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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연도(耆老宴圖)에 여러 사람이 넓게 둘러 앉아 차상을 앞앞에 놓은 장면이 있다.
넓은 대청이다.

대청은 집 가운데 있는 마루바닥의 재료와 구조가 목조로 짜여지고 바닥은 지면으로부터 떨어져서 그 밑으로 통풍이 가능하며, 외벽의 일부가 개방되어 있거나 개폐가 쉽게 되어 있다.

대청의 명칭은 군청 도청의 청(廳)에서 미루어 볼 때 통치하는 장소라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 된다. 대청은 신분의 상징성과 권위성을 나타내는 장소로 조상의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나 성주(城主)라는 가신을 모시는 장소로 이용되었다.

성주는 그 집의 수호신이며 여러 神 가운데 제일 어른 神이므로 집안에서 가장 깨끗한 장소인 이 공간에서 취급한다.

과거 상류층의 주택에는 보통 안채에는 안 대청이 있고, 사랑채에는 사랑대청이 있는데, 이들의 위치는 주로 각 채의 중심부에 배치되어 있으며, 공간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방을 지배하는 중심적인 생활기능을 가지고 있다.

안대청은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위치하여 이들 방으로 출입하는 전실의 기능을 가지는 동시에 여름에는 시원한 거처가 된다. 또한 하인이나 몸종에게 각종 지시를 하거나 자신의 소일하는 공간으로 안주인의 권위를 상징한다.

하인이나 몸종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며 가까운 측근 정도만 출입이 가능하다.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모두 들어열개로 된 불발기를 달고, 안 마당에도 들어열개로 된 복합문을 달아 여름에는 모두접어 들쇠에 매단다.

또한 발을 내려 뜨려 마당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하고, 바닥에는 돗자리를 깐다.
대청의 양 모퉁이에는 보통 사각탁자와 뒤주가 놓이는데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에는 대청이 집안일의 중심장소가 된다.

사랑 대청에도 사랑방과 건넌방을 비롯하여 누마루를 출입하는 중심공간이 된다.
윗목에는 사방탁자를 놓고 여름에는 화문석을 바닥에 깔며 창호는 모두 접어 들쇠에 매달고 발을 드리운다.

때로는 살평상을 들여놓는데 죽부인을 놓아두고 잠을 잘 때 안고 자기도 한다.
이러한 대청마루의 추억이 여름철이면 가끔 생각나게 한다.
마당에 쑥을 뜯어 모깃불을 피워 모기를 쫓고 대청마루에 모기장을 쳐놓고 할머니께서 손수 지은 옥수수와 시원한 수박을 먹으면서 할머니의 정담어린 옛날이야기를 듣던 어린시절의 추억이다.

70년대 이후 우리의 주택들이 서양식 양옥으로 바뀌고, 또 아파트문화가 정착되면서 먼 추억으로 남은 대청마루지만 우리주거 문화의 이상향을 찾을 수 있는 조상들의 지혜이다.
대청마루 밑을 자연통풍을 시킴으로써 집안의 습기를 제거 할 수 있었고 여름철의 삼복더위를 시원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한 주거 문화의 특징이다.

어머니가 대청에 앉아 다듬질하는 그 모습이 눈에 아름거린다.
어머니의 공간이자 한여름 밤을 지새우던 대청마루는 우리 민족 주거문화의 특징인 것이다.

사랑채의 대청마루에 찻상을 차려 놓고 의이 좋은 벗과 함께 차 한잔을 마시는 여유로움이 보이는 대청마루의 전경 또한 한국전통의 가옥이 아니고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폭의 그림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