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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아는 집의 초대를 받고 갔다.
그 집을 방문하면서 나는 그 집에 대한 어떤 기대감을 가진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 집주인의 문화적인 식견과 취미 때문일 것이다.
고서화를 좋아하고 정원엔 아름다운 꽃들이 사계절 피어 있는 주변자연과 어울러진 아름다운 집이다.
안내를 받고 현관에 접어든 순간 내 눈에 들어 온 것은 다름아닌 하회탈 중 하나인 양반탈과 부네 탈이었다.

양반탈과 부네탈!
시중의 선물가게나 관광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전통 공예품인 우리의 탈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양반탈과 부네탈은 한 셋트로 팔리고 있고 팔린 한 셋트의 탈은 가정집 거실에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국보 121호 하회탈 !
우리는 하회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무작정 선물코너에서 팔고 있으니까 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탈 하나 하나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알고 있어야 한다.

본래 하회탈은 12개 탈로 구성 되었다.
양반탈.선비탈.중탈. 할미탈. 각시탈. 부네탈. 회랭이(백정)탈. 초랭이. 이매탈. 그리고 총각탈. 떡달이. 별채이다. 각 탈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양반탈: 양반사회의 존엄과 탐관오리의 퇴색한 상징으로서 본다. 빨간 색의 얼굴에 턱이 움직이고 얼굴면의 조화된 율동으로 희노애락을 표현한다.

선비탈: 세파에 어두어 학문세계에 매달려 조향을 받는 야인상이다. 불거져 나온 눈은 경질적(輕質的)이고 코는 자비스러우면서도 어쩐지 궁핍스러운 생활고에 못이겨 마땅치 않는 입을 표현하고 있으며서도 희노애락을 표현한다.

중탈: 자비스러운 코와 이마 솟은 혹같은 점은 불상을 연상케하며 중간표정을 잡은 눈과
색다르게 큰 아래턱은 고개를 숙이므로 인해서 능청스러운 표정을 준다.

할미탈: 세상을 원망하기에 우뚝 솟은 두 눈썹사이가 길게 파여 있음은 근심이 가득하고 기아에 눈알만 불거지고 말라빠진 할미의 뾰족 솟은 코는 그래도 생활력이 강함을 표현하고 아래 입술이 안으로 들어가며 약간 입을 벌리고 있기때문에 허기에 찬 연노자(年老者)의 강력한 표정이다. 현재의 표현은 마을의 일을 보는 근면한 부녀부장 격으로 보인다.

각시탈: 연지곤지를 찍은 각시 치고 못생긴 얼굴이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윗 머리 형태의 균형미와 단조로운 선으로 유(流)에 따라 희노애락의 표현이 자유롭다. 납작한코는 여성의 사회적 속박에서 오는 결정의 표현이며 가슴속에 간직한 말을 차마 못하는 여성이 무슨말을 할듯한 입술이다. 각시탈을 천천히 움직임을 따라 변화하는 얼굴의 심미한 표현이 유동적인 형태를 바꾸어 가며 살아있는 듯한 인간의 감정을 맛보게하는 탈이다. 즉 현모양처의 상을 나타내는 탈이다.

부네탈: 평면적인 원형 탈로 전형적인 달걀형의 여인상이다. 초생달같이 아래로 처지는 실눈과 눈섭에 길죽한 코밑에 미소 띤 입술을 보면 볼수록 요사스럽다. 써비스업 종사자나 음이 센 여성의 상징으로 현대여성의 미를 표현한 것이다.

초랭이탈: 비뚤어진 얼굴에 이마가 불거지고 쑥 드러간 눈에서 뛰어나온 눈알에 가늘게 둘러잇는 백색원은 새눈알같이 쉴 새없는 유동성의 상징인데, 탈의 불균등한 질서없는 속에서 율동을 찾고 양반과 대조적으로 촐삭대는 행동에서 경솔한 행동의 미를 나타내고 있다.

이매탈: 미완성의 탈로 탈중에 가장 못생긴 바보형의 탈이다. 평상시나 애처로울때 자기 본연의 감정을 억제하고 지배자에 타협하고 복종하는 성품을 그려낸 소박한 연분홍 색채의 탈이다. 입면(面)이 좁은 것은 경솔함을 표현하고 납작코는 비열한 표현으로 어수록하면서도 따뜻함을 보이며 축 처진 눈은 속셈없이 어느때나 흥겹고 경솔함을 표현 해준다.

백정탈(회랭이): 치켜울린 눈섭은 살생의 잔인한 힘과 과단성을 표현하고 뛰어나온 아랫입술은 강력한 백정의 표현을 증가 해준다.

이상 은 남아있는 탈의 형태이고, 아주 미남자로서 대장부 상징인 총각탈과 선머슴처럼 어설픈 상인 떡다리(영감탈), 보기만 해도 증오심이 일어나는 별채(타락한 사령력)탈은 현존하지 않는다.
이처럼 탈마다의 특징이 따로 있는데 분명 양반탈과 짝을 이룬다면 현모양처의 상을 나타내는 각시탈을 들 수 가 있다. 즉 거만하고 가부장적인 양반과 모든 역경을 고난 속에서 가정을 지키려는 현모양처의 각시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가정 을 보아 왔다. 그런 사회의 변화속에서 양반과 부네의 등장은 시대의 변화를 말해 주는듯 하다.

우리 나라 여성중 한국형 미인의 형태가 계란형으로 바뀌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활발함에 따라 한가정을 이끄는 가정적인 현모 양처의 형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여성상 바로 부네 탈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옛말에 “여자가 눈이 처지면 음이 세고 눈웃음을 치는 여자는 한 남자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었다. 이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보다는 한 가정을 지키는 가정적인 여성을 요구하던 시대의 말이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에 따라 변화하는 여성상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충분히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상이다. 그렇게 본다면 양반탈과 한 셋트를 이룬 부네탈은 사회변화의 한 면모로 보아 넘겨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