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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이 고을 순찰에 나가서 경기도 여주 땅에 이르게 되었다. 임금의 행차로 인해 여주현감은 임금을 맞이하기에 분주했고, 임금의 수라상에 여주의 생산품인 여주 쌀로 밥을 지여 올리자 태종임금은 여주 쌀을 최고의 쌀이라 극찬을 하면서 여주 현감에게 명하기를 앞으로 여주현감은 여주 쌀을 진상품으로 올리라고 하명을 했다.

그리하여 여주 현감은 고을에서 미질이 제일 좋은 쌀을 찾아 임금께 진상을 하였다.
진상을 한 쌀은 어김없이 시녀들의 손에 의해 밥을 지어 임금의 수라상에 올리게 되었는데, 임금은 밥 한술을 뜨고 나서 불호령이 내려졌다 한다.

영문도 모르는 신하는 임금 앞에 바짝 긴장하여 머리를 조아리자 임금은 이 밥을 지은 쌀이 여주현감이 진상한 쌀이 맞느냐? 왜 여주에서 맛을 보았던 밥맛과 다르냐며 호통을 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여주현감은 어쩔 줄을 모르면서 아전들을 급히 동헌에 불러 대책마련에 들어가 임금을 설득할 수를 얻지 못하고 걱정의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선비가 현감을 찾아와 비책을 알려주니 그 내용은 바로 이러했다.
“여주의 쌀과 여주의 동헌의 물을 떠가지고 한양 궁궐로 올라가 여주 동헌의 물로 밥을 지어 임금에게 올리라”는 주문이었다.

이러한 주문에 여주현감은 동헌의 물과 여주의 쌀을 싣고 한양의 궁궐로 올라가 선비의 주문대로 밥을 지어 임금께 올리자 임금은 내가 여주에 갔을 때와 밥맛이 똑같다며 어찌 같은 쌀인데 궁궐에서 밥을 지은 것과 여주에서 밥을 지은 것이 다르냐? 는 물음에 여주현감이 대답하기를 그것은 물 때문입니다 라고 대답을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 일화처럼 경험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에서 쌀 맛이 있기로는 경기미라 한다. 그 중 여주. 이천. 용인등지에서 생산되는 쌀을 최고로 치어 값 또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보다 비싸다. 이러한 쌀을 가지고 전라도에 가지고가서 밥을 지어 보면 밥맛이 형편이 없다. 용인이나 여주에서 밥을 지으면 쌀에 윤기가 흐르고 밥맛이 아주 좋은데 왜 전라도에 가서 밥을 지으면 밥에 윤기도 없이 맛 또한 없는 것인가.

그와 반대로 전라도 부안군 계화도 에서 생산되는 계화 미는 바다를 막아 농토로 만든 개척지 쌀로 호남일대의 최고의 미질로 유명하다. 이러한 개화미를 가지고 경기도나 서울에서 밥을 지으면 생각과는 달리 밥맛이 형편없다. 이는 바로 물 때문인 것이다.

그 지역의 토양과 물의 조건에 따라 그곳에서 생산되는 식물들은 겉보기는 같지만 속 내용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생물이 자란 자연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 동양 철학에 음양5행의 원리가 있다. 우주의 모든 생물과 무생물을 음양으로 나누고 또 5행으로 구별하는 원리이다.
5행은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인데 이는 자연 현상이나 인간의 유형, 인간 인체와 인간 내면의 성품까지도 5행으로 보고 있다.

얼굴의 모양새를 보고 그 사람은 목성인가 수성인가를 구분하고, 목소리를 듣고 목성인가 토성인가를 구분하며, 자연 속에서 자라나는 잡초 하나까지도 5행으로 분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 속에서 떼놓을 수 없는 것이 물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큰 강을 중심으로 주거지가 형성되었고 강을 중심으로 한 삶이 이루어졌다. 강을 중심으로 한 삶 때문인지 몰라도 살아가는 풍습이나 삶의 문화가 비슷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품까지도 비슷한 점을 발견 할 수 있다.

낙동강 7백리 길의 경상도 사람들의 풍습이나 생활문화와 영산강을 중심으로 한 전라도 사람들의 풍습과 생활문화가 어쩌면 이질적으로 느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지역적인 특징과 삶을 형성하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좁은 지역에서 서로의 의견하나 좁히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대안이 없다. 서로의 이견을 대립하기에 앞서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는 일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5행의 木生火.火生土,土生金,金生水,水生木의 상생설과 水克火,土克水,木克土,金克木.火克金의 상극설의 원리를 이용하는 관계의 설정이다.

조선후기 사상의학을 주창했던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인간의 체질을 음 체질과 양 체질로 나누고, 이를 소음과 소양, 태음과 태양으로 나누어 같은 환자라도 체질에 따라 쓰는 약의 처방을 다르게 하듯이, 사람의 관계설정에서도 5행의 이치가 필요 한 것이다. 물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물을 보충해 주고, 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금을 보충해 줌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는 것처럼 이 땅에 바탕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 땅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찾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