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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신장군은 백제 30대 무왕의 조카인 귀실복신(鬼室福信)장군이며, 토진대사는 도침대사(道琛大師)의 와전된 것으로 추측한다. 이들은 모두 660년 당군에게 사비성이 함락되고 의자왕이 당나라로 끌려가자 임존성과 주류성을 무대로 3년간에 걸쳐 줄기차게 백제의 광복 운동을 펼친 지도자들이다. 일본에 있던 왕자 풍을 새로운 왕으로 추대하고 백제유민들의 뜻을 모아 재기를 노렸으나 끝내 지도부의 분열로 막을 내리게 된 백제의 최후의 애달픈 넋들이다.

전설에 따르면 백제광복군이 전쟁에서 패한 뒤 이곳 은산면 일대에 원인모를 전염병이 유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갔다고 한다. 온 마을이 깊은 시름에 잠겨있던 어느 날 마을의 한 노인이 낮잠을 자는데 백마를 탄 장군이 나타나 “나는 백제의 부흥을 위해 싸우다 죽은 장군이다. 많은 부하들과 함께 백골이 산야에 흩어져 있으니 그것을 수습하여 잘 묻어주면 마을의 근심을 풀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꿈에서 깨어난 노인은 곧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장군이 꿈속에서 가르쳐준 곳을 가보니 과연 많은 유골들이 흩어져 있는지라 이를 수습하여 한곳에 잘 묻어주고 혼백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내니 마을에서는 역병이 사라지고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그 뒤 은산리 사람들은 병마를 없애고 마을을 태평하게 해주기를 기원하며 사당을 짓고 백제광복군의 자도자인 복신장군과 도침대사를 수호신으로 모시고 해마다 별신제를 지내왔다고 한다.

은산별신제는 첫날 은산천 물을 봉하고 조라주를 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뒤 진대베기. 꽃받기. 상당굿. 하당굿. 독신제. 장승제 순으로 이어지는데 행사가 무려 6일 동안 걸쳐 치러진다. 별신제는 정월 초사흗날 마을 회의에서 산제공사를 통해 잡는다. 제삿날이 잡히면 기성회를 조직하여 별신제의 모든 행사를 주관해 왔는데 근래에는 은산 별신제 보존회에서 맡아 진행하고 있다.

별신제 보존회에서는 화주. 제주 그밖에 중군. 사령집사. 선배비장. 후배비장. 통인. 별좌. 무녀. 조화자. 공인. 농악대. 기수 등 참례자들을 뽑는다. 별신제는 본격적인 제사를 올리기 3일전에 첫 행사가 시작되는 모든 제관이 목욕재계하고 별좌를 대동하는 농악대와 함께 은산천에 나가 물을 봉한다. 물을 봉하는 것은 은산천에 금줄을 치고 잡인의 접근을 막는 것으로 이는 은산천물을 길어 제사의식에서 가장 정성스럽게 바치는 조라주를 빚기 때문이다. 물이 봉해지면 은산리 마을에는 집집마다 색종이가 꽂힌 금줄이 거리고 황토 흙이 뿌려진다.

둘째 날에는 진대 베기가 시작된다. 제관들이 장군복으로 갖추어 입고 말을 타고 삼현육각, 농악대를 앞세우고 10리쯤 떨어진 모리마을 당산에 가서 네그루의 참나무를 베어 오는 것이다. 진대는 진목(陣木)이라 하는데 백제광복군들의 진영을 설치하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라 한다. 이 나무는 화주 댁에 보관하고 있다가 마지막 날 장승을 깎아 세울 때 함께 세우는데 악귀를 쫓는 의미가 있다.

셋째 날에는 꽃받기다. 별신당의 세 신에게 바칠 화등(花燈)을 미리 주문제작하여 부여읍 부소산성의 삼충사(백제의 충신인 성충. 홍수. 계백을 모신사당)에서 받아오는 의식이다. 이때도 장군복장으로 대장들이 말을 타고 앞장서고 그 뒤에 140여명이 수십개의 깃발과 죽창을 들고 긴 행렬이 이루어진다. 꽃등은 종이로 만든 지화인데 이처럼 화려하고 많은 꽃을 바치는 이유는 원통하게 죽은 백제 군사들의 넋을 상징하고, 꽃을 통하여 그 넋들을 밝은 세상으로 천도하려는 의미가 담겨있다.



삼현육각과 농악대의 흥겨운 길 군악 속에서 별신당으로 오르는 이과정이 별신제의 가장 화려하고 엄숙한 의식을 보여준다. 이때는 절대로 잡담을 하거나 허튼 행동을 해서는 않되기 때문에 제의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은 입에 백지를 물고 간다. 말을 했거나 행동이 정갈하지 못해 백지가 입에서 떨어진 사람은 부정을 탔다하여 별신당에 오르지 못하게 한다. 상당행사는 별신당에 제물과 꽃등을 바치는 것으로 끝이 나고, 밤 9시부터는 본제를 모신다. 본제는 유교식으로 이뤄지는데, 초헌은 화주, 아헌은 대장 순으로 석 잔의 조라주를 올이고 고두백배하는데 한번 큰절을 하고 두 번 머리를 끄덕이는 방법으로 백배라 한다.

또 제사음식을 뚜껑 있는 제기에 담지 않고 뚜껑대신 종이로 봉하고 신들이 흠향할 때 종이를 뜯어 바치는 이색적인 방법을 쓴다. 3000여명의 군사들과 함께 장렬히 죽은 복신장군과 토진대사의 넋을 위로하는 축문이 낭독이 되면 본제의 절차도 모두 끝나는데, 마지막으로 별신제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가정의 축원을 기원하는 조지를 올린다.



쌀을 담은 함지박 위에 신장대기를 세워놓고 제관들이 이를 잡고 있는데, 신장기 끝에 매달린 방울이 요란스럽게 흔들려야 신이 내려온 것으로 본다.


상당 굿이 끝나면 오후 2시부터는 마을 당산나무가 있는 하당으로 신장기를 모셔와 하당 굿을 한다. 당산나무 아래 제사음식을 차려 놓고 제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흥겨운 한마당을 만든다. 이때 별신제를 준비한 모든 이들에게 노고를 위로하고 마을에서 그간 서운한 일들이 있으면 신에게 바친 술 조라주를 마시면서 이 자리에서 모두 풀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공동체의 우의를 다진다. 파장 할 무렵엔 별신당에 바쳤던 종이꽃을 집집마다 나누어 갖는데, 이 종이 꽃은 신의 영혼이 붙어있기 때문에 악귀를 물리치는 신통력이 있다고 ale어 집안에 모셔둔다.

여섯째 날은 별신제의 마지막 행사인 독산제와 장승을 세우기를 한다.
별신제가 모두 끝난 다음날 화주가 별좌만 데리고 별신당 아래 은산천내 있는 독산제단으로 가서 과일과 술등 간단한 음식을 차려놓고 다시하번 신의 감응에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그리고 마을의 사방에 장승과 함께 첫날 베어온 진대를 세운다. 장승은 마을로 들어오는 잡귀들을 막아주는 수문장 역할을 한다. 진대는 마을로 들어오는 악귀의 목을 후려치어 악귀로부터 마을을 보호한다.

이렇게 하여 은산별신굿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나라는 망해 버렸지만 때만 되면 어김없이 일어난 장군들을 앞세우고 죽창을 들고 깃발을 나부끼는 백제 인들의 추모의 굿판이자, 망국의 한을 달래는 별신제는 1300여년을 이어온 이 땅의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역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