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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누정이라 하는 정자는 좋은 자리에 알맞게 짓는다.
자연을 억누르지 않게 다소곳이 짓되 허한 부분을 보충하여 생동감 있게 하려 하였다.
그런 정자에 올라 앉아있으면 저절로 경탄하는 탄성을 지른다.

<신중동국여지승람>에 누각에 비해 정자는 작은 건물로서, 일반적으로 놀거나 휴식을 할 장소로서 산수 좋은 높은 곳에 세우는데 정각(亭閣) 또는 정사(亭)라고도 한다.
사(사)또한, 높은 언덕, 혹 대위에 건립한 집으로 정자를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누정은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마을속의 살림집과 달리, 자연을 배경으로 한 남성위주의 유람이나 휴식공간으로 가옥 외에 특별히 지은 집이라 할 수 있다.

정자는 원래 방이 없이 마루만 있고 사방이 두루 보이도록 막힘이 없이 탁 트였으며,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높은 곳에 건립한 것이 특색이다.

이러한 누정은 충청도 이남지방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모정(慕情)과 비슷하지만 모정은 주로 농경지를 배경으로 한 정자로서, 농부들의 휴식소로 지은 간편한 정자이다.

이러한 누정의 기원은 신라 소지왕이 488년 정월에 천천정에 행차를 하였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처음 보인다. 또 <삼국사기>에서는 고구려 유리왕이 즉위 3년 (서기전17년)에 계비인 화희와 치희를 별거시키기 위해 동서에 두 별궁을 중수하여 못을 파고 산을 쌓는 역사를 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기록으로 볼 때 천천정 이전에 이미 누정의 축조가 이루어졌을 거라는 추측이 되나 옛 기록이 확실하지 않아 5세기 이전의 누정의 역사는 알기 어렵다.

누정의 위치는 특징적으로 산수 좋은 곳에 지어졌는데 대개 다음의 네 가지로 들 수 있다.

첫째는 경관 좋은 산이나 천 또는 언덕에 위치하여 산을 등지고 앞을 조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삼척의 죽서루나 간성의 만경루와 같이 전망대로써 산꼭대기나 절벽위에 축조한 누정도 적지 않다. 옛 기록에 천인단애(千斷崖), 또 수십 길의 벼랑위에 세운 건물이라 하여 그 경치를 찬양하여 왔다.

둘째, 냇가나 강가 또는 호수나 바다에 임하여 누정을 세웠다.
산이나 언덕이 있으면 그에 따라 물이 흐르는 계곡, 또는 호수가 있기 마련이므로 산에 세워진 누정은 대개 물가에 있다. 그 명칭에 천(川), 호(湖), 촉(瀑), 계(溪), 강(江), 유(流), 해(海), 파(波) 등이 있는 것은 바로 누정의 위치가 이처럼 임수를 주로 하였기 때문이다.
정철의 송강정을 비롯하여 임억령의 식영정, 김덕령의 후손이 지은 취가정 등이 모두 광주와 담양을 경계로 하여 흐르는 증암천 냇가 구릉에 있음은 이러한 누정의 특색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삼면을 바다로 둘려 쌓여 있기 때문에 바닷가에 누정이 많다.
관동지방의 망양정, 통천의 총석정 등이 대표적이다.

셋째, 궁실 후원에 많은 누정이 건립 되었다. 창덕궁의 비원에는 누나 당을 제외한 이름있는 정자만도 17동이나 된다. 궁실의 사치는 누정이 건립으로부터 보는 사람이 많다. 궁원에 조경을 통하여 좋은 원림을 이루고자 하는 듯에서 세워진 것으로 본다.

이러한 누정은 궁실뿐만 아니라 민간인의 원림에도 반드시 세워졌다.
조선 중종 때 양산보가 경영하던 담양의 소쇄원 경내에는 광풍각과 제월당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윤선도는 보길도에 세연정을 비롯하여 호광루, 회수당, 정성당 등 12정자를 짓고 부용동 원림을 경영 하였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 정원이다.

넷째는 변방 또는 각지 성터에 누정이 많이 건립되었다.
주로 병사들이 쓰기 위해 세운 것이지만 상수를 고려하여 지은 누정은 다른 누정과 다를 바 없다.

이처럼 많은 정자는 정자의 크기나 모양 그리고 쓰인 재료가 다르지만 자연과 함께 벗을 하며 삶과 연관지여 있다. 자연의 풍경과 자연의 해택을 누리며 삶의 질을 향상 시키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에 동화 되며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온 정자문화를 한번 되새겨봄도 오늘 우리들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