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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 메는 아낙네야_
베적삼이 흠뻑 젖 누나
무슨 설움 그리 많아~~~로
시작하는 [칠갑산]이라는 국악가요의 한 구절이다.

칠갑산은 태백산맥에서 간가해온 차령산맥이 서해 대천바다로 빠져 들기 전 큰 무리를 이룬 곳 인데 산세가 거칠고 험하여 흔히 아흔 아홉 골로 불리는 오지 중 오지이다.
행정구역상으로 청양군 대치면 한티마을, 이화리 신점마을, 장산면 천장리와 용두리, 송학리등 칠갑산 골짜기의 여러 마을에서는 정월대보름 즈음이면 신명나는 굿판이 벌어진다

칠갑산 주변의 마을신앙은 대개 윗 당산과 아랫 당산에 대한 신앙으로 나뉜다.
윗 당산은 마을 뒷산에 모시는 산신당이고, 아랫 당산은 마을 입구에 모시는 장승. 솟대. 선돌. 돌탑. 당산나무를 말한다.

산신이 마을을 수호하는 최고의 신으로 마을 성립초기부터 모셔진 상위신이라면 장승. 솟대는 마을 입구에서 부정한 것의 출입을 막아주는 하위신이다. 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당산으로 불리는데 음양이 쌍을 이루어 마을 지켜주는 구조이다.

산신제는 정월 초하루나 열나흘날 장승제와 함께 모시지만 지역에 따라 추수 끝낸 시월상달에 모시는 경우도 있다. 산신제는 해가 갈수록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거의 소멸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거리제인 장승제는 아직도 푸짐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신명의 잔치이다.

거리제에서는 장승이든 솟대든 다산나무든 마을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마을 의 주신인 산신에 비하여 훨씬 구체적인 인격을 가진 친숙한 존재이다. 또 거리제의 신이 위치한 곳도 산신이 위치한 곳과 달리 언제라도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동네 어귀이다.

전통사회에서 마을 입구는 마을 안의 신성한 세계와 마을 밖의 무질서한 세계가 경계 지어지는 공간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마을 입구에 수호신을 세워 부정을 막기 위한 신앙으로 성립된 것이다. 칠갑산 마을장승과 솟대도 그들의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으며 정월대보름이면 푸짐하고 신명나는 잔치가 마을 마다 벌어진다.
그럼 마을 마다 이루어지는 신명 굿을 보기로 하자.

먼저 대치마을의 장승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대치마을의 장승제는 정월 열 나흘날 낮에 남장승과 여장승을 깎아 세우고 자정 무렵 제사를 드리고 소지를 올린다.
이 마을의 특징으로는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도로양편에 10여기의 집단으로 서 있다. 옛날에는 마을에 당산나무가 있었는데 일제 때 일본인에 의해 마을 밖으로 옮겼다한다.
이곳의 장승은 목 부위만 잘룩하게 파놓고 붓으로 얼굴을 그려 놓았는데 수줍은 눈망울과 이빨이 해학적이다. 대치마을은 다른 마을과 달리 묵은 장승을 뽑아내지 않고 그대로 둔 채 해마다 한기씩 세워 집단을 이루고 있다. 장승에 새끼줄과 한지로 금줄을 쳐놓았는데 바람에 한지가 휘날리는 풍경 또한 특징적이다.


신명과 정성이 깃든 용두마을 장승제
용두마을 장승은 마을에 들어가는 입구의 당산나무 아래에 서 있다. 남장승과 여 장승이 나란히 서있는데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곳에는 장승과 함께 긴 장대위에 오리를 깎아 얹은 솟대와 신이 타고 내려온다는 솔대가지도 세워져 다른 마을과 대조를 이룬다.
이 마을은 청양과 공주간 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오지 중의 오지마을이다.
그래서인지 마을의 공동체 문화가 가장 많이 전승되는 곳이기도 하다.

정월 대보름 때이면 거의 마을에서 동제를 지내는데 장승과 솟대를 깎아 세우는 장승제가 중심적인 제의가 된다. 용두마을 장승은 언제부터 세워졌는지 알 수 없으나 조상 대대로 이어 온 것이라 한다. 칠갑산 자락의 다른 마을처럼 산짐승을 피해를 막거나 질병과 전염병을 예방하고 마을의 화평과 풍농을 기원하는데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장승제는 매년 정월 열나흘 날 올리는 데 묵은 장승은 뽑아내고 새로운 장승을 세워 제를 지낸다. 용두마을 장승제는 정월 초사흘 날 마을 회의에서 생기 복덕 한 재관을 선정 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재관을 선정한 사람은 어느 산신제의 제관처럼 부정이 없고 깨끗한 조건으로 선정한다. 대문간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놓아 잡인의 접근을 금지하고, 외출과 부부관계조차 금하며 마을의 공동운명을 신에게 기원하는 대표자로써의 정성을 다한다. 이렇게 몸가짐과 정성을 들여오다가 드디어 대보름달이 떠오르는 정월 열나흘날, 용두마을은 아침부터 술렁이기 시작하다.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인 장승을 깎아 모셔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나절에 벌목해온 장승목을 깎기 시작하고 오릿대와 솔대도 만든다.

장승은 먼저 낫으로 소나무 껍질을 볏겨내고 얼굴부분을 큰자귀로 듬성듬성 깎아 낸다. 얼굴형상은 볼과 입을 움푹하게 파내 코를 삼각형으로 돌출시키고 이마는 관모를 쓴 것처럼 직각으로 깎아 낸다. 장승 깎기가 끝나면 붓으로 장승형상을 그리는데 눈은 세워 치켜뜨고 그리고 콧등과 귀와 이빨도 그려 넣는다. 이마에는 사선으로 관모를 만들고 남장승의 경우에는 수염을 그린다. 얼굴이 완성되면 남 장승 몸통에 “천상천하축귀대장군지위” 여 장승엔 “동서남북중앙축귀대장군지위”라고 한자 명문을 새긴다.

이렇게 장승이 완성이 되면 이어 오릿대와 솔대를 만드는데 오릿대는 마을에 복을 물어온다는 길조이고, 솔대는 하늘의 신이 내려오는 신성한 소나무 가지이다. 그리고 왼새끼로 금줄을 만들고 고추와 한지를 끼워 넣는다. 붉은 고추는 귀신을 물리친다는 의미이고 한지는 깨끗함을 드러내는 신성관념이 있다. 이렇게 장승제 준비기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화주. 집 마당에서 농악을 치며 신명의 굿판을 벌인 다음 장승을 세우러 간다. 장승을 짊어진 지게꾼을 선두로 대동기와 영기 다음에 농악대. 금줄. 마을사람들의 긴 행렬이 이어 진다.

날이 어두어져 땅거미가 짙게 깔리고 촛불을 밝히며 계속되는 제의는 한층 경건하고 엄숙해진다. 마을사람들은 뒤쪽에서 장작불을 피우고 농악을 울리면서 흥을 돋운다. 축관의 축이 끝나고 술잔이 연거푸 오르내리고 재배가 끝나고 나면 집집마다 소원을 담은 소지를 들기름 불에 태워 올리는 의식이 있는데 너울너울 예쁘게 하늘로 올라가야 복이 많이 내린다고 믿는다.

송학리 달집태우기와 장승제
용두리에서 정산면 소재지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39번 국도를 따라 5Km를 가면 송학리가 나오고 조금 더 올라가면 상송마을이 있다. 이곳이 동화제와 장승제가 아직도 씩씩하게 마을 축제로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이다. 상송마을에서는 정월 열나흘날 집집마다 나무를 한 짐씩 각출하여 동화대(洞火臺)를 만들고, 그 앞에서 마을신에게 제사를 지낸 뒤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불태워 사라지게 하는 의식이다. 이 동화대는 송학리의 상송. 하송. 비봉마을 모두 참여하고 하송에서 주관하여 지내는데, 동화대를 쌓을 때 농악과 함께 어울어져 나무꾼들의 민요가 함께 불리워진다.

산에 올라 산 나무 배에 올라 배나무
낮에 나도 밤나무 사시사철 사시나무
십리절만 오리나무 열의갑절 스무나무
한치라도 백자나무 갈기갈기 가락나무
거짓없는 참나무 새로지는 옻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깔고앉아 구기자나무

이어 동화대가 완성이 되고 제사 준비가 끝나면 숨죽인 채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데 제일 먼저 달뜨는 것을 본 사람이 “망월이야!"하고 고함을 친다. 떠오르는 달빛을 받으면서 제사가 시작이 되고, 헌관의 술이 따르고, 축문을 읽고, 소지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동화대를 향해 절을 올리고 소원을 빈다. 그리고 횃불을 던져 동화대에 불을 붙인다. 불길이 치솟으면 환호성과 함께 대동의 춤판에 벌어진다. 불이 갖는 무한한 힘으로 제사마당은 어느새 흥분의 도가니로 변해버린다.

동화대가 온전히 타는데는 한 시간쯤 걸리는데 가운데 지줏대로 세운 장간이 마을 바깥쪽으로 넘어지면 운수대통 한다고 믿는다. 동화제가 끝나고 나면 상송마을에서는 낮에 세워둔 장승과 솟대에 제사를 지낸다. 이 장승제는 꼭 새벽에만 지내는데, 그 이유는 본래 하송마을에 있던 장승을 상송마을 장정들이 뽑아와 옮겼으며 그 시간이 새벽녘이었기 때문에 새벽에 지낸다고 한다.

상송마을 장승의 특징은 머리모양을 대머리 모양으로 비스듬이 깎아 내고, 입과 턱과 목 부분을 세 계단으로 깎아 추상화 했으며, 눈은 둥그렇게 파고 붓으로 그렸다. 이밖에 호환을 막아주는 이화리 장승제등 칠갑산을 중심으로 한 자연마을의 공동체의식은 오늘날에도 면면히 내려오고 있다. 정월대보름에 이루어지는 우리의 굿 문화를 충청도 청량 땅 칠갑산 어귀에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