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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우리[高句麗] 입국(立國)-4

서기전 58년 5월, 주무는 하늘에 제사하고, 동명왕이 세워 보여(夫餘)의 제후국으로 있던 가우리[高句麗]의 독립을 만천하에 선포하니, 이로써 가우리가 하나의 독립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주무는 그 이름을 주몽(朱蒙)이라 하고, 연호를 다물(多勿)이라 하였다.

젊은 주몽[鄒牟]왕은 자신이 진두지휘하여 그 유명한 보기군단(步騎軍團군단)을 만들고, 매일같이 비류호에 풀어 맹훈련을 감행하니, 이를 본 주위의 소국들이 미리 겁을 먹고 새 나라 가우리 아래로 스스로 굴복해 왔다.

그 중에서도 비류호 건너편에 예부터 자리잡고 있던 비류국의 왕 송양(松讓)이 그의 어여쁜 과부 딸 소서노(召西奴)를 데리고 주몽왕을 찾아오니, 이것은 주몽의 가우리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이리하여 주몽은 비류국을 흡수함과 동시에 졸본(卒本)의 새 주인으로 등장, 대가우리로 발전하는 튼튼한 근거를 마련하였다. 일이 이렇게 되자, 비류국 북쪽의 동족 가우리국도 스스로 나라를 바쳐왔다.

그러나 주몽은 동부여(東夫餘)의 가시라에 남겨 놓고 온 어머니 유화 부인과 예씨 부인 그리고 그녀의 몸속에서 자라고 있는 누리 왕자 등 말 못할 비밀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주몽왕의 입장에서 과연 강국 건설의 꿈만으로 정략적으로 이루어진 소서노(召西奴) 왕녀와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소서노 왕녀는 젊은 남편 주몽왕을 위하여 그녀의 전재산을 바쳐 가우리군의 군사 장비를 마련하는데 전력을 다했고, 비류국 백성들도 어린 비류왕자(沸流王子) 크치[仇台]의 성장을 기다리며 가우리의 세력 확장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

가우리를 독립 왕국으로 선포한 지 5개월도 채 안 된 서기전 58년 10월, 22세의 젊은 주몽왕에게 또 하나의 결정적인 행운이 찾아들었으니, 졸본부여(卒本夫餘)의 수도 백악산(白岳山) 아사달의 고무서(高無胥) 단군천황이 성도(聖都) 영고탑(寧古塔)에 가서 신수두를 모시다가 돌연 세상을 떠난 것이다.
마침 고무서 단군천황에겐 아무 후사가 없었으므로 이제 고두막루 천황의 서손 고주무의 앞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고두막루 천황의 아들임을 증명하는 천황검을 높이 든 주몽은 선제(先帝)의 측근이었던 중실무골과 소실묵거 장군들을 앞세우고, 부분노, 부위압, 오이, 극재사, 마리, 협보 등이 그 동안 갈고 닦은 가우리의 보기군단을 이끌며 주인 잃은 아사달을 향하여 질풍같이 진격해 같다.

대부분의 중신들이 모두 영고탑 제전에 천황을 수행하여 떠난 백악산 아사달은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돌연 고주무와 그의 맹호 같은 장군들이 기습적으로 달려들고, 그나마 수비병들도 고주무의 천황검(天皇劍) 앞에 기가 죽어 성문을 열고 고주무를 맞아들이니, 이로써 졸본부여는 불과 2대에서 끝나고, 북만주의 넓은 천지는 고주무의 가우리 천지가 되었다. 가시라를 탈출한 지 2년이 채 못되는 사이에 이룩한 장한 업적이다.
드디어 대망의 부여족 통일을 이룩한 고주무는 대가우리국을 건설하니 오랜 세월 북만주의 주인 노릇을 하던 쥬신족[朝鮮族]은 완전히 몰락하게 되었다.

가우리를 세운 고주무는 그 첫 번째 명령으로 명장(名將) 부분노(扶芬奴)를 파견, 졸본국(卒本國)을 실력으로 멸망시키고, 그 무기 창고(武庫)를 털었다. 가우리의 속국으로 살아 남고자 했던 송양왕은 부분노 손에 죽고, 이로 인하여 비류국민들과 소서노 왕녀의 원한은 하늘에 사무쳤다.
그러나 이 때, 소서노는 이미 아버지를 죽이고 그녀의 나라를 탈취한 배신자이자 남편인 주무의 아들 온조(溫祖)를 배고 있었다.

이리하여 대제국 가우리는 북만주를 완전히 통일하고, 갑자기 다물(多勿)한 그 넓은 영지(領地)를 지배하기 위하여 급히 정치 제도를 정하니, 마치 옛날 쥬신제국의 제도를 그대로 본뜬 듯하였다. 우선 천제(天帝) 밑에 신가(神加)라 하여 국상(國相)을 두니, 오늘날의 국무총리인 셈이고, 그 밑에 팔치[左輔]와 발치[右輔]를 두어 마리[頭]라 하니, 쥬신제국 당시의 삼왕(三王)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또, 그 밑에 순라[東部], 불라[南部], 열라[西部], 줄라[북부], 가우리[中部]의 5부(五部)를 두고, 그 장관(長官)을 라살[道使]이라 불렀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세습제로 하였으나, 신가, 팔치, 발치는 매 3년마다 라살 중에서 뽑는 임기제였다.

신가[國相] : 부분노(扶芬奴)
팔치[左輔] : 오이(烏伊)
발치[右輔] : 마리(摩離)
순라라살[東部道使] : 부위압(扶尉壓)
불라라살[南部道使] : 협보(陜父)
열라라살[南部道使] : 극재사(克再思)
줄라라살[北部道使] : 중실무골(仲室武骨)
가우리라살[中部道使] : 소실묵거(少室?居)