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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2039

광화문현판만 바뀐다고해서 역사가 바로서나
작성자 :
솔뫼  (IP :61.42.174.63 )
적성일 :
2005-01-28
조회수 :
2295

광화문 현판교체, 역사관부터 안바꾸면 무의미[펌]

작성자 솔뫼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광화문 현판을 정조 글씨로 바꾸겠다고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방침을 정한데 대해 논란이 많다. 교체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현 광화문 현판이 특정 정권(박정희)이 자의적으로 만든 상징물이니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당연하다는 입장이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 청장이 정조를 거론한 부분이 모종의 정치적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언론계나 정계의 판도도 흥미롭다. 한겨레 신문이 비교적 호의적인 입장이라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정치적 배경설을 제기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반대 성명서까지 낼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현 집권세력이 광화문 현판을 직접 쓴 고 박정희 대통령과 그의 딸인 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등치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유 청장은 정조의 글씨가 빼어나고 문화적 성군임을 고려했다고 하나, 김문식 학예사(서울대 규장각)는 광화문을 포함한 경복궁이 임진왜란 때 불타 정조 재위 때 폐허로 남아 있었기에 경복궁과 정조를 연관지을 고리가 없다고 설명한다. 글씨가 한자인가 한글인가 하는 점도 문제다. 한글단체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한글은 세종대왕과 학자들이 경복궁(집현전)에서 만든 까닭에 한글이 적절하다고 하니 이도 문제다.

현판문제 하나 가지고도 이렇듯 복잡한 것은 우리네 현대사가 얼마만큼 질곡이 심했는가 하는 반증이다. 사실 가시적인 분야에 집착하자면 밑도 끝도 없을 정도로 일이 많다. 그러나 일제치하에서 군사정권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곳곳에 남은 식민통치와 군사독재의 흔적들을 지운다고 해서 한반도의 역사가 새롭게 부활하는 것은 아님을 인식한다면 과감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김영삼 정권시기 중앙청의 경우도 식민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증거물로 유용하게 쓸 수도 있었지만 혈세를 들여 무리하게 철거한 경험이 좋은 사례다.

국내외 각종 현안과 난제가 산적해 있는데, 이런 류의 상징물에 집착하는 것은 지극히 비생산적인 사고방식이다. 본디 경복궁 복원 계획이 광화문 원형복원과 함께 추진되어 왔다고 하니 현판문제는 그쪽 전문가들한테 맡겨두는 게 순리다. 또한 역사적으로 현판은 원래 신하나 서예가가 썼다고 하니 굳이 대통령이나 왕이 나와야 할 대목도 아니라고 본다.

추가하나. 굳이 광화문 현판 하나를 가지고 진보와 보수의 잣대로 구분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면 감히 이렇게 충고 드리고 싶다.

21세기에 들어와서까지 세종로 한복판에 광화문 현판이랍시고 봉건적인 왕조사관(王朝史觀)을 상징물로 걸어놓는 것보다는, 그것이 한글이든 한문이든 상관없이 민중사관(民衆史觀)에 어울릴만한 인물의 필체를 걸어놓는 건 어떻겠는가.

예컨대 갑오농민전쟁을 통해 민중을 수탈한 봉건왕조와 외세에 저항한 훌륭한 선열들의 필체 중에서 골라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그 정도라면, 광화문 현판 교체를 놓고 감히 진보를 거론한다해도 국내외적으로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펴낸 바 있는 유 청장의 역사적 혜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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