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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2496

언론사의 무책잉
작성자 :
이재일  (IP :58.76.195.41 )
적성일 :
2005-12-05
조회수 :
2629

'황우석 파문'이 연일 신문과 방송의 뉴스면을 장식하고 있다. 보도내용을 보면 나름대로 객관성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언론은 황교수팀과 PD수첩팀의 주장이나 입장을 비슷한 비중으로 보도하고 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해당 언론사의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다. 지나치게 보도의 객관성에 비중을 두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언론사 자체의 판단이 있었을 텐 데도….



언론의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객관적인 보도는 물론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비판기능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기능에 속한다. 객관성에만 힘을 기울이고 비판기능을 소홀히 할 때 언론은 독자나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된다. '직무유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PD수첩팀 황우석 교수팀이 연구과정에서 윤리성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이 그런 것을 파헤친 것은 떳떳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취재하면서 연구팀에게 취한 태도는 그야말로 '깡패 수준'이다. 사람을 윽박지르고 위협하는 것은 '윤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깡패들의 전형적인 행태가 아닌가.



그러나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 언론에서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 그러는지? 언론이 미처 그까지 생각을 못해서인지, 아니면 별로 다룰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지금 논란의 초점은 분명히 '윤리문제'이다. 황교수팀이 아무리 훌륭한 연구성과를 올렸다고 해도 연구과정에서 윤리성을 어겼다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렇듯이 PD수첩팀이 아무리 좋은 작품을 제작했다고 해도 취재과정에서 윤리적으로 어긋난 행동을 했다면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된다.



필자는 '과학'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보도(報道)'가 무엇인지는 좀 아는 편이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24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직시절에는 '신문윤리'분야에서 활동했던 사람이다. 필자가 PD수첩팀이 취재과정에서 자행한 비윤리적 행태에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하겠다.



비판할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엄하게 비판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자 사명이다. 그런데도 이를 외면하는 것은 '독자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과 다름없다. 독자들은 확실한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내세우는데도 언론이 아주 점잖게 대처(?)하고 있는 것을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PD수첩팀이 취재(PD들에게 취재자격이나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겠지만)과정에서 엄청난 횡포를 저질렀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들이 '방송'이라는 거대 매체의 힘을 등에 업고 저지른 횡포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그래놓고도 '우리가 잘했다'며 궤변을 늘어놓는 PD들의 뻔뻔스러움은 용서받기조차 힘든 작태이다.



언론들은 PD수첩팀의 비윤리성에 대해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단호하게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것이 독자들과의 약속, 즉 '비판할 것은 비판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그것이 언론에게 주어진 중요임무 중의 하나를 수행하는 일이다. <0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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