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입니다

[조선일보] 2007년 02월 05일(월) 오전 01:00 가 가| 이메일| 프린트

고구려를 소재로 한 한국의 TV 드라마 ‘주몽(朱蒙)’과 ‘태왕 사신기(太王四神記·9월 MBC 방영 예정)’가 중국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 당국은 ‘태왕사신기’와 관련한 보도 금지령을 내렸고, 네티즌들은 ‘주몽’을 반(反)중국 드라마로 연일 성토하고 있다.

요즘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 톈아이(天涯)망과 바이두(百度) 등에는 ‘주몽’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주장이 넘친다.

“일본 하나로도 충분한데 이젠 한국까지…” “한국인들은 자신은 선량하게, 한(漢)나라 사람들은 잔혹하게 묘사해 사실을 고의로 왜곡했다” “드라마는 한나라를 일본보다 나쁜 나라로 묘사했다” “중국 문화당국은 뭘 하는가. 한국이 비열한 목적을 갖고 이런 드라마를 전 세계로 방영하는데”….

이 탓에, 지난달부터 주1회 한 편씩 ‘주몽’을 방영하기 시작한 홍콩 ATV(亞洲電視)측은 ‘주몽’의 중국어 자막에서 ‘한(漢)나라’를 ‘천조(天朝)’로, ‘나라’를 ‘부족’으로 바꿨다. ATV의 가시청권은 홍콩과 광둥(廣東)·후난(湖南)성 등 중국 남부. 입카포(葉家寶) ATV 부회장은 “일부 민감한 어구를 수정하고 조정했다”며 “주몽은 재미있고 잘 만든 드라마이며, 소재도 신화이자 전설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는 광개토대왕을 다룬 역사극으로서, 9월부터 방영되는 ‘태왕사신기’에 대해 민감한 역사 소재인 고구려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이유로 보도 통제령을 내렸다. 한류 스타 배용준이 5년 만에 출연하는 태왕사신기는, 한국 드라마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450억원)가 투입된다.

홍콩 아주주간 최신호는 4일 ‘연개소문’, ‘대조영’ 등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다룬 드라마가 한국에서 속속 제작되는 데 대해서도 중국은 불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아주주간은 그러나 한국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 “이런 한류는 ‘문화침략’이 아니며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중국의 드라마가 발전의 계기를 찾는 등 상호 협력을 통해 장기적으로 ‘문화 융합’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 스타들이 중국 드라마에 대거 출연하고 양국 합작 영화와 드라마가 계속 제작되면서 ‘신한류(新韓流)’가 싹트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