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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여사 “도쿄都 왜곡 교과서 채택 괘씸”

일본의 8월은 뜨거웠다. ‘두번 다시 무기를 갖지 않겠다’는 패전의 약속 대신 전쟁 금지와 군대 보유를 규정한 헌법 개정의 목소리가 솟구쳤다.


2차대전 A급전범의 위패가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에는 참배객이 줄을 이었고,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내년 봄 신설되는 중학교에 우익단체가 만든 왜곡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다. 1970년대 중반 일본 총리를 지낸 고 미키 다케오(三木武夫)의 부인으로 평화운동가이자 민간차원에서 북·일 친선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키 무쓰코 (三木睦子) 여사를 지난 3일 도쿄 시부야의 자택에서 만났다.


87세의 고령인 그는 도쿄도의 왜곡 교과서 채택에 대뜸 “괘씸한 일”이라며 화부터 냈다.


－도쿄도가 하쿠오고 부속 중학교의 역사교과서로 후쇼샤(扶桑社)의 책을 채택한 것을 어떻게 보는지.


“하쿠오고교는 1930년대 내가 졸업한 학교다. 개인적으로 내 모교에 과거를 속이는 교과서를 채택하는 것은 용서하기 힘들다. 엘리트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하는 중·고 일관교에 ‘과거에 일본은 좋은 일만 했다’는 식의 교과서를 쓴다는 것은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 나쁜 일을 했으면 그것도 정확히 기록해야 후세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교과서 채택은 교육위원회 소관이라고 미루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피해서만 가려 한다. 어렵고 곤란한 문제는 입을 다물고 모른 체한다.”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에 대한 의견은.


“이라크 지원을 한다며 왜 중무장을 하고 가나. 대포 대신 삽을 갖고 가야지. 군사력 대신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전쟁을 시작했는데 발견도 안됐다. 세계가 속은 셈이다.”

－헌법 개정 논의에 대한 시각은.

“개헌론자들은 대부분 전쟁을 체험하지 않은 세대다. 고이즈미 총리도 당시 어린이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를 것이다. 전쟁은 체험하지 않으면 그 비참함을 모른다. 때문에 조금도 거리낌없이 자위대를 해외에 내보내는 것 아니겠나. 개헌론자들은 현행 헌법이 미국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고쳐야 한다고 말하지만 평화를 위한 헌법, 전쟁을 하지 않는 국가의 존엄성을 모르고 있다. 최근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 선생 같은 이들과 ‘9조의 회’를 만들어 개헌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 평화운동에 대해 소개한다면.

“일본은 먼저 아시아 국가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일본이 갖고있는 과거 부(負)의 유산도 많지 않으냐. 이 때문에 아시아 부인우호회를 만들어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24개국이 참가중이다.”

－북한과 친선활동은 어떤지.

“매년 1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에서 일본 어린이들의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조만간 북한 어린이들의 일본 전시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일본의 대북 분위기는 냉랭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과 접촉의 기회가 많아지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에서 살고 있는 북한인들이 일본인 학교에 더 많이 입학했으면 한다.”


〈도쿄/박용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