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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일본사람의 집이나 중국 사람의 집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맑고 깨끗하며 명랑하다.

이를 자세히 알아보면 일본사람들의 가옥은 경험한 사람이 많이 있어 이해하기가 쉽다.
게다를 벗고 날름 올라선다. 무릎 꿇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다미방이 나온다.
또 창호지 바른 문짝이 벽면을 가득 차지하여 있는데도 집안 자체가 밝지 않다.

중국집은 어둑하고 침침하다.
화교들 집만 그런 것이 아니고 황하강 남방지방의 가옥들도 대체로 어둑하고 컴컴하다.

그러나 우리민족의 한옥들은 다르다.
특히 재료를 목조로 한 건물들이 많다.
목조 건물 수명을 장구하게 하려면 물기를 멀리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처마를 깊게 만든다. 깊은 처마는 기둥 밖으로 서까래가 많이 돌출하였다는 의미이다. 석까래가 돌출하였다는 것은 높이 솟은 태양이 사정없이 뙤약볕을 내려 쪼일 때에 차양이 되어 가려 주는 역할을 한다.

서울은 북위 37도 46분정도 위치한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사계절이 뚜렷한 아열대의 기후이다.
특히 여름에는 태양의 고도가 70도정도 아주 높게 뜬다.
이것을 태양의 남중고도라 부른다.

태양이 높이 떠서 노염이 내려 쏟는 무더위의 기승을 한옥은 길게 돌출된 처마가 차양이 되여 볕을 가려 준다. 직사의 열기를 차단하는 효과를 가진다.
한여름에 큰나무의 그늘이 시원한 원리와 같다.

그늘의 시원한 공기와 흐름을 갖는다. 바람이 생기는 것이다.
뒷창을 활짝 열고 대청에 앉아 있으면 맞바람으로 시원함을 더해준다.
또, 담벼락은 두꺼운 시골의 토담집은 문과 창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도 굴속처럼 시원해 좋다.
이러한 한옥의 태양열 이용법을 보면 과학적이다.
처마가 길어 직사광선을 차단하면 그늘이 있어 어둡다. 대낮에도 불을 켜야 살수 있는데 방안 천장까지 훤하게 들여다보이도록 환하다.
마당에 떨어진 햇볕이 백토를 깐 마당에서 반사하고 굴절된 빛이 실내에 들어가 조명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옛 조상들은 귀한 손님이 오시거나 잔칫날에 다가오면 마당에 재차 백토를 깔아 말쑥하게 하려는 의도와 밝은 빛이 명랑하게 들어가도록 하는데 있다.
우리는 시골 초가라도 높은 죽담이 있다. 마당에서 층층계단을 두어 디뎌야 올라선다. 댓돌에 신발을 벗고 껑충 뛰듯 해야 바로서서 마루에 오를 수 있다.
이런 구조로 인하여 마당에서 처마까지의 간격이 넓다. 반사된 광선이 유입될 면적이 증대되어 있다.

양지 바른 터전에 산천정기를 받으면서 살아온 증거들이다.
자연의 모든 것 하나까지 이용하는 지혜 있는 삶이 바로 우리 민족들의 삶이었다.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선조들의 지혜를 체득하는 삶이 필요하다.

특히 환경오염으로 사람들의 건강과 삶이 무너지는 오늘날에 자연을 이용한 소박한 지혜는 오늘의 우리에게 크나큰 교훈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