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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군 석곡면 돌실은 ‘돌이 많은 골짜기 동네’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짠 삼베를 돌실나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돌실에서 생산되는 베라는 뜻이다. ‘나이’는 ‘베를 짜다’의 옛 표현이 ‘베를 나다’인데 여기서 파생된 말이라 한다.

돌실 사람들은 삼베가 모시와 같이 올이 가늘게 짜기 때문에 다른 삼베보다 훨씬 고급으로 친다. 그 뛰어난 솜씨를 인정 밭아 일찍이 나라님의 진상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죽산리의 김점순 할머니의 솜씨는 돌실나이의 최고가는 명장이다. 팔순의 나이임에도 아직도 베틀에 낮아서 삼베 길쌈을 할 정도로 기력이 좋고 목소리 또한 삼베처럼 맑고 청음이다.



젊은 시절에는 밤낮을 돌실나이를 짜 모은 돈으로 논 서마지기를 장만 한 적도 있었는데, 남편이 노름방에서 하룻밤에 날려버렸다.

누구에게 하소연조차 할 수 없어 베틀에 앉아 달그락거리며 베틀가를 읊조리면 마음속의 한과 근심거리를 달랬다고 한다. 슬하에 두 아들과 딸을 둔 할머니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길쌈을 하며 두 아들을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가르치고 막내딸은 대학까지 진학시켰다. 친정어머니께서는 “아야, 돈 되는 굵은베여야”하며 열심히 농포를 만들라고 했지만, 엄니 난 “한필을 팔아도 목 돈 되는 것을 만들라요”하며 고급삼베만 고집스럽게 짰다.

그 고집스러움이 훗날 돌실나이의 명맥을 이어가는 마지막 솜씨가 되어 인간문화재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러나 나도 이제 예전같이 않아 젊었을 때는 이틀이면 베 한필은 거뜬히 짰는데, 이제는 1년에 베 열 필도 짜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죽기 전 돌실나이의 전통을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다는 김점순 할머니이다.

곡성의 돌실나이는 여느 삼베와 마찬가지로 올 사이에 따라 농포, 중포, 세포로 구분된다.
농포는 4-5새로 농부들이 입는 옷감이나 장례식 때 사용하는 상포용이고, 중포는 6-7새로 보통 선비들이 입던 모시적삼이나 두루마기용, 세포는 9-12새로 제일 고급 베로 임금이나 고위관직에 있는 벼슬아치들의 옷감이다.

김점순 할머니는 농포, 중포. 세포 외에도 목화에서 베를 짜는 무명이나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명주 베 등 안 짜본 것이 없다. 그중에도 한 올 한 올 정성을 다하여 짜야하는 세포 짜기에는 그 솜씨를 따를 자가 없다.

곡성의 돌실나이 중 김점순 할머니의 삼베 짜는 일은 먼저 소서 무렵 다 자란 삼을 베어 이파리를 제거한 뒤 생삼대를 삼굿에 넣고 수증기로 쪄낸다. 삼대가 쪄지면 삼대 껍질을 볏겨 내어 그 줄기를 가지런히 묶어 말린다. 말릴 때 건조 상태 등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 너무 말리면 실 만들기가 좋지 않고, 그렇다고 습기가 너무 많으면 부패해서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다 말린 삼은 질에 따라 상. 중. 하로 구분하여 도포. 의복. 상포용으로 미리 결정한 다음, 집을 태워 만든 잿물에 담갔다가 맑은 물에 행구는 방법으로 표백과정을 거친다.
표백이 거친 삼은 손톱으로 가늘게 찢어서 무릎위에 놓고 가볍게 비벼가며 실을 만든다.
이때 실의 끝과 끝을 잇는 작업을 병행하여 흩어지지 않도록 광주리에 차곡차곡 담고 물레로 자아서 질긴 실이 되도록 한다.

베를 짤 실이 만들어지면 베 한필 길이와 새의 수에 따라 날줄을 만들고 베매기를 하는데, 베매기는 날줄을 바디에 끼우고 바디쪽, 실 끝을 도투마리에 메고 다른 끝은 긴싱개에 맨 다음, 적당한 거리로 늘어뜨리고 팽팽하게 당긴 뒤 도투마리 쪽에는 은은한 왕rut불을 피워 솔질을 하여 풀을 먹인 다음 도투마리에 감는다. 베매기가 끝나면 날실이 가득감긴 도투마리를 베틀에 얹은 다음 이중구조를 가진 날실사이에 비경이를 넣고 비경이 아래쪽에 날실을 잉아에 거는데. 그 날실을 잉아 올이라 하고 그렇지 않는 날실은 사올이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이 모두 끝나야 비로소 베 짜는 사람이 베틀에 올라 베 짜기를 시작한다.
베를 짤 때 오른발에 신은 끌신을 앞으로 당겼다 뒤로 뻗었다 하여 잉아 올과 사올을 아래위로 교차시키면서 한손으로 씨실이 감긴 북집을 좌우로 보내 씨실을 먹이고, 다른 한손으로는 날실과 서로 탄탄하게 짜이도록 바디를 힘차게 때리면 한 올 한 올 베가 짜여 옷감이 된다.

그래도 내가 살아 있어 돌실나이를 짤 수 있는데 이제는 가뭄에 콩 나듯이 우리 옷감으로 옷을 지어 입는 사람이 드물어 못내 아쉽다고 한다. 수천 년 동안 전통으로 내려온 우리 어머니들의 길쌈들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우리 것이 소중한 것처럼 수천 년의 전통이 지켜지기를 기대하면서 우리 것 지킴이에 한평생을 살아온 김점순 할머니의 건강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