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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 적에 동네 어른들께서 손에 호두를 2알씩 들고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호드득 호드득 소리를 내는 모습이 생각난다. 신기하기도 하고 호두를 깨어먹고 싶어 무작정 달라고 졸라 댔던 어린 시절이다. 호두나 가래 열매를 가지고 손으로 굴리면서 손에 지압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옛 어른들은 손에서 손때가 묻어 뻔들뻔들 할 정도로 가지고 다니시었던 것이다.

먹을 것이 흔하지 않았던 60년대에 호두는 정말 귀한 음식 중 하나였다.
한여름이 지나고 초가을에 접어들면 호두나무에 탐스럽게 호두가 열린다.
다 여물지 않은 호두를 따서 껍질을 벗기기 위해, 냇가에서 돌멩이에 문지르고 호두 껍질 때문에, 온몸에 옻이 올라 부모님들 애를 태우던 일들이 추억으로 간직된다.

이러한 호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호두과자로 둔갑하여, 고속도로휴게소나 열차에서나 만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변하고, 호두나무조차 모르고 자라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호두나무와 가래나무!
열매가 비슷하게 생겨 모두 호두열매로 판단하기 쉬운데, 옛 어른들이 손에 지압용으로 가지고 다니신 열매는 호두열매가 아닌 가래 열매 인 것이다.

호두열매는 우리들의 세시풍속에서 대보름날 부럼으로 깨어먹는 열매인데.
대보름날 식물성기름을 보충해줌으로써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이다.

호두가 천안을 중심으로 심어져 천안의 호두과자는 호두열매를 조금씩 과자에 첨가해 호두과자를 만들고, 지역의 특산물로 자리 맥임을 함으로써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로 다시 태어났다. 호두과자엔 호두가 없다.
호두처럼 생긴 빵 기계에 찍어낸 과자인데.
한 알에 최고 100만원이 넘는 귀족호두가 탄생한 것이다.

전라남도 장흥군에서는 호두박물관에서 제1회 귀족호두의 날 행사를 하면서 100년이 넘는 10그루의 호두나무에서 생산된 호두를 식용이 아닌 손 지압용 호두로 장흥 귀족호두를 탄생시킨 것이다. 연간 생산량이 30벌 정도인 귀족호두는 원형의 호두와는 달리 삼각형, 사각형으로 변종이다. 변종이다 보니 희소가치가 있고, 한 벌에 3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초 한참 동양란을 취미로 기를 때 전라도 순창에서의 일이다.
내장산에서 남원으로 오는 길목에 순창에 들렸는데 우연히 란 화원을 보고 들어갔다.
이것저것을 살피다가 중투란 (잎줄기 가운데에 금줄이 나있는 란)을 보고, “‘이것 한 촉당 얼마 입니까?” 물으니“촉당 1000만원인데 700만원을 주면 드리겠습니다.”라는 주인의 말에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가 나온 기억이 있다.
식물의 변이종!
세상에 희귀한 것이면 무작정 돈으로 환산하는 우리사회의 한 단면인데. 손 지압용 호두가 변이종이라 해서 한 벌에 200만원에 거래가 된다고 하니 웬지 씁쓸하다. 장흥군에서는 품평회를 거쳐 지역의 특산물로 발전시키겠다지만 호두의 가치가 정말 그 정도 일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지난 가을에 강원도 횡성에서 가래를 따다가 손 지압용으로 선물 받은 한 쌍의 가래를 돌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