큼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면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면 친일파로 분류되고 포함되지 않으면 면죄부를 줄 수 있어 고민이다."

- 외국의 참고될 만한 사례는.
"나치에 점령된 프랑스 경우가 해당된다. 하지만 프랑스가 점령된 기간은 우리와 달리 4∼5년에 불과해 직접 비교는 어렵다. 40년에 걸친 친일 부역행위를 어떤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몇 백 명에서 몇 십 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군인은 소위 이상, 경찰은 경사 이상, 관료는 고등문관 이상으로 조사대상을 제한했다. 신사참배와 창씨개명 등 생존형 친일은 대상이 아니다."

- 야당과 일부 언론이 친일청산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친일인명사전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주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 포함에 대해 수구언론과 야당의 반발이 심하다. 박근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딸이기 때문에 야당 대표가 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과 동아의 사주 김성수씨도 잘한 부분이 있지만 친일행위를 한 것 또한 사실이다. 역사청산 작업은 개인과 집단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과거의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사실을 역사 앞에 고백하고 제대로 기록해 성숙한 사회로 가자는 것이다."



▲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일제식민통치기구 및 협력단체 편람' 시리즈 첫 번째 결과물

ⓒ2004 민족문제연구소

- 보훈처와 행자부 등 일부 관료들이 역사청산 작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2월 민족문제연구소가 독립유공자 20명에 대해 재심을 요청했는데 이들의 서훈은 박탈해야 옳다. 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심사위원을 역임했는데 잘못된 유공자 선정에 대한 책임 때문에 관료들이 서훈을 박탈하기는 힘들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통해 서훈을 박탈하도록 압박을 넣는 수밖에 없다. 박정희 기념관 국고지원과 관련해서도 행자부 관료들이 애매한 태도와 여론을 핑계 대며 장관의 뜻을 어기려 하고 있는데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 막중한 사업의 책임을 맡았는데 개인적인 어려움은.
"워낙 예민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 주위에서 걱정하고 있다. 역사청산이라는 짐을 모두들 피하려고 하지만 역사청산은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학자로서 당장은 힘들지만 훗날 역사의 평가를 위해 신념을 갖고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

- 국민들에게 당부할 말은.
"친일청산 사업이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방해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민특위 당시에는 친일청산이 시기상조라며 방해하고 60년이 흐른 지금은 과거를 끄집어낸다며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친일청산은 누구를 처벌하고 징계하기 위한 일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진상규명하고 기록해 역사의 엄중함을 남기려는 것이다. 민간단체가 민족적인 일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민족의 정통성을 되찾으려는 국민의 성원과 후원을 부탁하고 싶다."



'친일인명사전'모금 참여방법

1. 계좌이체
국민은행 010901-04-036092
농협 031-01-436086
예금주 (사)민족문제연구소

2. ARS 전화 = 060-700-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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