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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잔치 상에 홍어회가 빠지면 잔치 상이 아니다.
모든 잔치 상에는 홍어회나 홍어탕이 올라온다.
그러나 전라도 음식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홍어회의 독특한 냄새로 인하여 인상을 찌푸리는 경우도 흔히 보는 관경 중에 하나이다.

살짝 삭힌 홍어회!
톡 쏘는 암모니아 냄새!
그러면서도 맛의 고장 전라도 식단의 가장자리를 차지한 홍어이다.

목포에 가서 제일먼저 찾는 것은 홍어회이다.
일명 홍탁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목포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홍어를 며칠 삭힌 후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에 새우젓을 곁들여 막걸리 한 사발!
그들이 말하는 삼합이다.

이 세상에서 음식을 썩여먹는 나라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생물 중 홍어처럼 삭혀먹는 생물이 얼마나 될까?
생물 중 유독 썩여먹어도 아무 탈이 없는 생물은 홍어일 것이다.

이러한 홍어의 비밀이 밝혀졌다.
홍어는 살보다 간(애)등 내장 등이 항균,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몸에 좋은 각종 단백질이 더 많다고 여수대학 생명화학공학과 임 현수 교수팀의 연구 결과이다.
이 연구 결과는 한국과학재단이 뽑은 ‘2004년 우수 연구 성과’이기도 하다.

임 교수는 홍어를 삭힌 정도별 부위별로 구분한 뒤 암모니아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대장균과
암세포에 홍어 삶은 물을 넣었을 때 얼마나 항균, 항암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보통 홍어를 많이 삭혔을 때는 강 알카리성으로 웬만한 병균성 잡균이 살지 못한다. 삭힌 것도 김치와는 다르다. 김치에는 유산균의 활동으로 시어지지만, 홍어는 살 뼈 등 조직 속에 있는 효소의 작용으로 삭혀지기 때문이다.

홍어 횟집에서 주로 먹는 살 부위를 삶은 물은 살균효과가 별로 없다.
내장은 8일째 삭힌 것을 넣었을 때 대장균이 43%가 죽었다.
항암 효과는 살이나 내장이나 다 높았다. 살은 삭 힌지 8일째 된 것이 53%의 암세포를, 내장은 10일째 된 것이 58%의 암세포를 죽였다. 고혈압을 일으키는 물질인 ACE활성을 억제하는 효과와 황산화 효능은 삭히지 않은 것이 높았다.

삭힌 홍어의 톡 쏘는 맛은 암모니아가 만든다. 홍어는 바닷속에서 삼투압으로 암모니아를 조절하는데
삭힐 경우 그 암모니아가 살, 뼈 등 조직에서 빠져나온다.
임 교수는 “보통 삭히려면 섭씨 10도에서 5일정도, 섭씨 20도에서는 4일 정도면 좋다” 며 “최적숙성 상태가 유지되는 기간은 섭씨10도에서 이틀간, 섭씨 20도에서는 12시간 정도”라고 말했다

맛이란 곡정을 빌려 정(精)을 기르는데 일조를 다하고 정이란 생명(生命)의 본원이다.
시고, 맵고, 짜고, 달고 여러 맛 중에 시금털털한 삭힌 맛은 어디에서나 흔히 접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독특한 맛이다.
선조들이 만든 식단!
현대인들이 감탄 할 정도의 과학에 바탕한 식단이다.

한번홍어 맛에 빠진 사람은 홍어의 매력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삭힌 홍어로 인해 입천장이 다 벗겨져도 홍어가 주는 시원함은 무엇인가?
우리 선조들이 우리에게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