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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2리 신남리 마을 일명 (섶너울) 마을이다.
동해안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이색적인 풍습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동해안만의 특징과 소재의 신앙이기도 한다. 신남리 어부들은 전국의 어느 마을처럼 마을의 수호신형태의 돌무데기, 당산나무 입석과 같은 자연물로 남아 있지만 이곳엔 인격적인 존재로 구체화 되어 있다.

신남리에는 남 서낭과 여 서낭이 짝을 이루고 있는데 남 서낭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뒷산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고, 여 서낭은 바다로 딸려나간 바위산의 끄트머리에 거처를 마련하고 있다. 이들 두신께 한해에 두 번씩 봄 치성과 가을 치성을 올리는데. 여서낭인 해신당(海神堂)에 남근을 깎아 바치는 의식이 전승되고 있다. 마을을 지켜주는 여신에게 남성의 심벌을 깎아 바친다는 이 당제는 참으로 미묘하게 원초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즐거움이 있다.

오늘날의 성(性)에 대한 인식은 다분히 은밀하고 부정적이고 또 쾌락적이다. 돈을 매개로 사고팔기도 한다. 그러나 옛 사람들에게는 성은 자식을 생산하고, 고기를 잡아 올리고, 곡식을 수확하는 신성의 상징이었다.

신남리 性 신앙은 약 500년 전 이곳에 엄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았는데 그때 마을의 처녀가 장래를 약속했던 총각과 함께 바위섬에 돌김을 뜯으러 갔다가 총각이 점심을 가지러간 사이에 갑자기 폭풍이 불어와서 다시 배를 띄울 수 없게 되었다. 총각은 뭍에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고 처녀는 바위섬에서 살려달라고 애를 쓰다가 결국은 파도에 휩쓸려 죽게 되었다.

그런데 처녀가 그렇게 죽은 뒤 바다에는 고기가 씨가 마른 듯 잡히지 않았고 젊은이들이 뱃일을 나갔다가 죽어 돌아오기가 일쑤였다. 병고가 잦고 인심이 흉흉해지고 근심이 쌓여가던 어느 날, 마을노인의 꿈에 나타나 “내가 처녀의 몸으로 죽은 것이 원통하니 나의 넋을 서낭당에 모시고 위로해 달라”고 선몽(先夢)을 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그 장소에 향나무 신목으로 모시고 진수성찬을 마련하여 천녀의 넋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냈다.

그런데도 보답은 없고 재앙이 계속되었다. 이때 마을 한사람이 술에 취해서 “우리가 이렇게 정성을 드리는데도 고기는 잡히지 않고 재앙만 계속되니 과연 너의 존재가 무엇이냐?” 하면서 서낭산 신목에다가 대고 방뇨를 해버렸다. 술기운에 화가 나서 오줌을 갈기고 왔는데, 다음날 바다에 나가 그물을 건져 올리니 그물 코 마다 고기떼가 걸려 만선의 기쁨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난밤 서낭 산에 방뇨를 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날도 오줌을 누고 바다에 나갔더니 역시 만선이었다. 이일이 알려진 뒤 마을 사람들은 처녀가 원하는 것이 진수성찬의 제물이 아니라 남자의 성기임을 알게 되고, 남근을 깎아 제물로 바치자 모든 것이 예전처럼 풍요로워졌다는 것이다. 그 뒤 마을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정월대보름날과 시월에 정성껏 음식을 장만하고 남근을 깎아 바치는 치성을 드려 왔다.

동해안의 남근신앙은 바닷가의 해상사고와 자연에 의지하는 생업의 특수성으로 금기보다는 엄격한 신앙의례가 필요했고, 그 대상을 여신으로 주신(主神)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여신은 또 성격이 까다로워 그런 만큼 잘 모시면 효험 또한 높으리라 믿기 때문이며 어부들의 삶에는 대대로 바다에 목숨을 바치는 이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즉, 바다에 남성을 묻은 여인들의 가슴에 응어리을 안고 사는 기약할 수 없는 생을 이승에서 누리지 못했던 행복의 의미를 신을 기쁘게 하는 오신행위로 승화 시킨 것 이라 볼 수 있다.

남근은 죽음의 의미가 아니라 언제라도 다시 살아 날수 있는 생명의 원천이다.
고통이 아니라 무한한 즐거움의 대상이며 거기에 지치지 않는 역동성이 담겨있다.
어부들은 그런 삶을 기원하며 자신들의 가장 귀한 선물로 남근이라는 신물(神物)바쳐 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일년 중 가장밝기가 크다는 대보름날 밤 신남리에는 어김없이 그 가득 찬 보름달이 떠오른다. 달은 여성의 상징이자 풍요와 생산의 의미한다. 그리고 그 달 아래서 이 땅의 사람들은 숙명처럼 자신의 소원을 기원한다. 향나무로 깎은 남근을 다섯 개나 일곱 개 굴비처럼 엮어서 정성껏 치성을 드린다. 크고 탐스러운 남근은 서낭신이 좋아한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